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모드 직장인이 되어 봅시다.
얼마 전 강남역으로 출장을 갔다가, 근처에 근무하는 친구와 저녁을 먹었다. 서로 바빠서 1년에 한 번정도 만나는 사이지만 만날 때마다 반가운 친구다. 갑작스런 방문에도 저녁 시간을 내주고 맛있는 밥까지 사줘 고마운 친구이기도 하고. 아마도 밥을 사줬다는 게 나에게는 엄청난 감동의 포인트였을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만나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트렌드에 맞게 대화의 주제는 주식, 부동산 등 돈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이럴 때면 우리가 나이를 먹었다는 게 실감이 난다. 어렸을 때 "사회"를 고민하고 "정치"와 "역사"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던 그때의 청년들에 비해 때가 많이 묻어 버린 느낌이다. 어쩌면 이게 진짜 현실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고.
그런 와중에 친구는 요즘의 고민에 대해 나에게 넌지시 이야기를 꺼냈다. 직장 생활에 대한 이야기였다. 친구는 작년부터 회사 신사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작년 1년 동안에는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느라 꽤나 애를 먹었다고 한다. 회사에서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데, 기대하는 바가 커서 부담도 컸단다. 공감가는 이야기였다. 어디서든 새로운 사업을 벌인다는 게 쉽지 않으니까. 그러다가 올 해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고 한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작년부터 계속 고민을 하다 얻어낸 생각 같았다. 그는 부담을 갖고 일하기 보다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냥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마음가짐을 단단히 먹은 듯 했다.
"꼭 글을 쓰고, 작품을 만드는 것만이 창조 활동은 아니라고 생각해. 내가 회사에서 일을 만들어 가는 것 또한 창조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이번에 내가 만드는 것을 나를 위해서 제대로 만들어 보려고. 뭐 안되면 쫓겨나기밖에 더 하겠어?"
회사에서 일을 하는 부분을 "창조"라는 관점으로 접근한 친구의 발상이 마음에 들었다. 항상 남 좋은 일 시켜주는 거라고 투덜거렸는데, 내가 글을 쓰며 만들어 가는 것과 회사 일을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니, 회사에서 하는 일이 달리 보이는 느낌이었다.
사실 최근 나도 비슷한 류의 고민을 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하는 일이 어떻게 하면 나에게 의미를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나에게 의미를 주기 위해서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했다. 단순히 회사에서 월급을 주니까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돈 이상의 가치를 스스로 만들고 싶었다. 동시에 그것이 일의 기쁨과 보람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으면 했다. 사실 기쁨과 보람이라고 하기에는 회사에서 하는 일이 즐겁지만은 않을 뿐더러 그렇게 즐길 깜냥이 되지도 않았다.
그 때 불현듯 떠오른 게 바로 "포트폴리오"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의 이력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 회사를 나가서 다른 곳에 취직을 하든, 새로운 사업을 하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의 역량을 넓히는데 도움이 되는 쪽으로 일을 만들어야겠다고도 생각했다. 그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하고 스스로에게도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적어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 하나만은 확실하니까.
나를 위한다는 면에서 친구의 창조와 나의 포트폴리오는 같은 맥락이다. 비슷한 점이 많았지만, 일의 의미를 따지는 데 있어 "나"를 중심으로 두었다는 것이 가장 유사했다. 비록 내가 오너는 아니지만 회사에 몸 담고 있는 이 순간 나에게 그것이 어떤 가치를 주느냐를 계속해서 고민하는 게 필요해 보였다.
회사에서 독서 연수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공짜로 책을 주고, 그 책에 대한 감상문을 쓰고 시험을 보면 되는 연수다. 재미없는 책들이 대부분이지만 공짜로 책 한 권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4월에 연수 하나를 신청 했다. 내가 선택한 책은 <결국 성공하는 사람들의 사소한 차이>였다. 성공이라는 말에서 거부감이 일긴 했지만 사소함이라는 말에 끌려 선택한 책이다.
책은 사소한 삶의 태도가 결국 많은 것을 바꾼다고 설명한다.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보여주는 책인데, 엄청난 감동과 가르침을 주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분명 배울만한 것들이 있는 책이었다. 그 중 눈길을 끄는건 내 삶의 미션과 사명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부분이었다.
"미션을 의식한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을 비교해보면 인생의 만족감이 크게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인생에서 이뤄야 하는 미션은 무엇일까? 만약 지금까지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부터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이 이야기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회사에서 내가 아니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인생에서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내가 어떤 것을 이뤄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는다면 우리의 회사 생활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무한 반복되는 힘겨운 싸움일 수 밖에 없다.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 일이란 대운동장에서 모래알 세는 것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일 것이다.
회사에서 내가 해야 할 미션을 나의 관점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모드는 수동적인 것에서 능동적인 것으로 바뀐다. 단순히 누군가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수비 모드에서 벗어나, 나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해내는 공격 모드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만드는 것 하나 하나가 창작활동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 낸 것들이 나의 삶에 그리고 직장생활에 포트폴리오로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직장생활을 창조로 비유해준 친구가 참 고맙다. 덕분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