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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김 Mar 15. 2024

황금빛 핵심기억_방황하기

제페토라방, 웹툰, '이 나이에' | 내딸과 집단따돌림극복기 열일곱

아직도 그때가 너무 아프다. 가슴을 후벼 파는 듯 아픈 상처를 들쑤시는 느낌이다. 


애써 떠올리지 말자 해도 불현듯 찾아오는 기억과 느낌.


나는 과거 분석과 의미 찾기가 습관이라, 언젠가는 이 느낌을 정리를 해야 소화가 될 거 같다. 여전히 마주 보기는 어렵다. 운전대를 잡고도 갑자기 올라오는 슬픔에 울컥. 왜 이렇게까지 아파야, 아니 왜 이렇게 길어야 했나. 


인생에 중요하지 않은 시기가 언제고 아파도 괜찮은 시기가 어디 있나. 반년이 상처로 얼룩졌다고 생각하니 아팠다


우리가 좋아하는 영화 '인사이드아웃'에서 슬픔이가 만진 핵심 기억에 황금빛 무늬가 아로새겨졌다


곳에서 만든 추억은 황금빛이 되었다. 

우리 이제 새롭게 섬을 만들자.




고등학교 1학년? 2학년인가, 나는 천리안, 하이텔을 전화선 뚜루루 소리로 인터넷을 시작했다. 그리고 친구 따라 나간 모임. 아마도 같이 채팅하던 사람들, 낯선 공간에서 알게 된 새로운 친구들. 뭐 대단한 걸 하진 않았다. 수다 떨다 말았지만, 짜릿하지. 나도 알아.


너는 어리지만 네 목마름이 그때의 나와 다르지는 않구나. 네가 왜 제페토 라이브방송 허락해 주세요 했는지. 지금 생각해 보니 알겠다만. 어디서 나온 흥이고 끼일까? 비슷한 경험을 가진 제페토 친구 라방에 초대되어 기타를 쳤다고. 직접 라방을 열고 싶다는 너. 


래도 말이야 우린 여전히 절대 노노. 걱정스러워. 아니 엄청나게 무섭다. 벼락같은 이 모든 발단이 인터넷이라고 생각하니까. 


낯선 이가 준 상처가 아니고 오래 알던 걔네들이 생각 없이 '뱉은' 말과 의도가 나쁜 것일지라도 엄빠가 더 오버해서 걱정하는 것이다. 


늘 네가 원하는 것을 이해하는 건 동서남북 안 적힌 지도 읽기와 같다. 왜 아이폰 주세요 하나 했다. 메모리 사양이 니폰 내폰 다 안되고 아이폰이 라방에 최적이더라. 


어떻게 지켜낸 일상인데, 널 다시 잃을 순 없다. 


조금만 더 천천히 가자. 


천천히 가자. 뒤돌아 보면 빙빙 돌아온 길일지라도. 


나도 당장 뭐라도 해야지 어디든 나가야 하는데 싶을때가 있다. 너라고 왜 조바심이 왜 안 들까. 


지금은 그래. 우리 조금 늦게 시작한다고 해서 우리 인생 확 망하지는 않듯이 지금 못한다 하도 삶에 큰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는다. 


아직은 이르다. 천천히 가자. 


우리의 보호를 벗어날 수밖에 없는 때가 똑딱똑딱 이미 오고 있다

그때까지만 우리의 염려를 이해해 주길 바라.




어느 날엔가 자다가 깼다. 새벽 3시 반. 목이 마르고 목 뒤로 가래가 넘어가는 게 불편해서였기도 다시 잠들기도 아까웠다. 기도, 밥 하기, 글쓰기.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은 많다.


해가 나오면 할 일이 늘어난다. 둘째 마음껏 안아주기, 아침거리 준비, 네 등교, 둘째와 산책하고 등원시키기 그리고 잊지 않고 운동하기. 아래쪽 치아도 욱신거려서 치과 가기.


