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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일기] 월요병이 조금 사그라들었습니다.

활기차게 주말을 보내는 게 비결입니다.

by 최호진


일요일에 출근하는 게 답이라고?


6,7년년 전 쯤의 일이다. 부서 직원들이 사장님과 점심을 먹는 자리였다. 거리낌없이 할 말은 다 하는 나였지만 사장님과의 점심은 부담스러웠다. 왜 굳이 직원들과 밥을 먹으려 하는지 사장님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았다.

조용히 앉아서 밥에 집중해야지라는 생각으로 가장 구석자리를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건 사실이었다. 공통의 관심사도 없었기에 대화는 허공만 맴돌 뿐이었다.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였다. 밥을 먹는 데 동료 과장 하나가 인터넷에서 농담을 꺼냈다. 아주 해맑은 말투로.


"사장님, 월요일을 극복하는 방법이 뭔 줄 아세요? 그건 바로 일요일에 출근하는 거래요 호호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얼음이 되었다. 두 명만 빼고. 생각하면 할수록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 설사 그런 농담이 인터넷 상에 유행한다 하더라도 사장님 앞에서 할 소리는 아니었다. 그걸 좋다고 허허 웃는 사장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뜩이나 불편한 점심시간이었는데 짜증이 조미료처럼 버무러졌다.


이제는 과거의 이야기로, 그냥 우스갯소리로 넘길 수 있는 에피소드로 남았지만, 가끔씩 그때의 생각이 난다. 그렇다고 그때의 짜증이 동반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월요병이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 날 들었던 해맑은 말투의 농담이 생각난다. 그리고 혼자 진지해져서 월요병에 대해서 생각해 보곤 한다.


과연 우리 직장인에게는 월요병은 숙명인걸까? 그리고 월요병을 극복하기 위해서 일요일에도 나와서 워밍업을 해야 하는 걸까? 그것이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듯 싶은데 딱히 해결책도 없어 보였다. 복직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바쁜 주말을 보내고


2주 전 주말, 토요일, 일요일 , 아침마다 일정이 있었다. 토요일에는 내가 주관하는 모임에서 한 분을 모시고 강연을 들었고, 일요일에는 새벽에 진행되는 독서모임에 참여해야 했다. 주말인데도 5시 반에 강제 기상해서 하루를 맞이해야 했다.


아침 모임을 마치고 달리기를 하고 글을 쓰고 주중에 하지 못했던 몇 개의 일들을 처리하고 나니 어느새 순식간에 일요일 저녁이 되어 버렸다. 씻기 위해 욕실에 들어가는데 내일 출근한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신기한 건, 내일 출근한다는 사실이 아주 싫거나 힘들게 다가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냥 있는 그대로 출근한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는 수준의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니 주말동안 회사에 대한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었는데 그게 오히려 신기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그렇게 까맣게 잊고 있었기에 회사를 간다는 사실이 크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주말을 "잘" 보냈다는 사실이 돌아오는 월요일이 두렵게 느껴지지 않게 만드는 듯 했다.


지난 주 주말도 마찬가지로 바쁘게 지냈다. 농촌으로 유학 간 아이들이 서울로 오는 주간이라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금요일 퇴근하고 일요일 아이들을 배웅할 때까지 치열하게 열심히 아이들과 놀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니만큼 밀도있게 서로를 안아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일요일 저녁이 돌아왔고, 다음날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덤덤히 받아들이고 잠을 청할 수 있었다.



퇴근 후 바쁜 삶이 덜 스트레스 받는 비결입니다


사실 왜 그렇게 덤덤하게 받아들였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아마도 복합적인 이유 때문일 것이다. 우선 회사에서의 일이 요즘 평탄한 것도 한 몫 하는 듯 하다. 하는 일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때때로 재미라는 것을 느낄 때도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아서 스트레스가 덜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회사에 가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거나 압박으로 다가오지 않은 듯 하다.


회사 밖에서 충분히 재미난 일들을 경험하는 것도 이유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재미난 일들을 많이 하다보니 상태값이 어느 정도 “업”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회사가 아무리 힘들어도 그냥 그럭저럭 견디게 만드는 것 같다. 퇴근하고 즐겁게 지내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그런데 생각해 보면 퇴근 후 즐겁게 지내는 게 회사 스트레스를 덜 받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내 삶의 축이 회사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있다고 생각하니 회사가 내 삶의 전부라는 생각을 버리게 되었고 덕분에 견딜 수 있게 되었다.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회사를 대하게 되기도 했고.


물론 몸이 힘들 때도 있다. 들어 누워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싶을 때도 있다. 그리고 그럴 때는 푹 쉬기도 한다. 내가 에너자이저도 아니니 필요할 땐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대체로 나는 바쁜 시간들이 좋다. 그것이 나를 갈아서 뭔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냥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서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시간 덕분에 나는 월요병을 극복하며 지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다시 이 병이 도지게 될 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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