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눈처럼 조용한 부동산 시장을 뚫고 우리 집을 보러 온다는 사람이 생겼다. 내놓은 지 한 달여 아무 소식 없더니 젊은 남자분이 보고 여자친구 보여주겠다며 사진 찍어간 날. 바로 가계약금을 쏘기까지. 상황을 아는 부동산 사장님은 우리 집을 미루었다가 보여주셨다. 빨리 나가야 하는 집이니 더 신경을 써주셨다고.
이것 봐, 세상엔 참 좋은 사람이 많다.
가계약금을 입금했으니 어서 집을 알아보시라. 하는 전화가 왔을 때엔, 시댁으로 향하는 길이었고. 거기서 세 시간이면 가는 거리라 다 같이 하룻밤 자고 집을 보러 가기로 결정했다.
집을 보여준 것도 딱 한 번, 그 손님이 계약을 했는데, 새로 살 집 역시 처음 본 집으로 낙찰.
몇 없는 매물이기도 하고, 상태도 조건도 맞춘 듯. 진작에 이랬어야 하는 것이었나 싶다.
그리고 나는 '이상해'만 반복했다. 그간 무엇하나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 것 투성이라. 이상하기만 했다. 이제는 당연하다 이리될 일이었다 해야지 하면서도.
20년 만에 다시 향하는 곳. 늘 오고 싶었지만 어쩐지 헛헛한 마음이 앞섰다. 밀어주는 바람을 따라와서일지도. 계획대로 되는 것도 많이 없고 의기소침해졌다.
자연은 그대로 어여쁘다. 손대지 않아도..
계획 집착을 버려야 산다.
그저 상황에 맞게 또 쓰고 또 지우고 또 쓰기
바람이 이끄는 대로 가는 게 처음이라 그런가. 틈나면 마음이 향하던 곳이건만. 열망은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집을 보러 가는 길, 어린 둘째와 운전대를 잡고 길고 긴 터널을 지나 보이는 건물들이 낯설었다.
사람 차 아파트로 가득 찬 도시와 나는 맞지 않다. 그 때문에 잡을 수 있는 일자리 생계를 핑계로 마음속 외침은 묻어둔 지 오래였다. 새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