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은 Dec 15. 2021

캐나다 입국 후기(듀오링고 테스트 후기 포함)

캐나다 입국을 위해 2021년 12월 11일 아침 10시 20분에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했다. 캐나다 입국일은 캐나다 정부에서 수업시작일 한달전부터 입국이 가능하다는 지침과 아이들 적응을 위해 정확하게 수업 시작일(2022년 1월 10일)로부터 한달전날 입국하기로 했다. 팬쇼에서도 1월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모두 2022년 1월 3일까지 캐나다에 입국을 해야한다고 데드라인을 정해주기도 했다. 캐나다 생활을 위해 은행구좌를 개설하고, 중고차를 구입하고, 아이들 학교 컨택, 팬쇼 학교 수업 준비(학생증 등) 등을 위해 넉넉하게 입국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캐나다 입국을 위해 만일의 변수를 여러번 고려했던 것 같다. 출발일 한달전부터 학원부터 외출, 만남 등을 자제했다. 비행기 출발시간이 아침이라 내가 사는 세종에서 이른 새벽에 출발해야 하는데 혹시나 새벽에 사고가 나서 길이 막힌다거나 내가 탄 차가 실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공항에 제 시간 도착이 어려우므로 전날 공항 근처 호텔에서 1박을 하였다. 남편이 한국에서의 마지막 밤이라고 좋은 호텔을 예약해주었고, 저녁도 호텔 뷔페로 든든하게 먹었다(우리 여보야 최고! 알라뷰 쏘머치).


가져갈 짐이 워낙 많아 호텔까지 콜밴(18만원, 한달전 예약)을 불러 이동했고 약 3시간 정도 걸렸다. 호텔에서 캐나다 입국시 필요한 어플인 어라이브캔(ArriveCan) - 입국자 인적사항과 백신 접종 여부 등 입력 - 을 깔고, 팬쇼 어학원(ESL) 과정의 레벨을 정하기 위해 듀오링고 테스트를 보았다.


캐나다 칼리지 부설 어학(ESL) 과정은 레벨1에서 레벨 10정도까지 있는 모양이다. 칼리지 입학 요건은 레벨 8정도면 된다. 팬쇼에서는 레벨 5과정부터 운영하기 때문에 어학원에 들어가기 약 한달전부터 레벨 테스트를 본다. 만일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레벨 4 이하가 나오는 경우) 학교에서 수업을 듣지 못하게 된다. 팬쇼의 입학 담당자 말로는 팬쇼 자체 레벨 테스트는 어렵기 때문에 듀오링고 시험을 보라고 권해 주었다. 한국의 유학원에서도 아이엘츠보다는 듀오링고가 실용적인 테스트다 보니 좀 더 쉽다고 이야기 해 준 적이 있다. 듀오링고 테스트는 무료로 사전테스트가 가능하고 사전테스트로 내 점수를 예측도 해 준다. 한국에 있을때 사전테스트를 봤더니 무난하게 통과가 가능(160점 만점 기준 75점 이상이 레벨 5이상)해서 미뤄두고 있다가 출국 사흘전, 집에서 시험을 보았다. 이때부터 듀오링고와의 악연이 시작되었다.


출국을 위해 짐을 꾸리다가 새벽 3시쯤 시험을 치뤘는데 약 4시간 후 같이 시험을 치룬 남편은 점수가 나왔고, 나는 부정행위가 의심된다고 시험 인증이 되지 않았다. 듀오링고 테스트는 온라인으로 시험을 치룬다. Duolingo English Test 사이트에 접속하여 회원가입을 하고 약 5만원정도 결제하면 집에서 시험을 볼 수 있다. 한번의 결제로 2번까지 시험이 가능하고, 아이엘츠나 토플에 비해 시험내용도 쉽고 비용도 저렴한 편이다.

듀오링고 안내 메일

시험 과목은 4과목으로 Literacy(읽기 및 쓰기 능력), Comprehension(읽기 및 듣기 능력), Conversation(듣기 및 말하기 능력), Production(쓰기 및 말하기 능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험시간은 약 1시간 내외이다. 아이엘츠, 토익, 토플, 텝스 등의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꽤 쉬운 시험이고 시험 시간이나 비용 등 부담이 적은 편이다. 무엇보다 어렵게 문법을 꼬거나, 듣기도 헷갈리게 나오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듀오링고 시험을 4번이나 치뤄야 했다. 듀오링고 시험을 볼때는 무조건 컴퓨터 화면만 응시하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면 안된다. 첫번째 시험을 볼 때 말하기 영역에서 말할 내용을 생각하면서 말하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시선이 45도 아래로 내려갔던 것 같다. 그랬더니 듀오링고 측에서 내가 말하기를 하는 동안 사전에 작성한 답변을 보고 대답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시험을 인증할 수 없다는 메일이 왔다. 말하기를 유창하게 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컨닝을 한 것으로 의심을 샀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항의할 시간도 없고 그냥 시험을 다시 치루는게 나을 듯 하여 호텔에서 2번째 시험을 봤다.


