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추석 연휴가 끝이 났다. 이번 추석은 다른 때와 달리 코로나 때문에 조용히 보내야만 했다. 길다면 긴 시간이었는데 후다닥 지나간 느낌이다. 빨간 날은 언제나 그렇듯이 빠르게 지나간다. 명절 연휴 사이에 9월이 지나가고 10월이 시작됐다. 이제 올 해도 석달밖에 남지 않았다. 코로나만 외치다 1년을 보낸 것 같은 허무한 1년인 것 같기도 하다. 코로나라는 상황에서 태양은 매일 뜨고 지고를 반복했는데 누구에게나 똑같은 상황인지라 코로나만 탓할 수는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 3개월 동안 정신 바짝 차리고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2020년이 허무하지 않도록 말이다.
오늘은 나에게 역사적인 날이다. 작년 1월 말부터 시작된 휴직을 "드디어" 마치고 오늘부로 복직을 하게 됐다. 다시 평범한 직장인의 삶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예전에 다녔던 회사인데 새롭게 입사하는 기분도 들어 설레기도 하면서, 다시 깝깝한 직장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싱숭생숭하기도 하다.
"저 잘 할 수 있을까요?"
책 <퇴사말고휴직>을 쓸 때만 해도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발걸음을 옮기려 보니, 제가 그 발걸음의 무게를 잘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싶어 후회가 되기도 하다. 그래도 책에다 그렇게 뱉어 놓았는데 그 말에 책임을 져야겠지? 힘차게 제 직장생활의 2막을 다시 잘 열어보려 한다.
어떤 직장생활을 해야 할 지 이런 저런 설계도 며칠 해 보았다. 물론 막상 일을 하다보면 이런 설계가 의미가 없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이렇게라도 기록으로 남기면 조금 더 책임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정리해본다.
우선, 휴직을 하면서 벌여놨던 다양한 일들을 지속해서 하는 직장인이 되고 싶다. 휴직을 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며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속에서 배운 것도 많았고, 좋은 동료도 얻었다. 복직을 해서 직장생활을 하면 시간이 부족하겠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꾸준히 활동을 지속해서 해보려 한다. 분명 그런 활동이 제 시야를 넓혀주고 직장생활에도 활력을 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그렇게 해야 제가 조금 더 살아있다고 느낄것 같다.
그리고 회사에서의 생활도 이전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게 해 보고 싶다. 휴직 전 나는 주장이 강한 편이었다. 사실 지금도 역시나 강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회사 생활에서는 조금 더 유연해지려 한다. 물론 좋은 게 좋은거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갖겠다는 것은 아니다. 필요할 땐 주장을 강하게 할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며 내 주장이 틀렸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해 보려 한다. 말하기보다는 경청을 먼저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 한다. 휴직 전, 저는 항상 이기는 것에 몰두한 사람이었다. 누구보다 앞서 나가야 직성이 풀렸다. 그래서 질투심도, 시기심도 많은 아이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앞서거니 뒤서거니의 생각을 지워버리려 한다. 자신의 가치를 특정 자리로 환원해서 생각하지 않을 생각이다. 좋은 위치에 올라가는 것을 직장생활의 목적으로 삼지 않고 싶다. 그 속에서 내가 얼마나 가슴 뛰며 지내는지, 맡은 바를 얼마나 즐겁게 처리하는지를 제 가치의 중심으로 삼아보려 한다.
물론 쉽진 않겠지만.
사실 복직을 하고 어떤 일을 할지도 아직은 잘 모르는 상황이다. 출근하고 나면 알게 될 것이다. 어디 부서에서 일을 할 지에 대해서는 추석 연휴 전날, 담당자로부터 전화로 듣긴 했지만 그 부서에서 내가 맡은 일이 무엇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 같다. 어떤 일이든 그간 제가 해왔던 일들과는 사뭇 다른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한동안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회사 생활 짬밥이라는 게 있으니 금세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야 하고.
휴직하면서 가졌던 생각들, 그리고 책 속에 써내려갔던 것들에 대해서 잘 지켜나갈 수 있도록 회사 생활 잘 해보련다. 누가 휴직자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저를 바라볼 수 있도록 복직해서도 회사 생활도, 사이드 프로젝트도 잘 해보고 싶다.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