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지 않고 달려왔잖아

눈물이 갑자기 울컥 쏟아졌다.

by 여름바다

"여보가 쉬지 않고 달려왔잖아"


눈물이 갑자기 울컥 쏟아졌다.

눈물이 쏟아지기 전 나는 남편의 말에 위로를 받았고 유쾌하게 외쳤었다.


"오~ 맞아, 오빠 얘기를 들으니까 대학교 때 휴학하고 해외로 떠나지 않았던 게 오히려 위로가 된다!"


몇 초 뒤.

갑자기 내 마음에 누군가가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마치 갑자기 풍선이 부풀었다가 팡 터진 느낌이었다.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릴 새도 없이 뚝뚝 떨어졌다. 눈물이 그치지 않아 남편이 휴지를 가져다주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고 눈물이 쏟아지는 대로 그냥 울었다.


"맞아, 오빠. 내가 쉬지 않고 살았지."


"그래 여보. 여보 대학교 졸업하고 바로 취직해서 벌써 10년째 다니고 있으니까"


"나 오빠 얘기를 들으니까 이제 뭐든지 실패해도 될 것 같아"


"여보가 그동안 많이 힘들었었나 보다. 이궁."


"그러게. 나도 모르게 무의식 중에 계속 힘들었었나 봐. 내가 쉬지 않고 달려온 나를 너무 몰라줬네. 고마워 오빠. 정말 힘이 많이 났어!"


콥 샐러드와 불고기 파니니, 그리고 돈가스 김밥 한 줄을 놓고 마주 앉아 먹고 있었다. 우리가 무슨 얘기를 그토록 즐겁게 또 열심히 하고 있었는지 되짚어 본다.




"오빠, 20대로 돌아간다면 무슨 일이 가장 하고 싶어?"


"음 편입 아니면 전과?"


"오~ 부동산 투자 일 줄 알았는데 아니네?! 무슨 과로 편입하고 싶어?"


"음. 부동산 학과?ㅋㅋ"


"(까르르) 아~아~"


"사실, 지금보다 더 안정적인 연구원 같은 곳에 들어가서 서울에만 살고 싶어. 공부를 많이 해서 나만의 무기를 하나 만드는 거지"


"음. 그렇구나."


"여보는?"


"오빠 나는 20대로 돌아간다면 무조건 휴학하고 어학연수나 워킹홀리데이를 갈 거야.

오빠 그리고 내가 질문을 더 생각해봤는데 들어봐~!

우리가 40대가 되었을 때 30대에 못해서 후회할 일이 뭘까? 오빠는 오빠가 40대 중반이 됐을 때 30대에 더 못해봐서 아쉬운 게 뭐일 것 같아?"


"(부동산) 임장!"


"아!!! 진짜???"


"응. 그래서 요즘 바빠서 임장을 못 가는 게 엄청 속상하거든. 한 8개월 정도만 휴직하고 임장만 열심히 다니고 싶어"


"그렇구나. 오빠가 임장에 대한 열망이 엄청 컸구나. 임장 더 다니고 싶어 하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인지는 몰랐네.

나는 책 출판을 30대에 꼭 하고 싶어! 30대에 책을 한 권 못쓰면 40대에 정말 후회할 것 같아."


"여보, 우리 둘 다 20대에 뭔가를 깊이 있게 공부해 보지 못해서 지금 열정적으로 하고 있나 봐."


"맞아 오빠. 오빠, 우리 둘 다 이제 그만 놀고 오빠는 열심히 임장하고 나는 책쓰자!!

오빠 혹시 내가 책 쓰기를 포기할 것 같으면 40대에 후회하려고 그러냐고 꼭 얘기해줘.

오빠 나 근데 오빠 얘기를 듣다 보니까 오빠를 더 잘 이해하게 됐어.

오빠가 부동산 공부를 미친 듯이 하는 이유를 말이야.

나는 직장을 10년째 다니다가 드디어 하고 싶은 일 발견했잖아. 회사 다니면서 책 쓰기!

책을 보다 보면 작가들이 대부분 직장을 13년, 14년 정도 다니다가 그만뒀더라고. 그리고 나이도 대부분 나보다 많아. 그러니까 나는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거든. 근데 오빠는 벌써 37살이라서 조급한 마음이 들 수 있을 것 같아. 40대가 얼마 안 남았잖아"


"맞아. 조급한 마음이 들어. 그리고 여보가 지금까지 참 빨리 왔지"


"이야기하다 보니까 다른 길로 새지 않아서 빨리 안정될 수 있었던 것 같아. 지금처럼 나를 돌아보면서 하고 싶은 일도 찾았고"


"맞아, 여보가 쉬지 않고 달려왔잖아"




결혼하기 전, 회사가 그만두고 싶을 때면 부모님께 전화해서 투정을 부렸다. 부모님은 내가 퇴사 이야기를 해도 직장에서 무엇 때문에 힘든지 묻지 않으셨다. 무조건 안된다는 말씀을 먼저 하셨다.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두냐며, 다들 직장생활 힘들게 한다고 얘기하셨다.

나도 무턱대고 그만두기는 두려웠었고 자기 계발만 계속 했었다. 그렇게 10년 동안 퇴사를 마음에 품고 살았다. 하지만 정말 쉴 수 없었다. 회사는 마음에 들지 않았고 제발 나답게 살고 싶었다.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었다. 남편의 말 한마디에 10년 만에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나'가 드러났다. 나를 알아주는 말 한마디에 이렇게 눈물이 터지는 건 줄 몰랐다.


"여보~ 나 여보 이렇게 우는 거 보니까 여보가 책 쓰기 포기해도 40대에 후회하려고 그러냐는 말 못 할 것 같아"


"응 오빠. 안 해줘도 돼. 이제 나 좀 쉬어도 될 것 같아. 고마워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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