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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Feb 02. 2021

반려견이 소소한 일상을 바꾸어 놓았다

사랑을 진심으로 대하는 것을 반려견처럼 하면 되는 일이 아니겠는가,

반려견을 분양한 지 이제 겨우 2개월째를 보내고 있다. 요즘 눈만 뜨면 눈 깜짝할 사이에 하루가 지나간 느낌으로 살아가고 있다. 반려견을 분양하고 2개월을 보낸 느낌은 "벌써" 아니라 "이제 겨우"라는 표현을 가지게 한다. 표현 끝에 체감 시간은 일 년을 훨씬 넘은 듯한 짙은 느낌이 든다. 아마도 익숙하지 않은 반려견 등장이 이유가 되었던 것 같.

현관 입구 벗어 놓은 신발은 실종 되었다.신발 대신에 강아지가 낮잠을 즐겨가는 휴식처로 내어 주었다

반려견이 분양하고부터 집안에는 2개월치고는 너무나 빠르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현관에 벗어 놓았던 신발이 말끔히 정리가 되었고 입양 전 반려견에게 자칭 엄마. 아빠라는 호칭을 이해하지 못했었던 일들이 이해의 설득력도 없이 어느새 자연스럽게 엄마. 아빠가 되어 있었다. 쇼핑몰에 가면 전혀 관심에 눈길도 두지 않았던 애완용품 코너까지도 관심을 두고 둘러보는 쇼핑의 변화가 생겨났다.

강아지 케이지와 팬스

거실에는 배변 패드가 생겨 낳고 강아지의 집과 울타리가 덤으로 자연스럽게 생겼다. 이제 겨우 생후 4개월째를 맞이 하는 어린 강아지이다. 아직은 사람의 세심한 배려의 손길과 관심이 필요할 때임을 인식한다. 이유는 관심을 소홀히 하게 되면 장소의 구분 없이 아무 곳에서나 배뇨와 배변을 하는 잦은 실수가 생겨난다. 물론 배변 때문은 아님을 분명 밝혀둔다.

강아지 배변패드

다행히 입양 후 며칠 지나지 않아 강아지는 지정된 장소에 배변 활동을 무리 없이 수행해갔다. 배변을 지정된 장소에서 할 때마다 수없는 관심과 칭찬을 아낌없이 해주었다. 아마도 세상 태어난 이후 두 달 동안 그동안 인색했던 칭찬을 살아온 시간보다 더 많이 해본 것 같다. 앞으로도 강아지의 활동 정도에 따라 아낌없이 칭찬을 꾸준히 해주어야 하는 견주의 사명감 같은 것이 생겨났다.


아들방을 청소하고 나면 하루도 안 되어 이전의 상태로 돌아왔었다. 지금은 방안이 말끔하게 평화를 얻은 셈이 되었다. 강아지의 표적이 되어 물어뜯을 만한 물건은 거침없이 제 자리를 찾아갔다. 이 또한 강아지 덕분에 방 정리 상태도 말끔한 환경으로 바뀌어 갔다.

강아지 장난감

집안에는 온통 강아지 용품들로 채워졌다.

강아지를 키우는 일은 어린애를 하나 더 키운다는 말을 분양 전 염두에 두지 못한 오류를 한동안 질책했다. 아들이 원하는  소원 정도를 들어준 성급한 판단에 반려견 분양 후 후회를 거듭했다. 익숙해진 것일까, 아니면 강아지에 애착과 교감이 급속도로 빠른 시간 내에 생겨났기 때문일까, 꿈속에서도 강아지가 가끔 등장한다. 아내도 어젯밤 꿈에 강아지와 공원을 산책하다가 잃어버려 밤새 슬퍼 울었다고 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같이 동행하면서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교감이 생성되어 가는 것 같다.


오늘도 비가 내린다. 비 오는 횟수가 다 보니 맑은 날이 자연적으로 줄어들었다. 계속하여 비가 오는 날에는 하루 종일 집안에서 강아지는 지루하게 시간을 보냈다. 며칠 전부터 강아지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정된 장소가 아닌 엉뚱한 장소에서  배뇨과 배변에 보는 오류가 거듭 되었다. 혹시 보더콜리 특성상 다른 견종에 비해 지능지수가 높아 파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유튜브의 후기를 떠올렸다. 그렇다면 혹시 일부러 반항이나 항의성은 아니겠는가. 인간과의 무언의 한판 승부쯤으로도 생각해 보았다. 강아지의 이상한 행동에 가족 모두가 비상이 걸렸다. 이유인 즉 산책도 못하고 집안에만 갇혀 지내던 강아지가 활동량 부족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행동한다는 생각을 가족 모두가 같이 했다.


가족의 작은 희생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아침 출근 전과 밥을 먹은 후의 아침. 저녁을 기점으로 아무리 기상조건이 안 좋더라밖으로 데리고 나가 배변을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자고 만장일치로 의견을 같이 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방금까지 이 무슨 생고생인가 싶어 푸념을 뺏아냈다. 결국은  모든 것을 수용하려 치면 자연스럽게 상황을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지혜를 얻어냈다.

비가 오는 아침 산책(주 목적은 배변과 배뇨이다)

오늘도  이름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며칠 전에 아들이 준비해온 강아지 우비를 입혀 밖으로 나갔다. 우산 없이 비를 맞기에는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를 맞아가면서 이런 정성이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어제 가족들과 약속한 것 때문에 혹시 의무감은 아닌가도 생각을 해보았다. 그건 아니고 내가 보기에는 자발적인 마음의 시킴이 있었다고 스스로를 위로를 했다. 우리와 마주하는 방향 쪽으로  또 다른 견주와 견공이 나란히 우비를 입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산책 나온 다른 견주도 처음에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도 생각해 보았다. 반려견을 키우는 일은 의무감으로 채워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닌 듯싶다. 사랑이 없다면 아침부터 비를 흠뻑 맞으면서 강아지와의 산책은 기대할 수가 없을 것이다.

반려견과 호흡하는 일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거듭된 한 달 한 달이 지나고 나면 이제가 아니라 벌써라는 시간의 빠름을 사랑 이상으로 느껴갈 것이다. 가끔은 귀찮고 힘들지만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사랑으로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 나의 수고보다 훨씬 더 강아지가 주는 기쁨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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