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절반을 향해가는 지금, 캐나다에서 마주한 세대별 소망의 풍경
2026년 새해 아침, 사람들은 평소보다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 집을 나섰다. 저마다 산과 바다를 찾아 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를 기다리는 풍경은 매년 반복되는 의식과도 같다. 사실 태양은 어제도 떴고 오늘 역시 변함없이 솟아올랐다. 내일도 어김없이 제 자리를 지킬 것임을 의심치 않으면서도, 우리는 굳이 새해 첫날의 해만큼은 자신들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줄 특별한 존재라고 믿고 싶어 한다.
어쩌면 우리가 보고 싶었던 것은 매일 뜨는 물리적인 해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대신 '시작'이라는 상징을 각자의 마음에 희망의 빛으로 띄우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 간절함 속에는 국적과 세대를 불문하고 누구나 품을 수 있는 공통의 기원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소원의 중심에는 언제나 '건강'과 '돈'이라는 두 단어가 절박하게 우선순위를 다투며 놓여 있었다.
어느덧 1월의 중순을 향해가는 지금, 누군가의 새해 다짐은 '작심삼일'에 그치고, 야심 찼던 계획은 벌써 흐릿해졌을지도 모를 시기다. 캐나다인과 이곳에 뿌리내린 한인의 눈에도, 새해를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근 캐나다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Research Co.)'가 발표한 2026년 신년 소망 데이터는 꽤 흥미로운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언어와 문화는 달라도 우리네 삶의 고민은 결국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7%가 '더 많은 돈'을, 30%가 '건강'을 최우선 소망으로 꼽았다. 이어 '가족·친구와 함께하는 시간(26%)', '여행(7%)' 순이었다. 표면적인 수치만 보면 건강보다 돈이 우선인 듯 보이지만, 이 통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세대별로 갈리는 삶의 우선순위가 애잔하게 다가온다. 젊은 날에는 '돈'이 삶의 가장 절실한 가치가 되지만,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그 자리는 '건강'이라는 절박함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X세대'의 지표는 마음을 유독 짠하게 했다. 건강(38%)과 돈(36%)이 거의 대등한 비중을 차지했지만, 결국 '돈'이 조금 더 앞서기는 했지만 돈과 건강이 나란히 삶을 지탱하고 있었다. 부모를 부양하고 자녀를 책임지는 '허리 세대'로 고단한 운명을 짊어진 세대이기도 하다. 몸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본능과, 가족의 내일을 지탱해야 한다는 경제적 책임감이 이들의 자화상이었다. 나는 이것이 60대인 우리 베이비붐 세대만의 전유물인 줄 알았는데, 대물림하듯 어느새 다음 세대가 그 무거운 짐을 옮겨 짊어지고 있었다.
반면, 60대는 인생의 바통을 넘긴 황혼기, 이른바 '인생 2막'에 접어든 '베이비붐 세대'는 50% 이상이 건강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삶의 긴 여정 끝에 결국 '돈'이 '건강'에 밀려났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와 대조적으로 '밀레니얼 세대'는 돈(44%)을 가장 갈구했고, 'Z세대'는 경제적 여유와 함께 삶의 '안락함(52%)'을 핵심 가치로 선택했다. 아직 건강(11%)은 그들의 관심사에서 까마득히 먼 이야기일 뿐이었다.
세대마다 어떤 가치는 세월 속에 흐릿해지고, 어떤 가치는 맹목적으로 추구되었다. 젊은 날에는 돈이 모든 것을 창조하는 창조주처럼 군림하지만, 나이가 들어 마주한 건강이라는 필연적인 벽 앞에 그 위세는 여지없이 꺾여 있었다. 결국, 노년의 가장 확실한 자산은 통장 잔고도 중요하지만 '내 몸의 안녕'이 되어버린 셈이다.
나이에 따라 삶의 우선순위는 물 흐르듯 변해갔다. 산책길에 길게 늘어진 우리 부부의 그림자를 보면서, 과연 우리는 언제까지 이 보폭을 맞춰 건강하게 걸을 수 있을지 그 진실한 무게를 다시금 곱씹어 본다. 돈과 건강, 그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결국 그 모든 소망의 끝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맞이하는 평범하고 건강한 오늘'이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