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그녀에게>
여성 시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사이렌에 점점 가까워져 가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이렌의 노래는 사람들을 유혹해 치명적 죽음에 이르게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것은 지레 사슬로 자신의 몸을 묶고 한 줌의 밀랍으로 귀를 막은 오디세우스의 두려움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
한편, 중국에는 '누슈'라는 언어가 있었다. 여자들 사이에 전해 내려 온 이 비밀스러운 문자는... 문자가 남성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시절, 누슈는 여자들의 내밀한 감정과 생각을 전하는 아름다운 매개체였다. 짧고 함축적인 이 문자는 대체로 5자나 7자로 된 시의 형태로 표현되었다.... 지금도 여자들 사이엔 보이지 않는 '누슈' 같은 게 있다고 나는 믿는다. 언어가 다르고 장르가 달라도 서로를 알아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넘어선 언어 같은 것 말이다.
- <그녀에게> 작가의 말 중에서 -
우리는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주체가 아니라 아름다움이 기꺼이 머물 만한 장소에 불과하다. 이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름다움이 우연히 지나가는 순간을 기다리고 알아보는 것뿐이다.(<그녀에게>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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