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신호를 보내는 아이들 2(죽고 싶은 아이들)
“선생님 갑자기 뛰어내리고 싶어요”
수업 도중에 위클래스에 찾아온 은미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습니다. 뛰어내려야 한다는 생각을 없애려고 자신의 머리를 때리고 싶은 충동에 더 이상 교실에 앉아있기 어려워 다급하게 위클래스에 온 겁니다.
“선생님 제 손을 좀 잡아주세요”
저는 은미의 손을 잡고 함께 연습했던 호흡을 했습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지금의 괴로운 감정이 흘러가도록 했습니다. 때로는 호흡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그럴 땐 병원에서 처방받은 응급약을 복용한 뒤, 조용히 상담실에 앉아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함께 머물렀습니다. 은미는 그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위클래스를 찾았습니다.
학교에서는 위기관리위원회를 열고, 교감 선생님이 직접 학부모 상담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은미의 어머니는 치료받는 병원에서 한 입원 권유도,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내고 좀 쉬어보라는 권유도 모두 거절했습니다. 그저 은미에게 ‘견디라’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은미 어머니 입장에서는 학교가 은미에게 좀 더 안전한 공간이라고 생각하셨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은미의 어려움을 모른 척하신 것도 아닙니다. 병원 치료와 외부 상담센터의 상담을 꾸준하게 데리고 다니셨습니다.
다만, 학교에서 상담 전화를 해도 “아이에게 원하는 것을 직접 이야기하게 하라”며 상담 교사와의 상담을 거부하셨습니다. 너무 아이의 상태가 안 좋아서 조퇴를 시켜야 하는 순간에도 아이에게 직접 전화를 걸게 하라고 하셔서 왜 힘든지를 아이에게 꼬치꼬치 캐물으셨습니다.
그래서 은미는 집에서 죽고 싶은 충동이 생겨도 부모님께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에 와서 저에게 말하곤 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위클래스에 와서 안정을 취해가면서 은미는 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졸업식 전날 졸업 앨범에 저에게 글을 적어달라고 찾아왔습니다.
“ 은미야 너무너무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거야. 너의 모든 시간을 축복한다”
이런 응원 메시지를 받고 웃으며 은미는 졸업을 했습니다.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자녀를 보는 심정이 얼마나 힘들지 감히 가늠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버텨야 하는 은미를 바라보는 내내 참으로 가슴이 시렸습니다.
간혹 부모님께 학생들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는 말을 전하면 “걔가 뭐가 힘들다고 죽고 싶냐. 내가 더 힘들다”며 화를 내시거나, “걔 원래 그래요. 그런지 오래됐어요”하면서 우스개 소리로 치부하시는 부모님들을 만납니다. 자녀가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은 부모님이 느끼는 것처럼 정말 죽겠다는 말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은 “너무 힘들어요. 도와주세요”라는 구조의 말이라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유규진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청소년의 자살 실태 이야기]에서 “청소년은 자신의 우울증을 부모에게는 알린다. 하지만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부모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듯 넘겨버린다. 그것이 반복되면 청소년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 없어지고, 누구에게 기댈 수 있다는 희망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그 결과 우울증은 서서히 심해지고, 혼자서 답을 내린다. 그것이 바로 자살이다. 어떤 청소년은 '엄마에게 우울증을 말했는데 무시당했어. 혼자서 정신병원에 가야 하는데 병원비가 없어요. 그래서 자살하려고요'라는 글을 적기도 했다.”고 말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거나, 죽으려고 계획을 하거나, 죽으려고 시도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 또한 기억해 주십시오. 심지어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 시도가 성공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상담 교사로서, 저는 아이들을 단 한 명도 잃고 싶지 않습니다. 이 마음은 결코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닐 겁니다. 부모님도, 선생님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분명 같은 마음일 것이라 믿습니다.
일러두기
이 글의 사례는 개인의 사례가 아니며 청소년들의 보편적인 상황들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일부 설정은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사진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