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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nah May 30. 2024

네가 이상한 거야!

그것이 진실이면 좋겠다.

‘그래서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쑥덕거리는 엄마들 사이로 학교폭력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오간다. 소식통이 늦은 나는 뒤늦게 그래서요?를 반복하며 이야기 듣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다 순간, ‘아차’ 싶었다. 분명 올해의 목표는 말을 줄이고, 글을 늘리는 것이었는데, 파도에 몸을 맡기고 나도 같이 휩쓸려 버리고 있었다. 딱 말을 끊고, 집으로 갔다. 씻고, 내 대나무 숲 앞에 앉았다.

  글을 쓰다 보면, 입으로 함부로 내뱉던 군더더기들이 사라진다. 불평, 불만을 쏟아 내고, 좀 더 어른스러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이 내가 글을 쓰는 큰 이유 중에 하나인 듯하다. 말을 계속하다 보면, 부끄러움을 잊기 십상이고, 부끄러운 행동을 하고 나서야 말을 멈추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떠들어 없애 버려야 하는 부정적인 에너지들도 있지만, 글로 옮겨 잘 밟은 흙으로 쓰는 편이 더 건강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솔직히 뒷얘기 재밌고, 걱정과 관심이라는 핑계로 즐긴 적도 있었다. 그러나 부정적인 말들은 마치 눈덩이처럼 그 몸을 쉽사리 부풀리고, 누군가에게 싸움을 건다. 눈을 굴린 것은 죄가 아니라면, 던져진 눈을 맞은 사람의 상처는 누가 만져줄 수 있을까. 입을 다무는 것이 그때에 맞는 결정이다 생각하여 입을 다물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는 결국 나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말을 줄이고, 글을 늘려서 얻어지는 수많은 재미와 즐거움, 또 만족. 쉬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꺼내지 않고 마음에 둔 말들이 머리에서 정리되면, 더 나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곱씹어 생각한 말들은 누군가에게 줄 상처들을 거둬들이고, 심지어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기까지 한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들은 옳은 대처와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2차, 3차의 피해를 입을 이유는 없다. 그들이 용서를 구하고, 성장하는 과정 가운데, 우리가 할 일은 많지 않다. 법적 책임과 사회적 바운더리 안에서 아이들을 교화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좀 더 나은 어른이 될 때까지, 우리는 지속적이고 계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무너지고 있는 흔적들을 곳곳에서 목격한다. 마치 쓰나미가 오기 전에 바닷게가 이동하는 것처럼. 그렇다고 넋 놓고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다. 아이들은 자라나는 중이고, 청년들도 성장하는 중이다. 똑같이 미숙하다고 하기엔, 그럼 우린 어른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인정하는 꼴밖에 되지 않기에, 좀 더 나은 어른으로 나아가기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말을 줄이고, 글을 늘리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또 책 읽고 글 쓰라는 거야? 입은 다물고?’


  그렇다. 고인 물은 썩는다. 편협한 사고에 갇혀, 비난을 일삼는 것은 나은 어른이 되는 과정이 아니다. 당근과 채찍은 어쩌면 아이에겐 당근을, 어른에겐 채찍을 이라는 의미로 써야 하는 것 같다. 성장하는 아이들에겐 관대하고, 이미 커버린 나에겐 좀 엄격하기를 바란다.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고, 한 가정이 아이를 하나도 안 낳는 것. 절대 정상적이지 않다.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상한 사회임을 이상한 나라가 되어 감을 알고, 우리 모두 이 이상하게 꼬인 실타래를 풀어나가야 한다. 결국 못 쓰게 되어 버릴 순 없지 않은가.


  마치 사회운동가처럼 떠들었다. 브런치에서 쑥덕거린 아줌마일 수도 있고. 불평불만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편하고 풍족한 것, 안락하고 편안한 것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너무 관대하지 않도록, 아이에게 충분히 관대하도록, 나를 채찍질한다. 비난이든 비평이든 해 주셨으면 좋겠다. 나의 목소리가 틀렸다고,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라고. 그것이 진실이면 좋겠다.

내가 이상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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