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잃어버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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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해 생일이 지나면서, 공식적으로 50살이 되었다.
(나는 서양식 만 나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이미 '나'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50살이 되면서 몸으로 와닿는 사실이 있는데,
그건 바로 내가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자각이었다.
놀랍게도 나는 40대를 지나는 내내 한 번도 내가 늙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마음은 아직도 17살에 머물러 있다며, 나의 철없음을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하였고,
평생 화장을 안 한 내 얼굴이 날이 갈수록 '동안' 소리를 많이 듣게 되는 것이 좀 뿌듯하기도 하였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에도 거침이 없었고, 열정과 에너지가 넘쳤으며, 좀처럼 지치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50살이 되자, 내 몸이 나에게 먼저 알려주었다.
그 시작은 눈이었다.
도수가 있는 안경을 착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안경을 벗고 맨 눈으로 봐야만 작은 글씨가 보이기 시작했다.
노안이 온 것이다.
그러면서 세상에 내가 볼 수 없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손가락으로 늘릴 수 없는 고정된 사진들,
약병 뒤의 빼곡한 작은 글씨들이나, 포스터 아랫 쪽에 적힌 작은 글자들을 읽을 수 없게 되었다.
언제 어디서나 수시로 안경을 들쳐올리고 맨 눈을 보여야 한다는 사실이 수치스러웠다.
옛날에 선배들이나 선생님들이 그러시는 걸 보면서 안스러워했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내가 그러게 된 것이다.
그 다음은 무릎이었다.
살이 조금만 쪄도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앉았다가 일어설 때면 나도 모르게 "끄응~"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길을 가다가 갑자기 무릎이 꺾이는 듯한 느낌을 종종 받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뛰는 게 두렵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얼마든지 뛰고도 남았을 건널목 신호를 보면서도 멈칫거리게 되었다.
난생 처음으로 무릎 연골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살까지 살게 될지 모르는데, 지금 상태로라도 어떻게든 잘 유지를 해야한다는,
'보존'의 개념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뛰지 않기 시작한 건 꼭 무릎 때문만은 아니었다.
언젠가 한 번은 막 떠나려는 버스를 잡아 타기 위해,
예전처럼 신나게 달려서 겨우 올라탄 적이 있었는데,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한참이 지나도록 가라앉질 않아서 엄청 민망했던 적이 있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어찌나 호흡이 힘든지 스스로 놀랄 정도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너무 충격받은 일이 또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내가 극장에서 졸게 되었다는 점이다.
영화 매니아인 나는 단 한 번도 극장에서 졸아본 적이 없었다.
아무리 재미없고 지루한 예술 영화를 보더라도, 하품만 몇 번 했지 푹 잠이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 건 내게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극장에서 코 골며 자는 사람들은 내게 경멸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그랬던 내가! 내가!!!!!
극장에서 졸기 시작했다. ㅠ.ㅠ
이건 의식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나도 모르는 새에 이미 잠이 들어 있었다.
정말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다.
나는 그 이후로 극장에 가는 것도 꺼리게 되었다. 또 잠이 들까봐. 그러다 코라도 골게 될까봐. ㅠ.ㅠ
사람이 많은 번잡한 곳에 가는 게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귀가 따가울 정도로 지나치게 시끄러운 곳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밖에 나가는 것보다 집에 있는 것이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위가 줄었는지 짜장면 한 그릇을 다 먹지 못하게 되기 시작했다. (OTL)
카톡을 칠 때 손가락 근육이 줄어들었는지 자꾸 오타가 늘기 시작했다.
길에서 청소년들이나 청년들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좋~~을 때다!" 이러고 있기 시작했다.
아! 나는 젊음을 잃어버렸다.
너무 슬프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