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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회덮밥 대작전

아내의 수고를 알게 된 남편의 주방 대작전

by 김종섭

오늘 저녁은 무엇을 할까. 매일 가족을 위해 저녁 식사를 책임졌던 아내의 수고로움을 새삼 깨닫게 된다. 아내 대신 저녁 밥상을 차려보려니 준비하는 일 자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지만, 어떤 메뉴로 차려야 할지 매번 고민이 된다.


생각해 보면 아내는 35년 동안, 매일같이 가족의 식탁을 지금 내가 고민하는 것처럼 준비해 왔을 것이다. 아내만이 아니라 아마도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렇게 살아왔고, 지금도 여전히 주방에서 분주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가정에서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덧붙여가며 가정을 돌보고 있을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가사 분담을 한다고 하지만, 주방은 아직도 여성의 전유물처럼 되어 있다. 여성의 주방 전유물은 여자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여자니까 당연히'라는 오래된 관습 때문이었다. 남자들은 그런 관습을 핑계 삼아, 집안에서 조금 더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왔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며칠 전, 아내가 참치 사가지고 와 냉동실에 넣어둔 것이 문득 떠올랐다. 냉장실에는 각종 야채도 있으니 오늘 저녁은 참치회덮밥을 준비해도 식재료수급상 문제가 없을 것 같아 오늘 저녁밥은 참치 회덮밥으로 하기로 했다.


그런데 회덮밥만 식탁에 올려놓기에는 뭔가 단출하고 성의 없어 보일 것 같았다. 며칠 전 월마트에서 왕새우를 사서 구워 먹었던 기억이 나고, 그중 일부는 냉동고에 보관해 두었으니, 왕새우 튀김을 만들기로 했다.


새우 등 부분을 가르고 실처럼 생긴 내장을 제거한 뒤, 튀김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겼다. 처음에는 예열한 기름에 살짝 애벌로 튀겨내고, 그다음에 다시 튀김가루를 입혀 튀겼다. 이 방법이 새우튀김 모양새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는 걸 미리 알았기에 그대로 따라 했는데, 막상 비주얼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맛은 나름 괜찮았다. 10마리 정도 튀겼는데, 왕새우라 푸짐하게 접시에 담을 수 있었다. 소스는 간장 대신 양념 후라이드치킨 소스 맛을 흉내 낸 소스를 만들었다. 완벽하진 않아도 맛의 흉내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오늘도 저녁 식탁에 앉아 만든 음식을 먹으면서, 아내의 눈치를 살피기에 바쁘다. 은근히 맛에 대한 평가를 기대하며 기다려본다. 단, 가식이 아닌 진심 어린 평가를 바란다. 가끔은 맛이 없었던 음식도 있었을 것이다.

어떤 날은 아내가 먼저 "맛있다"라고 표현하고, 어떤 날은 아무 말 없이 먹기에만 집중한다.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물어보게 된다. "지금 먹는 음식 맛이 어때?" 하고 묻곤 한다. 답은 항상 "맛있다"였다. 때로는 만족스러우면 "상당히 맛있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과거에, 아내가 차려준 음식에 대해 맛이 있느니 없느니 타박하며, 성의 없이 먹거나 남기기도 했다. 이제 내가 직접 음식을 준비해 보니, 아내의 그동안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맛이 없다고 했을 때, 음식을 남겼을 때, 아내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정성스럽게 몇 시간을 들여 준비한 노력이 돌아오는 건 음식 타박뿐이라면, 얼마나 허탈했을까. 이제야 철든 아이처럼 주방에서의 아내의 수고로움 그 마음을 조금 이해하게 된다.

앞으로는 서로 의견을 모아 음식을 함께 메뉴를 정해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예전에는 아이들도 있어 각자의 취향을 고려해야 했지만, 이제는 우리 둘만의 식탁이니, 둘이 조율한 메뉴로 오히려 더 풍성한 맛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애처가처럼 보이려는 행동은 아니다. 다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달라지는 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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