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쓰레기통 & 샌드백
하염없이 자신의 기분이나 자신의 생각만을 말하는 사람을 만나본적이 있을 것이다. 친구든 혹은 회사든 어디서든 꼭 한 명쯤은 자신의 생각이나 기분을 끊임없이 어필하는 사람이 있다. 대부분 그런 사람들의 끊임없는 이야기를 흘려듣는다. 그러나 흘려듣는다고 짜증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감정을 풀어내는 사람에는 여러 패턴이 있다. 그중에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패턴은 가까운 사람에게 자신의 힘든 점, 우울한 기분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상대가 가족이거나 친구이거나, 혹은 매우 가깝지 않아도 이야기를 한번 잘 들어주기만 하면 하염없이 상대를 의지하고 자신의 기분을 털어놓는다. 이야기를 들어주게 되는 사람은 처음에는 연민과 호의로 시작한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대에 대한 배려가 깊고 공감을 잘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공감해 주고, 걱정해주며, 한편으로는 나를 믿고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구나라는 약간의 고마움을 가지고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러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 그 사람은 그냥 자신을 안타깝게 여겨주고 걱정해 주는 상대를 보면서 자신이 특별함을 느끼고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기분을 전환시킨다. 상대의 호의에 의지하여 하염없이 상대에게 자신의 안 좋은 기분이나 안 좋았던 경험을 밀어 넣으며, 상대의 기분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상대가 지쳐서 더 이상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면, 또 다른 호의를 베풀어줄 사람을 찾는다. 애초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대가 누구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이야기를 들어준다'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흔하게 볼 수 있는 패턴은 바로 계속 남을 욕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회사나 그룹 내에 많다. 싹싹한들 여러 사람들에게 접근한 후 하염없이 다른 사람의 안 좋은 부분을 찾아 욕하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한다. '나는 저 사람이 싫은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가 아닌 ' 난 저 사람이 싫으니까 너도 당연히 싫어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태도로 이야기를 하는데, 그 모든 이야기가 다 자신의 생각과 기준뿐이다. 대부분 트러블을 일으키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영혼 없이 맞장구를 쳐주면서 흘려 넘기지만, 그렇게 한다고 끝이 나지 않는다. 내일도 또 내일도 와서 계속 계속 이 사람 저 사람에 대해 안 좋게 말하고, 그것에 대해서 싫어하는 내색을 하면 그다음 타깃은 바로 '내'가 된다. 이런 사람들은 상대를 욕하고 계속적으로 이간질 함으로써, 그룹의 중심이 자기가 되어 있다고 느끼고 그것으로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은 절대 틀리지 않는 다고 믿고 있는다. 이런 사람들은 위에 언급한 사람들보다 훨씬 공격적이고, 눈치가 빠르다. 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면 다른 대상을 찾아가지만, 이런 사람들은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거나 자신의 기준 또는 의견과 다른 사람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
전자의 경우 대부분 사람들이 금방 내가 상대의 쓰레기통 역할을 하고 있구나 라고 느끼고 조치를 취하기도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내가 쓰레기통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잘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두 가지 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밀어 넣는 경우이다. 심지어 후자는 종종 감정의 샌드백 역할까지도 하게 된다.
남의 아픔과 연민을 공감해 주고 잘 들어주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나쁘다. 그러나 대부분 상대가 나를 쓰레기통이나 샌드백으로 쓰고 있음을 알아도, 혹시 하는 마음에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만큼 마음을 쓰고 있기 때문에, 혹은 더 이상 큰 트러블을 일으키고 싶지 않기 때문에 힘이 들어도 참아버리게 된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오래 지속될수록 오히려 나에게 독이 된다. 점점 사람 관계에 대해 트라우마가 생기거나 서로 깊게 친해지는 것을 겁내기도 한다.
누군가 나에게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지나치게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과감하게 자리에서 벗어나자. 정말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나에게 그런 생각이나 느낌이 들도록 이야기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된다면, 일단 상대의 이야기에서 벗어나면 된다. 상대의 이야기에서 벗어났을 때 상대가 더 이상 나를 찾기 않거나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면 그 사람은 나를 이용해 왔던 사람이다. 안타까워하거나 트러블이 생길 것을 겁낼 필요 없다. 내가 더 이상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도, 상대가 나를 공격 대상 삼아더라도 그 순간뿐이다. 그런 사람들은 계속 옮겨 간다. 상대가 '나'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든 '상대'가 필요할 뿐이다. 과감하게 마음을 쓰지 않고 그 사람과 멀어지는 것이 스스로를 위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