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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의 닭똥집, 포장마차의 추억을 볶는다

쫄깃한 식감에 담긴 부부의 입맛과, 주방 속 소소한 불맛 실험

by 김종섭

음식을 준비하다 보면 시간, 날씨, 기분, 그리고 그날 듣는 음악까지도 요리에 영향을 준다. 때로는 술안주가 식탁의 중심이 되는 날도 있다. 오늘 저녁은 ‘닭똥집’, 정식 명칭은 ‘모래집’을 볶아보기로 했다. 캐나다 월마트에서 식재료를 구입하며, 포장마차에서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그 시절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이 요리는 음식이라기보다는 추억에 가까운, 마음속의 반찬이다.

닭똥집은 식사보다는 술안주로 더 익숙한 메뉴다. 그래서일까. 요리를 시작하자 아내는 “오늘은 또 무슨 안주로 시작해서 식사로 마무리하려고?”라며 웃는다. 우리 부부는 자주 술안주와 식사를 한 번에 해결하는 ‘1타 2피’ 식단을 즐긴다. 물론, 아내는 술을 좋아하지 않지만 분위기에 호응을 한다. 닭똥집을 다듬고 손질과 불맛까지 더해진 요리를 만드는 것은 자연스럽게 내 몫이다.


요리를 하다 보면 나만의 취향뿐 아니라 가족의 입맛도 함께 고려하게 된다. 가족 구성원 중 누가 가장 입맛을 잘 아는가를 묻는다면, 역시 아내다. 아내는 많은 요리를 해본 경험으로, 작은 맛의 차이도 감각적으로 금방 알아챈다. 다행히 지금은 아들 둘이 모두 출가해, 오롯이 우리 부부의 입맛에만 집중하면 된다.


닭똥집을 요리할 때 우리는 바삭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좋아한다. 그래서 닭똥집과 야채를 따로 볶아 낸다. 야채에서 나오는 수분이 닭똥집의 탄력을 죽이기 때문이다. 각각 따로 볶은 후 마지막에 접시에 한데 담으면, 쫄깃하고도 바삭한 닭똥집과 아삭한 야채가 조화를 이룬다. 아주 간단한 방식이지만, 입 안에서 완성도는 훨씬 높아진다.


불맛이 그리울 땐, 집에 있는 도취램프를 활용한다. 원래는 등산용이지만, 주방 위에서 불을 살짝 입히면 야외 바비큐 못지않은 향을 낼 수 있다. 물론 주방 환기팬을 열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소박하지만, 이런 야외를 모방한 요리는 주방을 더욱 즐겁고 만족도는 최상을 만든다.


캐나다에도 한식당은 많지만, 메뉴의 다양성이나 맛의 디테일에서는 한국 포장마차의 분위기를 재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종종 집에서 직접 고향의 맛을 복원한다. 이건 단순히 요리를 넘어서, 그리움과 취향이 깃든 생활의 일부이자 취미처럼 자리 잡았다.


요즘은 마트를 자주 서성인다. 물가 변동도 살피고, 어느 마트가 더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식재료를 파는지 눈에 들어온다. 예전엔 “몇십 원 아끼려 마트를 옮겨 다닌다”는 말이 절약정신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 마음이 절실히 와닿는다. 내가 그렇게 되고 있다.


오늘 저녁엔 포장마차의 소란스러움은 없지만, 그보다 더 따뜻한 가정의 정취가 있다. 쫄깃한 닭똥집과 함께하는 아내와의 대화, 조촐한 웃음이 이 식탁의 진짜 메인요리다. '남편의 주방 점령기' 제2화는 이렇게 볶아낸 추억과 식감으로 마무리된다.


다음 편에는 산나물 빈대떡을 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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