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하여
내가 찍고 내가 쓰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생각
내가 살았던 곳은 Klugstraße라는 도로명을 가진 조용한 골목이었다. 이 골목을 따라 쭉 걸어가다 보면, 뮌헨 지하철 우반 1호선과 7호선이 다니는 Gern역이 나온다. 동쪽으로는 올림픽공원이, 서쪽으로는 님펜부르크성이 있는 동네로, 번잡하지 않으면서도 시내와 가까워 참 살기 좋은 곳이었다. 가까운 곳에는 Tribeca라는 카페가 있었다. 주말이면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여유를 만끽하곤 했다. 또 근처에는 Taxisgarten이라는 매력적인 비어가르텐이 있어 친구들과의 모임 장소로도 제격이었다. 공원을 끼고 있는 골목, 남쪽으로는 도심이 이어지는 이 동네는 아이를 키우는 지금 돌이켜봐도 참 이상적인 환경이었다.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된 건 어찌 보면 행운이었다. 뮌헨에서 집을 구하려면 직장을 구하는 수준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 나와 내 가족의 소개, 재정 상태 등을 어필할 수 있는 자료를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 게다가 집주인이나 집주인을 대행하는 부동산 관계자와의 미팅이 잡힌다면 면접이라고 봐야 한다. 내 경우, 운이 좋게도 집주인을 대행해 주는 분이 한국과 비즈니스를 하며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 덕분에 인터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게다가 집주인은 꽤 유명한 작가였고, 그 자녀가 K-pop 팬이었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해 한국인 부부인 우리에게 집을 세놓게 된 것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뮌헨의 그 집은 여전히 가장 아쉽고 그리운 공간으로 남아 있다. 넓은 통창은 마치 테라스에 나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을 주었고, 지하주차장과 넓은 켈러(창고)는 실용적이었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에데카(슈퍼마켓)는 장을 보기에 안성맞춤이었고, 근처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트러플피자는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좌우로 이어진 넓은 공원은 산책과 운동에 딱이었고, Dantebad 수영장은 여름날의 피서를 책임져 주었다. 아이를 키우며 사는 지금, 그곳에서의 생활이 더욱더 그리워진다. 아이가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넓고 조용한 환경, 어디를 가도 깨끗하고 안전했던 동네, 그리고 자연과 도시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던 그곳. Klugstraße에 살았던 시간은 내게 단순한 거주를 넘어 특별한 기억이었다. 이웃들과의 따뜻했던 인사, 주말 아침의 여유로움, 아내와 함께했던 산책길. 이런 모든 기억들이 모여 뮌헨의 그 집을 지금도 잊지 못하게 만든다. 언제고 다시 그곳을 찾아, 그 골목을 따라 걸으며 그리웠던 집을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