듀오링고 테스트 동안 주변에 아무도 없어야 하고 소리도 내서는 안되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한시간동안 숨소리만 내라고 이야기 하고 시험을 한쪽 구석에서 치뤘다. 첫번째 시험보다 너무 잘 봐서 이거 레벨이 너무 높게 나오는 거 아닌가라는 걱정이 들 정도로 무난하게 시험을 봤는데 마지막 업로딩 몇십초를 남겨두고 노트북이 꺼져버렸다. 오마이갓!!! 캐나다 입국 전 마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시험을 치루지 못하고 비행기를 타니 마음이 그렇게 찜찜할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7시에 기상하고 7시 40분 호텔에서 불러준 셔틀(무료, 호텔 서비스) 덕분에 공항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8시쯤 공항에 도착하고 수화물을 부쳤다. 문제가 또 생겼다. 출국 후기를 보면 대부분 우여곡절이 하나씩 있던데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화물을 부치려면 어라이브캔을 열어 백신 인증된 QR코드를 항공사 직원에게 보여줘야는데 전날까지 멀쩡하던 어라이브캔이 말썽이었다. 항공사 직원 말로는 QR코드 옆 Vaccine을 뜻하는 V나 Immune을 뜻하는 I가 표출되어야 하는데 남편 어플에서 이게 나오지 않으니 나오도록 조치를 취하라는 거다. 나랑 남편 모두 어플에 들어가 이런저런 조치를 취해보니 어플 자체의 오류로 보여 도저히 우리가 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었다.

어라이브 캔 어플 초기화면


결국 직원이 높은 직급의 사람을 불렀고, 우리는 어차피 백신접종증명서가 다 있는데 어플에서 문자 표출이 안된다는 이유로 화물을 받아주지 않는건 아닌것 같다고 강하게 이야기를 했다. 화물 부치는데서만 거의 한시간이 넘게 걸렸기 때문에 게이트까지 40분 정도의 여유밖에 없던 우리로서는 마음이 다급했다. 증명서가 있으니 일단 캐나다로 출국을 하고, 어라이브캔도 캐나다에서 요구하는 사항이니만큼 캐나다에 도착해서 해결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수화물을 부칠 때는 1인당 캐리어 2개까지 가능하고, 대한항공 홈페이지에 보면 수화물 부피와 무게를 초과하는 경우 추가요금이 발생한다. 부피 초과 시 20만원, 무게 초과 시 10만원이 발생하므로 짐을 쌀 때 고민이 엄청 많았다. 부피가 큰 이민가방은 최대한 무게를 맞췄고, 부피가 딱 맞는 캐리어는 무게를 초과했다. 최소한의 짐만 꾸렸는데 도저히 뺄 짐이 없어 난감했다. 화물로 보낼 가방이 총 8개였는데 이중 4개는 부피든 무게든 다 초과를 했다. 출국 후기를 보니 부피는 잘 보지 않고 무게 초과시 금액을 받았다는 내용이 있어 일단 짐을 가져갔고, 결론적으로 어라이브캔 때문에 시간을 너무 지체해서 미안하다면서 화물담당 직원이 3개는 봐주고 제일 무거운 1개 짐만 10만원을 추가로 결제했다. 1킬로그램 정도 무게 초과는 눈감아 주는 듯 했고, 심각하게 초과된 짐만 초과금액을 받아준 모양이다.


기내에 실을 작은 캐리어 2개와 4인가족 모두 각자 백팩을 메고 게이트에 도착하니 딱 5분밖에 시간이 없었다. 그 시간동안 아침을 못먹은 아이들에게 도너츠를 사주고, 데이터 때문에 마지막까지 살려둔 내 전화기의 알뜰폰 개통을 위해 정신없이 노트북을 두드리다가 거의 마지막 승객으로 비행기에 탑승했다. 우리가족 좌석의 짐칸이 꽉 차 승무원이 1등 객실로 안내해서 짐을 실었는데 우리 아이들이 1등 객실을 보자마자 '우와~여기 되게 좋다. 우리도 여기 할껄' 이라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거다. 아이구 엄마, 아빠 돈 많이 벌어야겠다. ㅎㅎㅎ


그렇게 14시간 가량 비행기를 타고 드디어 토론토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도착한 후 가장 먼저 키오스크처럼 생긴 기계에서 셀프로 입국절차를 진행한다. 그리고 나서 세관심사원에게 백신증명서 등을 제시하고 세관 영수증을 발급받는다. 그 후 비자심사를 받는데 대기줄도 긴데다가 캐나다에 아침 10시에 도착했지만 한국은 새벽 시간이라 아이들이 무척 힘들어 했다. 4인가족이라 한명 한명 서류를 보고 진행하다보니 심사에 30분 이상 소요되었다.


