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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기] 책을 나도 써볼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책을 쓸 수 있지 않을까가 그 시작이었다.

by 최호진

남들도 다 한다는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작년 초 휴직을 하자마자 나는 자기혁명캠프 수업을 들었다. 자기혁명캠프는 <나는 오늘도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의 저자이신 청울림님께서 성인들이 다시 꿈을 꿀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일종의 자기계발 프로그램이었다. 초반에는 이 프로그램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이런 류의 프로그램이 처음이라 그런지 청울림 님도 그렇고,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분들도 그렇고 뿜어 내는 기운이 나에게는 어색했다. 하지만 휴직을 시작한지 얼마 안됐고, 어떤 모습으로든 변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싫지만은 않았다. 하나씩 수업에 적응할 수 있었고, 덕분에 나를 돌아보고 많은 도전에 발을 내디딜 수 있는 용기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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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수업 중 하루는 청울림님께서 강의에 참여하신 분들께 질문을 던졌다.


"여기 계신 분들 중 책을 쓰신 분이나 책쓰기를 준비하고 계신 분 계신가요?

어떤 상황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셨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과 관련한 이야기 중에 이런 질문을 던지신듯 하다.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꽤 많은 분들이 쭈뼛거리며 손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책 쓰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게 놀라웠고, 이 분들이 책쓰는 일에 도전하고 있다고 하니, 나도 언젠가는 책을 쓰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She can do, He can do, why not me?


중학교 때 상담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그리고 학창 시절 내 인생의 좌우명이 되었던 그 말이 생각났다. 책에 대해 막연하게 쓰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마음가짐을 새롭게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나도 책을 쓸 수 있을 거라고.


누구나 자신만의 콘텐츠가 있다던데


책을 써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가장 먼저 한 것은 강의를 듣는 일이었다. 내가 들었던 강의는 3만원 정도의 원데이 클래스가 대부분이었다. 책을 쓰려면 전문 책쓰기 강사에게 4주 이상의 강의를 듣는 게 효과적이라고들 하던데 그런 수업을 들을 수는 없었다. 우선 책쓰기를 하고 싶을 뿐이지 구체적인 것이 없었기에 그런 몇 주짜리 수업을 들어도 효과적일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런 강의들이 생각보다 너무 비쌌다. 휴직자 신분으로서 100만원 이상의 강의료를 내가면서 책쓰기 강의를 듣고 좋은 성과를 낼 자신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듣긴 했지만 원데이 클래스들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책에 대해서 "써보고 싶다"라는 마음만 갖고 잇던 내게는 적절한 수업이었다. 비록 두 시간 내외의 일회성 수업으로 끝내기는 했지만 책쓰기 전반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다양한 분들에게 들었던 수업 덕분에 책쓰는 일에 대한 내 생각도 바뀌게 되었다. 막연히 책을 써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은 책을 한 번 써야겠다는 확실한 목표가 되었다.


꼭 책을 써보겠다고.


그런데 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책을 써봐야겠다는 목표는 잡았는데 책을 쓸만한 주제거리가 보이지 않았다. 책쓰기 강의를 들을 때마다 강사분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책쓰기 주제를 갖고 있다고 했는데 나의 40년의 삶에서는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았다. 학창시절 공부를 잘했다 하지만 공부와 관련한 이야기를 쓰기에는 공부에 손을 놓은 지가 너무 오래 됐다. 물론 특별한 것도 없었고. 그렇다고 직장에서 업무적으로 전문성을 띈 것도 아니었다. 회사의 인사 정책이 갖고 있는 문제도 있었지만 그 속에서 뭔가 내 것을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나에게도 문제가 있었다. 아무리 나의 인생을 돌아봐도 내 인생에서 쓸만한 주제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좌절할 수만은 없는 노릇. 그래도 연초에 들었던 자기혁명캠프 덕분에 주저앉지 않고 하나씩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한 것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 책쓰기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심지어 처음 만나는 분들에게까지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덕분에 생각의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자존감","습관","꾸준함" 등과 같은 내가 관심있는 주제의 분야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분들 또한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은 매한가지.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남들인들 나를 어떻게 알겠는가?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하면 할 수록 수렁에 빠진 느낌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낼만한 내 콘텐츠는 보이지 않았다. 쓰고 싶다고 생각했던 내 꿈이 너무나도 막연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갖고 있는 목표가 어쩌면 헛된 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하다보면 한 권의 책으로, "언젠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왜"라는 접근을 당시에는 크게 하지 못했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왜 내가 책을 내고 싶은지에 대해서 더 깊게 고민했다면 일이 빨리 끝났으려나?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면 그 일은 부담이 되고 일이 된다. 덕분에 다소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그 때 나를 잡아준 게 하나 있었으니 바로 블로그였다. 지금도 루틴을 유지하고 있지만, 당시 나는 매일 하루에 하나씩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었다. 매일 쓰기로 약속을 했으니 꼭 써야 한다는 강박증 같은게 있었다. 하지만 꼭 강박증만이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게 만든 것은 아니었다. 드라마틱하게 구독자가 늘거나 조회수가 올라간 것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나의 블로그를 방문해주는 분들이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것이 주는 기쁨도 알게 됐다. 쓰는 과정에서는 힘이 들 때도 많았지만 다 쓰고 났을 때, 뭔가 정리가 된듯한 느낌이 좋았다. 착각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쓰겠다는 마음을 먹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그런 마음에 좌절이 들었을 때도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을 멈추진 않았다. 블로그를 써서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은 단연코 아니었다. 막연히 이것들이 책과 연결됐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있기는 했지만 매일 쓰는 블로그의 이야기들이 책으로 연결되기는 어려워 보였다. 다만 그냥 하루하루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잘 정리해보자는 마음 하나였다. 그렇게 글쓰기라도 하다보면 뭔가 나만의 콘텐츠가 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렇게 매일 꾸준히 쓰다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역설적이게도 마음을 비우고 하루 하루의 행동에 집중했더니 찾고 싶은 게 불쑥뿔쑥 나왔다. 그렇게 글을 쓰다보니 뭉쳐지는 덩어리 같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덩어리로 만들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이야기에서 계속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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