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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납세자로서의 삶

모든 것이 비싸다 2

작년에 영주권을 취득했으니, 어쨌든 그해 벌어들인 모든 소득을 미국 IRS에 신고해야 했다. 당시 나는 홀로 한국에 거주하며 직장생활을 하다 퇴사했고, 모든 것을 정리한 뒤 아시아나 항공을 타고 미국으로 넘어왔다. (이로써 쌓아 두었던 마일리지까지 모두 정리되었다.)

한국 시민으로서 이미 원천징수와 연말정산으로 세금을 납부했기에, 미국 세금은 따로 내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큰 착각이었다. **외국납부세액공제(FTC, Foreign Tax Credit)**는 연방세에만 적용되고, 내가 거주하는 뉴저지 주 정부 세금에는 전혀 해당되지 않았다.

결국 한국에서 한 번, 뉴저지 주 정부에 또 한 번, 동일한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야 했다. 사실상 중복 과세였다. 기러기 아빠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일 것이다. 나는 올해부터 모든 소득이 미국에서 발생해 해당이 없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이민 선배들을 떠올리니 마음이 무거웠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니 아들은 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밥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아이러니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새벽 2~3시에 귀가하던 아빠를 향해 매일 저녁 전화로 “아빠 언제 와?”, “왜 아직도 사무실에 있어?”를 묻던 녀석이었다.

이제는 내가 저녁 시간에 집에 있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져 버린 듯하다. 아빠의 ‘희소성’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들이 안정감을 느끼며 지낸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가족이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매일 식사를 나누는 것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한국에서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었지만, 긴 퇴근길과 쌓이는 업무를 고려하면 정시 퇴근 후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곳 생활은 한편으론 무료하다. 매일 한국 뉴스를 찾아보고 예능 프로그램을 돌려 보지만, 이미 아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자연스레 소일거리를 찾게 된다. 동네를 둘러보면 사람들은 차고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고치고, 재생하며 시간을 보낸다.

나도 최근 고장 난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터치스크린을 고치는 영상을 찾아보고 있다. 조만간 직접 라디오 박스를 뜯어내고 패널을 교체해 보려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또 다른 전문성을 쌓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여전히 별빛이 반짝인다. 2~3년 전, 슬픈 마음으로 하늘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그때에도 있던 별들이다. 시간이 흘러도 별은 그 자리에 있다.

그리고 지금의 시간도 흘러갈 것이다. 슬픈 기억은 지나가고, 언젠가는 새로운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나는 그 시간을 두 팔 벌려 맞이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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