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10일부터 6월 27일까지 약 6개월간 팬쇼 어학원에서 EAP 과정을 이수하였습니다. EAP는 English for Academic Process(학문을 위한 영어 교수법)의 약자로 팬쇼 칼리지 입학 조건부로 수료를 해야 하는 어학과정입니다. 팬쇼 칼리지에 입학하려면 기본적으로 공인 영어 점수가 필요한데요. TOFLE 30점 이상 혹은 IELTS 6.0~6.5 이상이 요구되는데 공인 영어 점수가 없는 경우에는 팬쇼 칼리지 부설 어학원에서 레벨 8을 80점 이상으로 수료하면 됩니다. 물론 전공에 따라 레벨 9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자세한 입학 조건은 학과별로 세세히 살펴보셔야 됩니다.
공인 영어 점수와 어학원 수료는 각각 장점이 있습니다. 공인 영어 점수의 장점은
1) 국내에서 준비 가능
2) 비용 절감
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학원 수업을 듣게 되면 어학원 학비와 캐나다 생활비 등이 지출됩니다. 어학원은 한 레벨당 총 8주 과정(순 수업기간은 7주)인데 학비는 약 330만 원 정도 듭니다. 생활비의 경우 주거지 렌트비, 전기세, 수도세, 식비, 인터넷, 교통비 등등을 고려해야 하지요.
하지만 어학원 수업 역시 장점이 있습니다.
1) 네이티브 선생님께 수업을 듣고 외국인 친구들과 대화하므로 국내에서 시험용 영어를 공부하는 것보다는 영어가 많이 늘게 됩니다.
2) 어학원 수업을 통해 칼리지 준비를 하게 되는데요. 캐나다 표준 리포트 쓰는 방법부터 아카데미 에세이 쓰기 등을 배우는데 한국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3) 칼리지 생활을 미리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학교의 정책이 무엇이고 학생 복지가 무엇인지, 어려움이 있는 경우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지 등을 미리 경험하므로 칼리지에 막 들어가 겪게 될 일을 미리 경험할 수 있습니다.
4) 다양한 선생들을 만나면서 캐나다 문화를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습니다.
올 1월부터 6월까지는 코로나 19 때문에 어학원뿐 아니라 칼리지 수업도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어학원에서 어떤 레벨부터 공부를 할지는 어학원 자체 레벨 테스트를 보는 방법과 듀오링고 테스트 점수를 어학원에 제출하면 됩니다.
어학원의 EAP 과정은 이론상으로는 레벨 1부터 레벨 10까지 가능하지만 통상적으로 레벨 4부터 레벨 10까지 운영하는 듯합니다. 그때그때 지원하는 학생들의 레벨에 따라 과정 되는 개설이 달라지는데 어떤 해에서는 레벨 5부터 어학과정이 개설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따라서 어학원 자체 레벨 테스트를 응시했는데 레벨이 3 이하로 나온 경우에는 어학원 입학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특히 어학원 자체 레벨 테스트는 보통 캐나다에 입국한 이후에 받게 되므로 테스트에 실패하면 이래저래 일이 꼬이게 됩니다.
따라서, 안전하게 EAP 과정 레벨을 확보하려면 듀오 링고 테스트를 추천합니다. 듀오 링고 테스트는 어학원 자체 레벨 테스트보다 조금 더 쉽고 온라인으로 본인의 집에서 치를 수 있어서 용이합니다. 비용은 약 5만 원 선으로 2번 응시 기회가 주어지니 토플이나 IELTS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지요. 듀오링고 테스트에서 80~90점을 받으면 레벨 6 정도 되는 듯합니다. 90~100점은 레벨 7 정도 되고요. 자세한 마지노선은 팬쇼 어학원 코디네이터(한국인 코디네이터가 있음)에게 상담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듀오 링고 테스트로 내가 원하는 레벨로 맞추면 좋습니다. 캐나다 칼리지는 보통 1학기가 9월에 시작됩니다. 만일 내가 9월에 입학을 목표로 어학원에 들어갈 예정이라면 과정을 시작하는 시기와 레벨을 잘 맞춰야 합니다. 만일 1월부터 수업을 듣는다면 최소 레벨 5부터 들어야 8월 말에 레벨 8 과정을 마치고 9월에 칼리지 입학을 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1월에 레벨 6부터 시작해서 6월 말에 레벨 8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두 달간 휴식기를 가졌습니다. 이 기간 동안 가족들과 여행도 하고 캠핑도 하며 여유롭게 보내고 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지요.