하고 싶은 일도 많다. 드라마, 웹툰 마음껏 정주행 하기. 넷플을 끊지 못하는 이유는 도깨비, 환혼, 안나라수마나라, 보건교사안은영, 그리고 어제 시작한 중드 기지적상반장, 봐도 봐도 또 보고 싶은 것들이 생겨난다. 올리기만 해 봐라 구독료, 확... 하지만 정말 제발 올리지 마시기를 바란다. 보고픈 드라마 하나 끝나기를 기다렸다 몰아서 보는 재미를 빼고 살라니, 재미난 드라마가 너무 많다.  


자칭 이야기 중독자. 나는 웹툰, 드라마 사랑을 끊지 못한다. 사실은 도파민 중독자였나 보다. 사실 이건 잘못된 표현이었던데, 도파민디톡스라는 책을 끝냈지만 디톡스가 되지는 않았다. 


청소년이 주인공인 이야기에 열광하는 나. 한때 완득이 같은 영화가 열풍을 몰았던 걸 기억한다. 내 내면 아이는 아마도 그 나이즈음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괜히 창피하다. 사춘기에서 마음 커지기가 멈췄다는 것을 고백한 꼴이다.


어쩌다 도서관을 들리면 꼭 청소년 소설을 한두 권을 집어든다. 도서관이야말로 좋은 청소년 소설을 찾기에 최적인 곳이다. 우연히 좋은 작가를 만난다. 얼마 전에 네 외할머니와 가서는 '열아홉 이제 시작이야(최관의)'를 찾았다. 자전 소설에서 찐 힐링을 체험했다. 마지막 장에서는 몇 번이나 눈물을 닦았다. 말 그대로 작가님, '눈물 나게' 고맙습니다.


사랑, 성공,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를 향한 집념, 이상주의적이며 맹목적인 추구까지. 무엇보다 이 부분이 가장 환상적이다. 실패해도 재기를 꿈꿀 수 있다. 


십 대는 그렇다. 누구보다 '충분한' 시간이 있다. 꿈, 목적을 이루는 여정까지 내겐 너무 감동적이다.


 그리고 내 눈앞에 하루하루 네가 살아내는 삶이 그렇다. 

 



내 관심 웹툰 리스트에는 로판 열풍이 담겼다. 눈 떠보니 딴 시대에 딴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운명인 주인공이다. 처음 접했을 때는, 읽기도 보기도 힘든 이름을 쓰는군, 설정만 유지하고 이름은 은이 철이 하면 안 되나? 하며 낯설었지만 이젠 꽤나 고를 줄 아는 전문가다.


북부 공작의 의미도 알 정도이다. 아무도 모르는 거기 내가 아닌 나로 살고 싶은 일탈의 욕구를 채워 주는 환상적인 세팅이다. 제목도 어찌나 유치한가, 북부 공작님을 유혹하겠습니다,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하네되), 엔딩 후 서브남을 주웠다, 이번생도 잘 부탁해,......


이 나이에 이래도 되나? 


4학년 때 친구 따라 처음 간 만화방은 새로운 세계였고 이 나이까지 꾸준히 웹툰을 볼 줄이야. 사람 잘 안 바뀐다. 부끄럽지만 솔직해지려 한다. 그리고 요즈음 웹툰에는 내로라하는 이야기꾼들이 다 모인다. 아는 게 더 트렌디하다고라고 속으로 외쳐본다. 더 뻔뻔하게 웹툰사랑을 밝혀야지. 


그러고 보면 요새 나는 '이 나이에'라는 표현에 집착하고 있다. 


이 나이에 이렇게 살 거야? 좌절감을 부르는 마법의 문장이다. 아직도 청춘이라는 위안을 하기에는 이름 옆에 적힌 숫자가 적지 않다. 


나를 모르고 너를 모르고 산 시간이 길고 불안과 방황 속에서 어디론가 달렸던 시간이 길어서 더 그렇다. 


덧없이 돌아온 시간이었던가 하는 괴로움에 자책도 해봤다. 

그래도 아니다. 내 삶에 지름길은 없었다. 돌아 돌아서 온 이 길이 내 길. 우리 삶이다. 


아직도 방향을 찾는 중이고 헤매는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헤맬 거 같다.




그리고 

네가 계속 듣던 노래, 오늘 내가 들을 노래 :

Until I Found You, EmBeihold Ver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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