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가 생일을 맞이했다

개 공원에서 두 번째 생일 파티를 하였다.

by 김종섭

고기는 새벽이면 이방 저 방 기웃거리다가 내가 누워있는 침대 밑으로 다가와 쿵하는 소리를 내며 눕는다. 자신이 침대 밑에 누웠음을 알리는 존재감 같은 무언의 행동인 듯하다. 침대에서 몸을 뒤척이는 인기척이라도 나면 낮에 거실에서 가지고 놀던 공을 입에 물고 와 놀아달라고 침대 밑에서 기웃거린다.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한꺼번에 공을 두 개나 물고 나타났다. 대부분의 강아지가 공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중에서도 고기는 다른 강아지에 비해 공에 대한 집착력이 강하다. 평상시에도 음식과 공을 동시에 앞에 갔다 놓으면 음식을 식탐하기보다는 공을 우선으로 하였다.


아들은 보통 3시 정도면 퇴근해서 집에 귀가를 한다. 갑작스럽게 아들은 2주간 집과 떨어진 지방 소도시로 출장을 떠났다. 평상시 일찍 집에 귀가해서 고기와 놀아주던 시간이 멈추어 섰다. 아들의 부재로 온종일 강아지 혼자 집을 지켜야 할 시간이 늘어났다. 5시에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고기가 인기척을 알아듣고 현관문 앞에 나와 반긴다. 온종일 혼자 있었던 생각을 하면 측은지심이 생겨난다. 하루종일 집을 지킨 보상의 대가로 거실에서 공을 던져주는 것으로 미안함을 대신한다. 휴일인 날도 고기 혼자 있는 날이 많다. 같이 외출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져도 고기는 유난히도 차 타는 것을 싫어한다. 차만 타면 차멀미가 심각하다. 몸이 경직되고 침은 쉴 새 없이 차량 시트를 흥건하게 젖신다. 차량에 강아지 전용 시트커버까지 준비를 해놓았지만 차멀미가 심각한 수준이고 보면 차를 타고 이동할 거리에는 고기는 자연적으로 제외되어 버리고 혼자 집에 남아야 할 상황이 된다.


차멀미로 인해 차를 태우는 과정 또한 쉽지 않다. 한참 동안을 고기와 실랑이 끝에 반 강제적으로 힘들게 차에 태우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고기가 차를 완강히 거부하는 상황에서 집과 떨어진 야외 활동은 더 이상은 없었다.


고기에게 활동의 제한이 되는 것이 비단 차뿐만은 아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쇼핑몰에 걸어서 고기와 동행하고 싶은데 중견을 데리고 쇼핑하기에는 좀 애매모호함이 따른다. 물론 쇼핑몰을 입장할 수도 있지만 왠지 공동 장소에는 개인적인 제한적인 양심이 뒤따라 아쉬움으로 덮는다. 가끔은 대형견을 데리고 쇼핑하는 손님을 목격은 하지만, 왠지 쇼핑하는 손님들 눈총이 따가울듯하다. 이유가 어떠하든 강아지를 집에 두고 장시간 외출해야 한다는 견주의 발걸음은 늘 무겁다.


모처럼 식구들과 집에서 음식 냄새를 피워가면서 고기를 구워 먹을 때에도 강아지에게 여전히 미안함을 가지게 된다. 다행히 고기는 다른 강아지와는 달리 식탐에는 거의 관심 밖이기 때문에 식사 중에는 그나마 미안함을 내려놓을 수 있어 위로가 다.


고기가 오늘로써 24개월, 두 살의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2년 동안 초보 견주는 고기를 키우면서 서투름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고기의 두 살은 사람으로 비교하면 이미 반항 시기를 겪고 있는 사춘기 소년의 나이이다. 집에 분양한 지가 어제 같은데 벌써 2년이라는 세월을 맞이하고 보니 감회가 새롭다. 주인이 빠른 세월감 탓 있을 수도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산책길에 만나는 행인들 마다 이구동성으로 고기의 나이를 호기심으로 물어왔었다. 요즘은 관심에서 밀려난 것일까, 고기의 나이를 물어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아마도, 고기는 앳된 모습을 벗고 성견의 모습이 확연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들 여자친구가 강아지 생일 선물로 봉투까지 직접 제작해서 비스켓을 넣어왔다

아들은 고기의 생일에 맞추어 출장에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생일을 개 공원에서 고기 생일 파티를 준비했다고 한다, 파티 초청 대상은 주변에 반려견을 키우는 또래의 지인들이라고 한다. 아내와 나는 사실 연령 제한선 때문인지 생일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일주일 내내 특별한 야외 활동 없이 집안에만 갇혀 지냈던 고기는 오늘은 생일과 함께 크나큰 자유를 얻어냈다. 오늘만큼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생일을 맞이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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