2. 어학원 수업 후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어학원 수업이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수업 강도는 더 세집니다. 레벨 8을 들을땐 헐피스에 몸살을 달고 살았습니다. 레벨 6 때의 수업 과목과 시간 등은 이전에 발행해 둔 글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실 거예요.
레벨 7 역시 레벨 6과 마찬가지로 Core, Listening & Speaking, Applied 세 과목을 공부합니다. Core에서는 Academic Writing과 문법을 집중적으로 배우고, Applied 수업 시간에는 드라마를 배웠습니다.
아카데믹 라이팅(Academic Writing)은 대학에서 리포트 등을 말하는 것으로 에세이라고 칭합니다. 외국에서 말하는 에세이는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에세이와 좀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에세이를 감성적인 수필 등으로 생각하지만 외국은 논설문, 설명문 등 대부분의 글을 에세이라고 통칭합니다. 그리고 한글 보고서 포맷처럼 캐나다도 모든 대학에 공통으로 사용하는 워드 문서 포맷이 있습니다. 이를 APA라고 부르는데요. 들여쓰기, 문체, 폰트 등등 세세하게 지정하여 이를 엄격하게 지키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표절에 엄격하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만든 문장이 아닌 모든 가져온 문장은 인용(Citation)과 참조(Reference)를 확실하게 지켜야 합니다. 모든 리포트 문서는 표절 시스템을 통해 표절 비율을 가리고 있고 표절 비율이 높은 경우에는 삼진아웃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첫번째 두번째 표절의 경우 점수가 영점 처리되거나 과목 수강이 불허됩니다. 세 번째로표절에 걸리면 학교에서 영영 퇴학처리되고 기록으로도 남아 평생 따라다닙니다. 따라서 인용과 참고문헌 작성 방식 등도 엄격하게 가르칩니다.
이 에세이 통과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제가 쓴 글에서 마녀라고 칭한 메리 교수는 제가 다니던 어학원에서 아주 유명한 선생으로 깐깐하고 엄격해서 에세이 통과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어학원 선생님들에 대한 제 소회는 아래 글을 읽어보시면 좀 도움이 되실 듯요 ^^;;
듣기와 말하기, 문법도 꾸준히 공부합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세 과목별로 각각 존재하고 중간중간 과제도 많습니다. 듣기와 말하기 수업 과제는 수업시간에 실제로 프레젠테이션 원고를 직접 쓰고 발표하기와 PPT를 만들어 프레젠테이션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제출하기 등이 있었습니다. 듣기와 말하기의 중간 기말고사는 듣기 평가입니다. 테드 강의 영상이나 팟캐스트 혹은 라디오 등에서 가져온 스크립트를 듣고 문제를 맞히는데 레벨 7까지는 솔직히 할 만했습니다. 영어 듣기 평가의 당락은 빠르기나 내용보다 문제의 난이도에 있다는 걸 레벨 8에 가서 알았어요.
그리고 드라마는 담당 교수가 직접 쓴 연극 대본을 배우고 외운 후 수업 마지막 날에 실제로 공연하는 수업입니다. 물론 과제도 있습니다. 연극의 무대가 되는 역사나 문화 등을 조사하여 리포트를 제출하고 또 PPT 자료와 함께 발표를 하는 숙제가 있었습니다. 연극은 조를 짜서 하게 되는데 저는 다행히 좋은 조원들을 만나 재밌게 연습하고 수업에 임했던 기억이 납니다.
레벨 7이 끝난 후 일주일간 방학을 갖습니다. 그리고 다시 레벨 8이 시작되지요. 레벨 8의 Core 수업에서는 prompt라는 글쓰기를 배웁니다. 일종의 controvertial essay인데요. 어떤 주제가 주어지면 그에 대해서 무조건 반대 혹은 찬성 둘 중 하나를 선택하여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글입니다. 이 prompt는 레벨 7에서 배운 에세이보다 쓰기 훨씬 쉽습니다. 또 어떤 문제에 대한 discussion 쓰기를 숙제로 많이 내줬습니다. 문법도 계속해서 배웁니다.
