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언 1년이 되어간다. 시를 쓴 지는 언 30년. 딱 봐도 엄청 큰 차이인데, 1년 사이에 생긴 몸의 변화가 30년 동안 쓴 시의 변화보다 크다. 기력 없음을 탓하지 않아도 되고, 큰 스트레스도 없어 감사하다. 그러나 삶의 평화는 안온한 글쓰기를 낳았다. 매주 두 번 하는 연재에 익숙해지고, 더는 삶을 재촉하지 않으니, 소설 쓰기로부터 점점 멀어져 갔다.
‘정신 차려, 바보야, 정신 차려!’
내게 남은 시간 얼마 없다 생각했을 때만 해도, 당장 소설 몇 편은 써낼 것처럼 덤벼들어 놓고는, 여러 핑계를 늘어놓고 있었다. 좋게 말해 ‘병렬 읽기’지 책도 이 책 저 책 읽다만 책을 잔뜩 쌓아 두고 있고, 몰입은커녕 한쪽도 안 쓴 날이 허다하다. 충분히 건강하니 이제 핑계도 더 대기 힘든 상황이다.
결과보단 과정이 중요하고, 목표에 도달하기보단 부단히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성취 없는 삽질은 이제 그만해야 할 때다. ‘Sam and Dave dig a hole’에서처럼 다이아몬드는 찾지도 못하고 계속 구멍만 파다 그만두고, 또 그만두기를 반복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제 정말 한 우물만 파기로 한다.
브런치에 대고 살기 힘들다, 변화하고 싶다, 푸념하는 글쓰기였던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아줌마를 접고, 이제 하나에 몰입해 볼 것이다. 다이어트도 공표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하니, 소설 쓰기도 공표해야겠다. 한동안 브런치가 뜸해질 수 있겠다. 내 대나무숲에 나만 아는 언어로, 시라는 창으로 분명 또 털어놓으러 오겠지만, 그것도 쓰다 쓰다 힘들 때 이야기.
자 이제 정말, 내일부터.
칼 꺼내고, 무 썰고 이제 그만하고, 국 끓이고 오겠습니다.
부디,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