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너의 엄마야.
안녕, 내가 누군지 궁금하지? 언젠가 너와 만나게 될 나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될 거야. 나는 알게 모르게 너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하고 있단다. 아직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고, 언제 만나게 될지도 모를 너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믿을 수 있겠니? ‘엄마’라는 이름은 아직 나와는 거리가 먼 호칭인 것 같고, 낯설기만 한 게 사실이야. 엄마는 너처럼 작고 어린아이들을 보살피고, 가르치는 일을 해. 아주 가끔 우리 반 아이들이 장난스럽게 “엄마, 엄마.”하고 부를 때가 있는데 기분이 좋으면서도 어쩐지 어색한 기분이 들더라.
그래, 실은 기대와 설렘보다는 걱정과 불안이 앞선단다. 하나의 생명을 이 세상에 나게 하고, 평생토록 책임지며 일생을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일일까. 이러한 점에서는 너에게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구나. 그래도 언젠가 너는 나의 ‘아가’로, 나는 너의 ‘엄마’로 만나게 될 테니까 호칭도 이렇게 정리해서 부르도록 할게.
아가야, 엄마는 너와 같은 아이들을 10명, 20명씩 해마다 만나고 있단다. 그 아이들과 1년 동안 신나게 놀고, 맛있게 먹고, 공부도 하면서 추억을 만들고 있어.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너에 대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지. 너도 언젠가는 저렇게 자라나겠지. 너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말투로, 어떻게 행동하며 지낼까? 때로 나를 너무 화나게 하면 어떻게 하지? 작고 귀여운 네가 작은 생채기라도 난다면, 마치 내가 다친 것처럼 아프겠지?
너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려면 우선 네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겠지. 그래서 아직은 너를 만나기에 걱정이 앞서게 되는 것 같아. 준비되지 않은 엄마는 걱정과 불안이 더 큰 법이니까. 아직 내 친구들 중에서도 엄마가 된 친구들은 아무도 없어서 그런 생각이 더욱 클 거야. 언제쯤에는 나도 “이모!”소리를 듣게 되겠지? 혹은 네가 내 친구들을 보고 “이모!”하고 부르거나. 그때까지 너를 만날 수 있는 준비를 해 두도록 할게. 걱정도, 불안도 더는 하지 않고 침착하게 너의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이야.
참 슬픈 일이지만 사람들은 갈수록 아이를 적게 낳으려고 하고, 심지어는 아이 없이 자신의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어. 이것이 꼭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지만 너 같은 아이들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야. 아이가 주는 기쁨은 다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아이에 대한 기억만큼은 평생을 간다고 하는 가봐.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기억한다고 하지. 훗날 너와 내가 만들어 갈 이야기도 나의 가슴속에 하나둘씩 새겨질 거야. 그리고 나는 죽을 때까지 그 기억을 되새기며 미소 짓게 되겠지.
너에게는 조금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것보다 그 시간과 돈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사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 실은 나도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단다. 많이 실망했니? 미안해. 그래서 나는 너를 만나기 전까지 해보고 싶은 일들을 최대한 해 보려고 해. 그다음에는 오롯이 너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이야. 아니, 실은 이런 약속조차 지키지 못할지도 몰라. 너에게만 집중하기에는 엄마, 아빠가 무척 바쁜 일상을 보내게 될 테니까. 엄마가 된다는 건 미안해지는 일이 많아지는 것인가 봐.
왜 갈수록 어른들은 바빠지기만 하는 걸까? 내가 어릴 때에도 엄마, 아빠는 무척 바빠서 할머니와 함께 있거나 동생과 둘이 집에 있는 날이 많았거든. 너에게도 그런 일상이 펼쳐지게 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미안해지는구나. 너무 외롭게 두지는 않을게. 가고 싶은 곳이 있거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해야 해. 시간에 여유가 없다고 너를 대하는 마음에도 여유가 없으면 안 되니까. 전문가들은 아이와 시간을 얼마만큼 많이 보냈는지 보다는 짧은 시간이더라도 얼마만큼 재미있게 보냈는지가 중요하다고 하던데. 그래도 너와 조금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엄마는 열심히 공부를 했단다.
이런저런 생각에 벌써부터 걱정이고, 불안이네. 아가야. 엄마는 달콤한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보다 한 가지라도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는 것이 너를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엄마는 꼭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할게. 네가 엄마에게 실망하고, 밉다고 한다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아. 네가 무럭무럭 자라서 엄마의 모든 말들을 이해하는 때가 올 때까지 최선을 다해 보듬어줄게. 언젠가 너와 내가 만날 그날을 항상 기대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