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직장생활을 리부트하고 싶었습니다.
휴직을 하고 해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가 "강의"였다. 남들 앞에서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했기에 주제를 잡아 사람들 앞에 강의를 하면 재미날 것 같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강의의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그럴만도 했다. 좋아는 했지만 남들 앞에서 강의할 정도의 나의 콘텐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 40여년을 살아온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이야기가 되려면 어떤 것을 파보면 좋을지 생각했다. 그때 나왔던 아이디어가 바로 "직장생활 반성문"이었다. 막 취업한 직장인들에게 나의 직장생활에 대한 아쉬운 점들을 알려주고 그들이 나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으면 좋을 듯 싶었다. 그렇게 나의 14년 직장생활을 회고했고 그 속에서 하나 둘 나의 잘못들을 찾을 수 있었다.
아쉽게도 직장생활에 대한 반성문은 나의 강의 콘텐츠로 연결되지 못했다. 당연한 이야기일 듯 싶다. 사람들이 나의 반성에 대해 관심을 가질리 만무했다. 그렇다고 강의를 해보겠다며 특별한 노력을 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 반성문을 썼던 작업이 꼭 쓸모 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콘텐츠는 나를 돌아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직장생활에서 한 발짝 떨어져 지내면서 직장생활을 그리고 더 나아가 앞으로의 사회 생활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깊게 고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결국 나의 첫번째 책인 <퇴사 말고 휴직>의 콘텐츠로 들어갔다.
휴직을 하고 회사 생활을 돌아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그 속에서 나의 잘못이 하나 둘 나타났다. (중략) 회사를 그만두든, 회사에 남든 지금의 반성이 분명 나의 인생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리라 본다. 제대로 반성하지 못한다면 기존의 사슬 또한 끊지 못할 것이다. <퇴사말고휴직, p.237>
작년 초 복직을 하면서 원대한 소망을 품었다. "누가 휴직자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최호진을 보게하라"라는 말을 목표로 삼았다. 대학 때 들었던 말을 패러디해서 나의 목표로 만들었다. 휴직을 하고 나면 회사에서 이런 저런 차별을 받는다고 하던데, 그러지 않고 "잘" 살고 있음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그 잘 산다는 기준이 회사 생활에서 승진을 빨리하고 인정을 받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다. 나의 기준에 맞춰 회사 생활을 즐겁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휴직을 두려워 하는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었다.
그런 원대한(?) 목표 덕분이었는지 첫 출근을 하는 날 설레는 마음으로 회사에 갈 수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회사 건물이 반가웠고 그 마음을 간직하고자 사진을 찍었다. 복직을 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때의 흥분된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 난다. 정말 잘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마음을 담고자 일주일에 한편씩 복직일기를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직장생활의 반성문이 나를 돌아보는 데 도움을 주었던 것처럼 복직 후 쓰는 일기가 내가 가졌던 마음가짐을 다잡는데 도움이 될 거라 기대했다. 기록이 주는 힘을 믿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기록한 것이 나의 직장생활을 장밋빛으로 만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는 못했다. 회사 생활이라는 게 나와 안맞는 것인지 힘들 때도 많았다. 이러려고 자기계발했나 싶은 마음이 수시로 올라왔다. '욱'하는 성질머니른 여전했고, 인정욕구 또한 사그라들지 않았다. 옹졸하고 소심한 나와 자주 마주했다. 그럴 때마다 자괴감에 빠지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기 쓰는 일을 놓지 않았다. 빠질 때도 몇 번 있었지만 가급적 주마다 써 내려갔다. 힘든 감정을 숨기지도 않았다. 하지만 때론 즐겁고 보람찰 때도 있었다. 희망에 차서 이야기를 쓸 때도 있었다. 다행인 건 직장생활 반성문을 썼을 때와 달리 그렇게 우울하지만은 않았다는 점이다. 비록 직장생활에서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들도 많았지만 예전과 달리 그 속에서 일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고, 내가 원하는 모습을 직장생활에서도 하나씩 만들어 갈 수 있었다.
덕분에 나의 1년간의 기록이 내가 복직을 하며 겪었던 일들을 의미있게 만들어 주었다. 역시 기록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나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나만의 언어를 가지려면 기록이라는 형태를 간과할 수 없다는 것. 그런 맥락에서 '나답게 사는 삶'의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야 말로 기록의 힘이라고 믿는다. <기록의 쓸모, p.266>
복직일기를 슬슬 마무리할 때가 온 듯 하다. 1년 동안의 경험들이 복직일기 덕분에 새롭게 다가올 수 있었다. 그리고 나를 더욱 힘내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 1년간의 기록을 돌아보며 다시 힘을 내보려 한다.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기 보다는 일의 기쁨과 슬픔을 오롯이 느끼며 나 스스로를 돌아보며 위로하며 그렇게 회사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
그리고 지금의 복직일기가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위로를 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해보는 의지를 만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