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 글쓰기 좋은 질문 434번

by 마하쌤

* 왜 당신이 하는 일은 항상 옳고 남이 하는 일은 잘못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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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야 쉽지.


우리는 일단 모든 것을 내 기준, 내 경험에 비추어서 판단하기 때문이다.

내 생각 자체를 의식적으로 점검하지 않을 경우, 대부분은 무의식적으로, 자동적으로 그렇게 되어버린다.



MT에 가서 친구가 설거지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치자.

그러면 내 속에서 나도 모르게 마음의 소리가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한다.

'저렇게 쌓으면 나중에 와르르 쏟아질 텐데... 비슷한 종류의 그릇끼리 모아서 놓는 편이 더 좋을 텐데...

저런 건 뒤집어 놔야 할 텐데... 왜 저렇게 대충 닦지? 세제가 그대로 남아있을 것 같은데...'

친구의 이해할 수 없는 설거지 방식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왜? 나와 다르거든.

아무리 생각해도 내 방식이 맞는 것 같은데, 친구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거든.


그런데 이건 내가 지금까지의 내 설거지 경험에 비춰봐서 내린 결론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깨끗한 설거지'의 기준에 맞춰서 내린 결론이다.

나는 이보다 더 나은 설거지 방법을 알지 못하며,

타인이 갖고 있는 '설거지'에 대한 개념이 나와 다를 수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상태이다.

난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아니, 자고로 설거지란, 모두가, 당연히, 이렇게(나처럼), 해야 하는 거 아냐?'



하지만 친구는 지금 설거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설거지를 대충 해치워놓고 빨리 방으로 돌아가 다시 노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우리는 중요하지 않은 일에 그렇게 많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도저히 믿을 수 없지만,

친구의 기준으로 봤을 땐 이 정도면 충분히 깨끗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자기 집에서는 설거지를 거의 안 하지만, MT니까 다른 여학생들에게 점수 좀 따려고 자원해서 맡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한 설거지는 친구의 기준에서는 진짜 깨끗하게 한 것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그는 '같은 종류의 그릇', 혹은 '같은 모양의 그릇'이라는 것에 대해 거의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친구에게는 그냥 모든 것이 똑같은 '그릇'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따라서 친구의 기준에서는 이게 맞는 설거지다.

그의 목적과 라이프 스타일과 행동 방식에 모두 부합하는 최적의 설거지다.

다만 그것이 나와는 다를 뿐이다.



막말로 나는 나 이외에 다른 사람으로 살아본 적이 없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오직 내가 본 것, 느껴본 것, 경험해본 것, 배운 것이 전부다.

그래서 그게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아예 못 한다.


하지만 타인은...

나와 생긴 게 다르다. (외모, 키, 체격, 건강 상태, 피부색...)

생긴 게 다르면 세상을 완전히 다르게 경험할 수 있다.

나와 부모가 다르다.

어떤 부모 밑에서,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랐느냐가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나와 성격(기질)이 다르다.

나와 만난 사람들이 다르다.

나와 배운 게 다르다.

나와 경험한 게 다르다...


이 모든 게 다른데,

어떻게 나와 같은 기준, 같은 습관, 같은 경험을 가질 수 있겠는가?

게다가 우리는 다들 우주에 단 하나뿐인 존재들이다.

애초에 타인에게서 나랑 같은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냥 타인은 나랑 아무것도 안 맞고, 안 통할 것을 디폴트 값으로 하는 것이 훨씬 더 이성적인 결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면에서 나랑 비슷한 면이 있다면,

그게 기적인 거지.

안 그런가?


그래서 내가 북토크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내 뜻대로 안 되는 건 정상, 내 뜻대로 되는 건 기적"이라고.


누군가 나와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면,

일단 그 자체를 지극히 당연하게 여기고, (이상할 것이 전혀 없는)

신기하게 쳐다보면 된다.


왜? 진짜 신기하지 않나?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하고 말이다.

그 사람 덕분에 내 인생의 견문이 더 넓어졌다고 생각하면 좋다.

진짜 이해 안 되는 사람을 만날 수록, 내 이해도가 본의 아니게 미친듯이 넓어졌다고 자조하면 된다. ㅋㅋㅋㅋ


그럼 삶이 조금은 더 재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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