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뽀란다이어리 Apr 23. 2019

[뽀란's Diary] 4 day 3월 3일

스코가포스 그리고 우연히 찾은 인생 여행지

뽀가 쓰는 3월 3일 Diary     


 오늘은 회픈까지 5시간 거리를 차로 이동해야 하는 날이다.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면서 몽골 여행 생각이 정말 많이 난다. 어제 별이 가득한 밤하늘도 그렇고, 이렇게 차로 오래 이동하면서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도 몽골 여행과 꼭 닮았다. 몽골에서 보았던 고개를 올려다보지 않아도 보이는 쏟아지는 별들을 여기서 다시 한번 볼 수 있을까.    

 

 회픈으로 가는 길에 ‘스코가포스’가 있다고 해서 잠시 들렸다. 눈앞에 웅장한 폭포가 펼쳐졌다. 굴포스를 보고 난 이후라 놀라움은 덜했지만, 분명 크고 멋있는 폭포였다. 그 옆으로 수많은 계단을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속이 다 시원하다.     

 ‘스코가포스’ 위에 있는 산책로를 거닐면서 란이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눈물이 터져 버렸다. 중간에서 힘들었고, 상황이 악화만 돼서 혼자 답답한 마음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서로의 생각을 털어놨고, 속이 시원해진 상태로 폭포에서 내려왔다. 서로 대화를 안 했다면 계속 오해만 커져갔을 것이다. 앞으로 란이랑 함께 즐거운 순간들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     


 평소에 내 감정을 상대방에게 설명하거나 전달하지 않고 살아왔다. 나만 참으면 되는 감정들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뒤로 던져 놓고, 서운하거나 속상한 감정들을 마음속에 쌓아 두었다. 그렇게 쌓아둔 감정들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안고 다녔다.     

 오늘 란이와 이야기를 하면서 대화의 중요성을 더 절실히 깨달았고, 혼자 생각하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마다 다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있으니, 서로 오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말로 전달해야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알 수 있다. 말을 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전혀 알 수가 없고, 상대방이 모두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나의 욕심인 것 같다.     


 ‘스코가포스’를 보고 나서 가는 길에 우리는 다시 한번 정차했다. 돌이 산처럼 쌓여 있는 곳이었는데,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좁게 나있었고, 몇몇 사람들이 그쪽으로 들어가고 있어서 저 안쪽에 무언가가 있나 보다 싶었다. 별생각 없이 우리도 그 사람들을 따라갔다. 그렇게 좁은 길을 지나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돌산을 넘었다.    

  

 갑자기 거대한 빙하가 보이고, 얼음 조각이 떠있는 바다와 하얗게 뒤덮인 설산이 눈앞에 펼쳐졌다. 구름이 가득 낀 날씨와 세차게 부는 바람이 신비감을 더해주어 마치 얼음 왕국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곳의 바람은 춥기보다는 오히려 시원했다. 모든 걱정과 근심이 한순간에 잊혀 세상에 저 바다와 나만 남은 기분이었다. 길 가다 우연히 찾은 인생 여행지... 그 하얗고 꿈같은 풍경이 계속 마음 한 곳에 깊이 남을 것이다.




란이 쓰는 3월 3일 Diary


오전 11시 30분     


 아이슬란드 3일 차 회픈으로 가는 길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좀 많이 속상한 날이다. 아니, 어제, 사실은 그전부터 속상했던 일이 모두 터진 날이다. 아이슬란드를 오기 전부터 삐걱거리던 동행이 있는데 역시나 와서도 문제였다. 여행을 왔기에 참아주려는 것이 폭발해 버렸다.      

 더 얘기하면 기분만 더 나빠지므로 다른 이야기를 하려 한다.     


 속상한 와중에 여행을 시작한 나의 안부가 궁금했는지 한국에서 친구들에게 연락이 왔고, 연락을 받으면서 마음이 조금 풀려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와 어제 외국인들이 왔다 갔다 하던 어두운 지역으로 가보았다. 전날엔 너무 어두워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는데 오늘 와보니 정말 멋진 곳이었다. 그곳에서 한 시간 반 정도 혼자 풍경을 즐겼다. 

 풍경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고, 차디찬 공기가 양 볼을 스칠 때마다 슬픈 생각을 얼려버리듯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졌다.     


 그렇게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니 뽀가 나를 찾으러 밖으로 나왔다. 뽀도 내가 속상한 이유를 잘 몰랐었기에 왜 그런지 이유를 물을 줄 알았는데, 이유를 묻기가 조금은 조심스러웠나 보다. 다른 얘기는 전혀 없이 밥을 먹자며 집에 들어가자고 했다. 나로 인해 불편해지는 것도 문제기에 밥을 먹으러 집에 들어갔는데, 정말 도저히 밥을 먹을 수가 없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밥을 먹으면 체해서 하루가 날아갈지도 모르는 심정이었다. 나는 괜찮다며 그림 그릴 도구를 들고 밖으로 다시 나왔다.


 그리고 싶은 풍경이 있어서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갔는데 한 외국인 아저씨가 앉아계셨다.      

 “Hi!”     

 반가운 마음에 먼저 인사를 하고 약간은 어색한 상태로 앉아 그림을 그리는데 너무너무 추워지더라. 추워서 옆을 보니 눈이 마주쳐서 용기 내서 먼저 말을 걸어봤다. “too cold...!!"     

 아저씨는 내 말을 듣더니 아주 친절하게 여기가 처음이냐고 물어봐주셨다. 짧은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폴란드에서 오신 분이었고, 이번엔 친구와 여행 중이라고 하셨다.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 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 우리가 가져온 선물을 드리고자 잠시 기다려달라고 말씀드렸다.     


"I will give you Gift! Just moment!"     

와 다다다 다........

 선물이라는 말에 놀란 아저씨는 너무 기뻐하셨고 나는 방으로 들어가 내가 여행 전에 그려온 우리의 스티커를 하나 꺼내왔다.

 직접 그린 거라 말씀드리고 연락을 어디다 하면 되냐는 말에 내 인스타그램을 알려드렸다. 그런 후 아저씨의 친구들이 왔고, 아저씨는 나에게 친구들을 소개해줬다.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있는데, 아저씨도 줄 것이 있다며 잠시 기다려달라고 했다.  


 조금 기다리고 있는데, 다음 이동 시간도 길었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일찍부터 이동을 해야 했다. 아쉽지만, 우리가 체크아웃을 해야 할 시간이 다가와서 더 이상 시간을 보낼 수가 없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금까지의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보람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 있을 새로운 만남을 다시금 기대하면서 지금 나는 회픈으로 가는 길목이다.     


Ps. 누구와 여행을 하는지, 여행에서의 동행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느낀 하루였다. 잠시 만난 폴란드 아저씨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본 풍경이 오늘 하루 동안 본 풍경 중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인 듯하다. 지금 내가 타고 있는 차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아이슬란드의 풍경은.... 하나도 아름답지 않고 차갑다.


이전 04화 [뽀란's Diary] 3 day 3월 2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