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의존한 아이들
얼마 전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가 담임교사에게 “우리 아이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해해요.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게 해주세요”라며 반복적으로 민원을 낸 사건이 있었습니다. 담임교사는 교칙상 학생이 교내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다고 안내했지만,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불안해서 죽으면 책임질거냐”며 지속적으로 폭언을 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을 통해 심각한 교권 침해의 상황뿐 아니라 학생들의 스마트폰 의존이 심각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을 조기에 발견하려고 매 년 중1·고1을 대상으로 인터넷·스마트폰 이용 습관 진단 조사를 합니다. 그러나 이 검사는 자기 보고형이기에 실제 의존 상태를 명확하게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검사 결과 ‘주의군’이 된다 해도 학생과 부모님이 동의를 해야 상담을 의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상담실에서 의뢰받는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군 학생 수는 몇 명 되지 않습니다.
은희는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군으로 분류되어 담당 교사의 의뢰로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은희는 방과 후에 집에 있는 시간 전부를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고, 게임을 하며 보냅니다. 그러나 학교생활을 할 때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습니다. 반면 동우는 부모님의 요청에 의해서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동우는 학교에 있을 때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싶어 담임교사에게는 공기계를 제출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몰래 게임을 하다 교사에게 지도를 받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동우는 스마트폰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정도로 의존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학생이 학교와 학원을 다니고 와서 잠깐 스마트폰으로 노는 모습을 보고서 중독이 된 것이 아닌지 궁금하여 전화를 하는 부모님이 있습니다. 학생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공부에 더 매진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에 스마트폰을 조절할 방법을 묻기도 합니다. 반면에 학생의 스마트폰 의존도가 심각하여 상담을 청해도 “요즘 아이들이 다 그렇죠”라고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는 부모님도 있습니다. 때로는 부모님께서 자녀보다 더 많이 스마트폰에 의존해 계시는 분도 계십니다. “우리 아빠는 제가 중요한 말을 해도 핸드폰만 보면서 ‘그래, 그래’하고 성의없이 대꾸해요“라고 하소연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애플의 창업자는 자녀들이 가정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자녀들과 보드게임을 하고 책을 읽으면서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빌게이츠는 자녀들이 만14세가 될 때까지 휴대전화 사용을 금했습니다.
한국의 현실은 다릅니다. 아이들은 방과 후에 부모와 시간을 보내는 경우 극히 드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며 부모님과 저녁 식사도 함께 하지 못합니다. 때로는 거의 잠을 자야 할 시간까지 학원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 없이, 과중한 학습과 외로움 속에서 스마트폰은 유일한 위안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사용하지 마’라는 말이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빠지는 이유는 그 안에 재미가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현실에 즐거움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한다고 생각하거나 성적이 나쁘면 부모님은 폰을 압수하는 방법으로 학생의 행동을 통제하려고 합니다. 이 방법은 자녀의 분노와 반항심만 키울 뿐입니다. 특히 정서적으로 예민한 시기의 아이들에게 이러한 방식은 또 다른 폭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 김대진은 [청소년 스마트폰 디톡스]에서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모두 포기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어쩌면 의지보다는 환경을 바꿔주는 것이 낫습니다. 유혹에 약한 사춘기 아이들에게 의지로 디지털 사용을 줄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디지털과 먼 상황을 만드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습니다. 많은 양육자가 아이의 불안 너머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지 못합니다. 그보다는 아이가 불안 때문에 선택한 게임이나 스마트폰이 원흉이라고 여깁니다. 아울러 아이들에게 잘해주어야 합니다. 스마트폰을 많이 썼다고 혼내는 대신 무언가 함께 해나가자고 제안하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조절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결국 부모입니다. 스마트 쉼센터와 같은 전문 상담기관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실제로 실천에 옮기도록 아이 곁에서 꾸준히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부모이기 때문입니다.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문제에 대해서 고민이 있다면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제공하는 우아미 교육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시길 권합니다. 자녀를 통제하기 전에,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부모가 되는 일부터 시작해보는 겁니다. 또한 학교에서 안내하는 사이버 안심존 앱을 설치하여 자녀의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 환경을 관리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스마트폰은 이제 우리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중심을 잡고 살아가기 위해, 특히 청소년기에는 부모의 관심과 동반이 필요합니다. 아이 스스로 건강한 사용 습관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우리는 환경을 바꾸고, 관계를 다시 세우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