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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엠디 Jun 30. 2024

서울에 집 한 칸, 미국에 방 한 칸

돈이 웬수다 

서울에 집 한 칸, 미국에 방 한 칸 있었으면 좋겠는 사람의 이야기=네.. 바로 저 장엠디입니다. 

살다보면 나이 대 별로 많이하게 되는 이야기 주제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10대에는 대학 20대에 연애, 30대에는 주식과 부동산과 같이 말입니다.

퇴사 직전까지, 아니 퇴사하고나서도 저는 부린이이자 주린이였습니다. 부동산 최대카페에 가서 아침마다 눈팅을 하고, 부동산 시세를 보고 임장을 핑계로 산책을 다니는 게 취미였답니다.


미국 생활을 앞두고 가장 목을 죄여 오는 것이 바로, "집"입니다.

아아, 달팽이는 태어날 때부터 자기 집을 짊어지고 다닌다는데 얼마나 부럽던지요.



지난 달에 남편과 함께 미국에 잠깐 다녀왔습니다. 렌트할 아파트를 미리 보려고 였지만, 결론적으로는 구하지 못했습니다. 매일 5군데 이상 장소를 보고 갔지만 치안이 걸리던지, 또는 렌트비가 너무 비싸던지 또는 관리가 잘 되고 있지 않거나 새 집이라 냄새가 너무 심하거나,다니게 될 학교에서 너무 멀거나 등 망설이게 될만한 요인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멋진 싱글하우스에도 살아보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매일 잔디깎기부터 예쁘게 집을 관리할 엄두가 나질 않더라고요. 관리가 쉬운 아파트 위주로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도 평생 살았던 곳이 아파트나 주택이었다보니, 성냥갑같은 아파트를 언젠가는 탈출해보고 싶다고하면서도 아파트의 노예가 되었나봅니다. 

texas 호텔에서 내려다 본 TEXAS 시내 전경. 예쁘다, 보다는 저 중에 내 집이 있을까 착잡함이 먼저 떠오르던 여정. 


https://www.apartments.com/

미국 집은 여러개의 사이트를 추천받았는데, 거의 아파트먼트 닷컴에서 보고 구글맵을 켜서 꼼꼼히 세입자들의 후기를 평점 순으로 정렬하여 읽어보았습니다.


- 아파트먼트 닷컴, 구글 맵스 평점 순으로 확인하면서

* 치안(1순위),주요시설(마트,병원,은행,학교) 로부터의 접근성 및 거리, 쓰레기 처리 등 아파트 관리 정책 등을 꼼꼼히 살폈습니다. 보통 미국 렌트비에는 별도 비용이 많이 붙습니다. 전기,수도는 별도이고, 주차장 사용료 (+햇볕이 들지 않는 그늘 자리는 추가 금액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 텍사스의 경우에는 너무 더워서 볕이 많이 들어오는 곳에 주차했다간 차를 탈 수 없을 지경이라고),해충관리비 등 한국에서 생각하는 통상적인 관리비 이외에도 붙는 금액들이 많았습니다. 


뉴욕은 원룸같은 곳이 월세 500이더라, 등등 무시무시한 미국 집세에 대한 괴담, 아아 뜬소문이기를 바랐건만 물가가 정말 미쳤습니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원래 가기로 했던 캘리포니아 어바인 지역에 비해 텍사스 물가가 많이 저렴하다는 것일까요? 그래도 웬만한 대기업 월급의 절반 이상은 집세로 들어갈 만큼 rent비가 어마무시하더라고요. 집을 알아보는 데 소요된 시간이 꼬박 한 달반, 텍사스 해당 지역에서 대학을 나온 회사 동료의 도움을 받아 여기저기 부동산을 컨택하고 좋은 realtor를 만나 겨우 몇 일전에야 임대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심지어 웃기게도 미국에 가서 직접 실사를 한 곳이 아닌, 사진만 보고 계약을 덜컥 하게 되었네요.)


둘이 손 잡고 잘 헤쳐나가길. 




그릭요거트 먹으면서 베이킹 공부하던 퇴사 뒤의 어느 날 . 소중한 나의 신혼집, 보금자리.  


 일 년 반 만에 덜컥 비우게 될 한국 신혼집 정리도 마음의 짐입니다. "서울에 집 한 칸"을 얻기위해 마치 공부하고 취업하고 인생을 걸어왔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집 한 칸 마련하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니까요. 저의 경우에는 남편이 먼저 살던 집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집 대출을 갚던 3년간 남편은 양말을 기워서 아끼고 또 아껴 신고 여름에도 에어컨은 일절 틀지 않았으며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몇 개 역을 걸어다녔습니다. 애정과 손때가 묻어있는 아기자기하고 작은 보금자리였던 신혼집을 정리하고 미국에 나갈 생각을 하니 빨리 정리해야한다는 압박감 80%, 한국에서의 신혼이라는 chapter 1이 마무리되는 것 같아 아쉬움과 슬픔이 20%이네요. 


끝으로 저는 참새가 방앗간 가듯 들락날락거리던 부동산 카페 탈퇴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뭐랄까.. 제가 스스로 좀 못나지더라고요. 저보다 더 심지가 굳고 마음이 단단하신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워낙 팔랑귀인지라 부동산 카페를 자주 들락날락하다보니 마음이 얼마간 우울해졌던 것도 사실이거든요. 아주 크고 좋은 집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라고 할지라도 먹고 사는데는 문제없이 소소히 행복한데, 부동산 카페에만 들어가면 자꾸만 타인과 저를 비교하며 작아지고 있었습니다. 여보, 저 사람은 우리랑 동갑인데 벌써 **40평대 살고 있대, 와 같은 모습 말이죠. 어차피 인생은 자신의 페이스대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구태여 가지지 못한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게 일견 저의 허영으로 느껴졌습니다. 특히, 남편의 쓰러짐이라는 큰 일을 한 번 겪고 보니 건강 이외에 것들은 부질 없이 느껴지기도 했고요. 


 실은 미국 생활을 앞두고 굵직한 재산들을 처분하고 집을 rent하고 이것저것 돈 들어갈 일이 많다보니, 부쩍 퇴사한 회사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다가옵니다 - 물론 남편의 수입이 있지만, 가계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은 결코 작은 일은 아니니까요. 그간은 "커리어"와 "꿈"과 같은 좀 더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이었다면, 현실적으로 "돈"이 좀 아쉽습니다. 남편의 MBA가 끝난 2년 뒤 저, 장엠디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미래에 대한 아득함과 기대감이 공존되네요. 


그 모든 과정을 제가 사랑하는 이 곳 브런치 공간에 남기고자 합니다. 지켜봐주세요. 

모두 즐겁고 행복한 밤 보내세요 독자 여러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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