우리 부부의 학생비자 심사라 비자 승인 레터와 학교 입학 허가서, 등록금 영수증 그리고 불법으로 일을 하려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들 - 학비는 어떻게 충당할 수 있는지,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심도깊은 질문은 잘 알아듣지 못해 캐나다 법무부 한국인 직원이 도움을 주었다. 비자 심사장에는 중국인, 한국인, 일본인 등 직원이 상주하고 옆에서 도움을 주기 때문에 비자 심사 시 영어로 소통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은 동반비자가 아닌 임시거주확인증을 발급해준다. 직원 말로는 이게 동반비자 역할을 하고 교육청에 제출하면 된다고 한다. 비자 승인이 떨어지고 드디어 화물을 찾으러 갔다. 여러단계를 거치는동안 어라이브캔을 보여달라는 직원은 없었다. 한국에서 짐 부칠때 그렇게 난리였는데 왜 막상 그걸 꼭 깔라고 강조한 캐나다에서는 쳐다도 안본단 말인가.


우리는 짐이 너무 많아 걱정이 좀 됐는데 캐나다 porter가 먼저 다가와 짐을 픽업장소까지 실어주는데 30불이 든다고 영업을 했고 18시간 가량 길 위에 있던 나와 남편은 지칠대로 지쳐있어서 바로 오케이를 외쳤다. 그런데 porter 아저씨가 내 남편에게 베트남 사람이냐고 물어 한국인 이라니까 키가 작아서 오해했다는 거다. 그래서 내가 한마디 해주었다. 'His mind is so big(and...)!'


어찌됐든 포터 아저씨 덕분에 무작위로 짐을 수색하는 검문 단계를 쉽게 통과했다. 마지막으로 온 가족이 공항에서 코로나19검사를 했는데 한국보다는 면봉을 덜 깊게 찔러서 아프지 않았다. 아이들은 백신을 맞지 않아 7일후 코로나 검사를 또 해야한다며 검사키트를 받았다. 백신을 맞은 우리 부부는 음성결과가 나올때까지, 백신 미접종자인 아이들은 14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는 리플릿을 받았다.


우리를 집까지 태워다 준 팬쇼 픽업차량

포터아저씨가 팬쇼칼리지에서 보내준 픽업 차량이 있는 곳까지 무사히 짐을 잘 실어주었다. 드라이버인 고든은 덩치가 산만하고 머리도 긴 중년의 아저씨였는데 운전하는 내내 피곤해 보였고 심지어 고속도로 가벽을 살짝 부딪히기도 해서 공항에서 런던 집까지 가는 두시간 내내 바짝 긴장해야 했다. 졸지 마시라고 계속 말을 붙였다. 한국 아줌마는 이리 수다스럽나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자꾸만 오른쪽 차선을 약간 넘어서 운전하는 고든 때문에 겁을 잔뜩 먹었다. 바람이 몹시 불어 차도 무지 흔들렸다. 땅덩어리 큰 대륙의 바람은 한국하고도 비교가 안되게 세차서 차에서 내내 덜덜 떨었다.


토론토 국제공항에서 런던 까지 오는 동안 캠브리지, 옥스퍼드, 우드스탁, 해밀턴 등의 지역을 지나갔고 템즈강도 있었다. 고든에게 물으니 우드스탁은 바로 그 유명한 락페스티벌이 열리는 지역이 맞다고 한다. 캐나다가 아무래도 퀘벡 지역을 제외하고는 영국령이었기 때문에 영국의 지명과 똑같은 이름이 캐나다에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실제 영국 런던 근교에 캠브리지와 옥스퍼드가 위치하는데 캐나다도 똑같이 런던에서 한두시간 거리에 캠브리지와 옥스퍼드가 있어서 재밌기도 했다.


비행기가 이륙해서 런던의 집에 도착하기까지 약 22시간정도 걸린듯 하다.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약 4일 ㅋㅋ) 나니 이것도 다 경험이고 추억이 된다. 

드디어 집에 도착 ㅜㅜ


참! 런던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세번째로 듀오링고 시험을 치뤘다. 보통은 3~4시간이면 결과가 나오는데 일요일에 시험을 봤더니 월요일 오전이 되어서야 결과가 나왔다. 이번에는 내가 위치에서 장시간 이탈했다며 또 시험인증이 불허됐다. 시험이 끝나고 설문조사할 때 양반다리를 오래했더니 쥐가 나서 잠시 몸을 뒤척인 기억밖에는 없는데 또 시험인증이 불허되자 오기가 생겼다. 나는 바로 네번째 시험에 돌입했고 시험을 치루는 동안 내 핸드폰으로 나의 시험 장면을 촬영했다. 또 자세 불량으로 불허시 이 영상으로 이의를 제기할 예정이었다. 시험 문제 중 최근에 나를 좌절하게 만든일을 설명하라고 해서  '듀오링고 시험 이번이 네번째다. 컨닝이나 그 어떤 부정행위를 한적이 없는데 시험에 실패했고 이번에도 또 그러면 이 시험을 계속 도전해야는지 의문이다. 난 부정행위를 한 적이 없다' 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결과는?이번에는 다행히 점수가 나왔고 팬쇼에 테스트 결과를 제출하여 마무리 지었다. 듀오링고에 대해 궁금하신분은 물어봐주세요. 4일동안 테스트 네 번 본 사람 여기 있어요. ㅎㅎㅎ




다음에는 칼리지 어학원 생활기로 돌아올게요.

Comming Soon~~

이전 06화 캐나다 출국전 준비사항들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