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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김 Mar 08. 2024

엄마가 딸에게_이상형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 | 내딸과 집단따돌림극복기 열여섯

모르겠어. 어디부터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 건지. 나는 걍 모를래. 그치 다 아는척하는 건 늘 꼰대나 하는 짓이었어. 그러니까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돼.


'아, 그거?' 의미 없는 대사를 얼마나 쳤는지 그땐 모르는 걸 안다고 해놓고 아는 척할 정도가 되려고 찾아보던 때였나 봐. 그냥 모르겠어. 그게 정답이더라.


내 인생 나도 모르겠는걸. 이 나이즈음 되면은 막 다 알 줄 알았다. 아니 사실은 다 아는 것처럼 남들 인생에 잘난 척 훈수. 그러고 나면 은근 뿌듯해하고 말야. 나나 잘 살지. 뭘 남까지 가르치려 들까. 남이 나보다 더 못 해 보이면 한 마디하고 괜히 우쭐해해. 부끄럽네.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고 보니.


네 아빤 말야. 어쩌다 미혼 친구라도 보면 결혼 언제 하냐 누군 만나냐 한다. 그럴 때마다 난 꼰대 아닌 척, 아니 이제 무슨 세상인데 그런 질문을 하냐 했거든. 난 좀 다른 척 생각이 앞선 척.


근데 사실은 나도 그랬더라. 네가 나중에 혼자 살겠다. 그게 삶의 신조다 하면, 아, 내가 죽고 나면 누가 달래주지? 좋은 사람과 함께이면 좋겠다 이런 생각, 내심, 하면서. 그 방법은 대부분 결혼이라는 거지. 결국 날 닮은 너 널 닮은 누군갈 만나 살아가고 사랑하고 그러길 바래.


다행이야, 네 마음에 사랑이 가득해서 요새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어 하더라, 다행이다 정말.

네 마음처럼 우리 마을에 먼저 온 봄꽃

요즈음 세상에는 점점 가족의 구성원이 다채로워지고 있대. 친구, 동지, 파트너, 동반자, 어떤 이름으로 어디서 만난 누구라도 가족처럼 서로를 아낄 수도 있겠지.


그 누군가는 좋은 사람이어야 하는데 말야 그러려면 네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난 왜 그걸 결혼하고 나서 알았을까. 내가 만난 사람은 나만큼 좋은 사람이야, 거의 그래. 어쩌다 나보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있지. 근데 그게 꼭 좋은 건 아니다.


오히려 네가 그 너보다 좋은 면을 가진 사람 쫓아가려고 가랑이가 찢어지는 경우가 있기도 해. 그래서 그런가 봐. 딱 자기만큼 좋은 사람과 눈이 맞는 것. 엄마도 뭐 너네 아빠만 만난 건 아니거든. 눈코입이 좀 흐릿한 편이고 쨍쨍한 색깔의 옷이 잘 받는 나라 그런지, 작은 모임에서 누군가가 보여, 첫인상이나 소개팅보다.


아마 첫인상이 화려하고 눈코입 선명한 누군가는 단 한 번의 만남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래서 내가 눈코입 뚜렷한 네 아빠를 만난 걸 거야.


다행이야, 네 눈코입 다 내 타입이거든. 적절히 흐릿한 내거랑 아빠게 섞여서, 하하하.


미안 내딸, 네가 혹시 눈코입 어디에라도 콤플렉스가 생기거들랑 이 글을 읽어줘. 네 얼굴은 내 이상형이고 지향점이야. 이제 사춘기에 들어서는 네게 그런 날이 이미 온 거 같기도.


어쨌든, 결국 나만큼 좋은, 내가 좋아하는,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더라. 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만큼이나 지혜롭고 현명할 거야. 그리고 너만큼 예쁠 거야 마음도 몸도.




난 너무 많다. 네게 하고픈 말이. 근데 이상해. 왜 같이 앉은자리에서 일주일 동안 나눈 말보다 여기에 더 많을까? 같이 지내는 시간과 나누는 이야기 양은 정비례는 아닌 거 같다. 어느 순간 당연하게 느끼니까. 너의 자리 나의 시간 모든 것을 오늘 처음 가졌고 내일 없을 거라 생각하면 아닌데.


죽음은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다 생각하는 것은 불안을 자극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이 함께 있다 생각하면 이 순간 더 온 힘을 쏟을 텐데. 좋은 글이 담긴 책을 읽는 순간에는 불끈 두 주먹 쥐면서 맞아, 오늘 가서 잘하자 하고 다시 일상에서 나는 나로 산다.  


뭐 그렇다고 갑자기 두 눈에 힘주고 널 볼 때마다 눈물 그렁그렁해도 오글오글 거리잖냐.

사랑해,  내딸, 그대로.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늘 한결같이.



추신: 

내 첫 번째 독자 내딸, 제목 정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오늘의 브금 :


그대로 와 줘요, Young K (Day6)  


고생 많았어요 하루는 어땠는지 표정만 봐도 알 것 같아요 오늘만은 내가 먼저 다가갈래요 늘 달려와준 건 그대니까요 무슨 말을 해도 살포시 웃어 주던 그 입가에 미소가 지워져 있네요 그댈 힘들게 한 모든 걸 떠안아 줄 맘으로 나 여기 있어요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그대 내게 와 줘요 지친 몸을 내 품에 기댄 채 있어요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내게 말을 해줘요 하루 종일 쌓여 온 마지막 한숨까지 나에게 다 들려줘봐요**


무슨 말을 해도 편이 되어 줄게요 그 입가에 미소가 살아날 때까지 그댈 아프게 한 모든 걸 잊게 해 줄 맘으로 나 여기 있을 게요 **


내맘변할일없을거에요 내삶이 다하는날까지 이 자릴지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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