레벨 8에서 가장 힘든 과목은 Listening & Speaking이었습니다. 레벨 7에서는 보통 10분에서 15분 내외의 지문을 듣고 평가를 받았는데 레벨 8에서는 20분이 훌쩍 넘고 주제도 무척 어렵습니다. 또 원어민 수준으로 세세하게 듣지 못하면 풀 수 없는 문제를 시험에 제출하기 때문에 첫 중간고사 점수 보고 기절할 뻔한 기억이... 그래서 이 수업은 레벨 6부터 Note Taking(간략하게 받아쓰기) 방법을 배우는데요. 이 노트 테이킹 자체가 워낙 어려워서 별로 써먹지는 못했습니다.
레벨 8의 드라마 수업은 직접 드라마 대본을 쓴 후 마지막 수업 시간에 연기하기로 진행되었습니다. 나름 소설을 몇 편 써 본 브런치 작가로서 제 실력을 십분 발휘했던 것 같아요. 같은 조원들도 모두 좋은 친구들이라 제 아이디어를 지지해주고 또 서로 연기도 열심히 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 수업도 조사하고 발표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레벨 8이 되니 생각보다 숙제가 쉽게 느껴지더라고요. 또 과제를 하기 위해 만든 PPT나 인포그래픽, 비디오 등을 예쁘게 만드는 기술도 좀 늘었습니다.
온라인 수업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수업이 녹화된다는 데 있습니다. 수업 시간에 놓친 부분이 있더라도 녹화 비디오를 다시 보면서 복습을 할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또, 저는 아이들을 케어해야 해서 학교로 왔다 갔다 하지 않고 집에서 수업을 들으니 한결 수월했습니다. 근데 이번 9월 학기부터는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을 섞어서 한다고 하니 학생들이 좀 번거로울 것 같아요.
그리고 위의 세 수업 외에도 스피킹 보강 수업이 있습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대화를 나누는 자율 수업이지요.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오프라인으로 공원에 모이기도 합니다. 또 글쓰기가 부족한 학생을 도와주는 선생님도 계시고요. 정규 수업만 듣기에도 벅차서 이런 자율 수업을 많이 활용하지 못한 게 좀 아쉽긴 합니다.
각 수업과 과제별 평가 비율과 점수 등과 진도는 아래의 사진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레벨 6때의 평가 비율 및 점수표
수업 진도표
6개월간의 어학 과정으로 영어 실력이 원어민 수준으로 올라갈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팬쇼의 어학과정은 말하기와 듣기보다는 아카데믹 라이팅에 가장 초점을 맞춘 과정 같아요. 일단 대학에 가서 제대로 된 보고서나 논문은 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칼리지 예비 과정 같다고나 할까요. 말하기와 듣기를 비약적으로 향상하려면 개인적으로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그러나 수업을 다 듣고 난 후 일단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영어로 된 드라마나 영화도 백 퍼센트 이해는 못해도 어느 정도 즐길 만큼 보게 되었고, 영어 원서를 읽을 때도 거부감이 없어졌달까요. 여전히 밖에 나가 네이티브와 대화하면 못 알아들을 때가 많지만 듣기와 말하기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 같아요. 영어로 된 콘텐츠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영어 사이트도 잘 찾아보게 된 것만으로도 저는 어학원 과정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쓰기 수업은 어학원 과정에서 끝나지는 않습니다. 칼리지에 들어가면 쓰기 수업을 필수로 듣게 되어 있기 때문에 어학원에서 공부하지 않으셨다 해도 크게 문제 될 것 같진 않습니다. 다만, 6개월간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었고, 백인 교수들의 은근한 인종차별(10명 중 5명은 차별을 좀 합니다. 특히 나이 많은 백인 여성들이 차별이 심한 편입니다)도 느껴본 만큼 칼리지에서 좀 더 유연한 자세로 학부 생활을 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6개월간 힘들게 공부하고 7월과 8월 쉴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아... 이제 당장 수요일부터 본격적인 칼리지 생활에 돌입하네요. 칼리지 생활에 대해서도 틈틈이 정리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