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내와 함께할 수 있는 취미를 하나 더 추가했습니다

배드민턴 라켓을 다시 잡으며, 함께 웃는 또 다른 시간의 의미를 느끼다

by 김종섭

현관 신발장을 정리하다가 낯익은 가방 하나를 발견했다. 먼지가 살짝 쌓인 배드민턴 라켓 가방이었다. 지퍼를 열어보니 라켓이 두 개 들어 있었다. 언제 샀는지, 어떻게 신발장 구석에 들어가 있었는지 아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아내에게 “이참에 우리도 배드민턴 한번 쳐볼까?” 물었다. “글쎄…”가 아내의 대답이었다. 아내의 운동신경을 알기에 그 말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아내는 중학교 시절 배드민턴 동아리 활동을 했다고 했다. 라켓을 잡아본 경험이 있다면 함께 어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저냥, 그런대로 했어요”라는 아내의 말에 왠지 실력이 궁금해져 왔다.


오늘은 아내와의 배드민턴 경기를 위해, 며칠 전 마트에서 사두었던 라켓볼을 챙겨 집 앞 커뮤니티룸 앞 주차장으로 나섰다. 굳이 먼 곳이 아닌 집 앞을 택한 이유는 ‘과연 아내와 배드민턴이 가능할까’ 하는 작은 궁금증 때문이었다. 막상 라켓을 들자 어깨가 굳고, 공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반면 아내는 의외로 감각이 살아 있었다. 라켓을 휘두를 때마다 예전의 기억이 깨어난 듯, 공이 제법 안정적으로 날아갔다.


배드민턴을 치기 시작한 지 오 분도 안 되어 숨이 찼고 땀이 흘렀다. 공을 치는 횟수보다 공을 줍는 횟수가 더 많아 금세 체력이 소진됐다. 초등학교 시절 동네에서 ‘제법 친다’는 말을 듣던 기억이 떠올랐지만, 세월은 몸의 기억까지 바꿔놓았다.


요즘 들어 새삼 느끼는 게 많다. 예전에는 생각 이상으로 몸이 자유로웠는데, 지금은 어떤 운동이든 한 번 시도하려 하면 예전만큼 쉽게 적응되지 않는다. 몸이 둔해졌다는 사실보다, ‘될까?’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 자신이 낯설었다. 하지만 아내와 함께하는 시작은 달랐다. 함께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잘하지 않아도, 경쟁하지 않아도 좋았다. 실수가 잦아도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읽은 문장이 문득 떠올랐다.

“나이 들어 제일 무서운 건 외로움이다.”

그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오늘처럼 아내와 같은 취미를 나누며 운동을 하다 보니, 그 문장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혼자 남는 두려움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 곁에 있는 사람과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친구보다 아내라는 존재에 집중해야 할 때다. 마지막 친구가 되어줄 사람은 결국 아내이기 때문이다.


배드민턴은 단순히 몸을 푸는 운동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젊을 때처럼 라켓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운동의 매력은 분명했다. 공 하나를 주고받는 짧은 순간, 우리는 서로의 눈을 마주치고 마음을 나누게 된다. 특히 부부 사이에서는 실수를 웃음으로 덮고, 그 웃음 속에서 마음의 평온함이 피어난다. 그런 시간이 쌓이면 어떤 취미든 함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같이 웃고, 같이 움직이며 오늘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 그게 앞으로 다가올 노년의 시간을 단단하게 지탱해 줄 가장 든든한 힘이 아닐까 싶다.


요즘은 비가 매일같이 내린다. 그래서 시작하려던 배드민턴이 잠시 멈춰 있다. 하지만 날이 개이면, 오고 가는 배드맨트 라켓볼처럼 우리 부부의 웃음도 다시 오고 갈 것이다.


■오마이뉴스https://omn.kr/2fz77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