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유선생 Aug 20. 2022

부모와 자식 사이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노총각, 노처녀들이 너무 많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라는 말이 실감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집도 예외가 아니어서 서른이 넘은 두 딸이 아직도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좋은 점도 있지만 가끔씩 아웅다웅 다투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며칠전 방 안에 앉아 있는데 작은 날벌레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막내딸도 그걸 보고 방충망이 있는데 어디서 이런 벌레가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다며 둘이서 한참 추리를 해 보았다. 결론은 일주일 전쯤 분갈이를 한 화분에서 우화된 것이라고 의견의 일치가 있었지만 문제는 그 다음.


아파트에 베란다가 있으면 쉽게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는데, 우리집은 확장형이라 내 놓을 만한 곳이 없었다.


화분을 어떻게 처리할까를 두고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나는 화분에 흙이 있는 부분에 천이나 한지 같은 것을 씌워 벌레가 나오지 못하게 하자고 했고, 딸애는 아주 화분의 흙을 바꾸자고 주장했다. 서로 논리적인 근거를 들어 논쟁을 벌였지만 5분도 못 되어 감정 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다. 결국은 이도저도 아닌, 복도에 보름쯤 내놓기로 겨우 타협을 보았다.


웬만하면 애들과 부딪히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이게 잘 안 된다.


며칠 후에는 큰애랑 언쟁이 벌어졌다. 병원으로 출근해야 하는 큰애와 아침을 먹으려는데 어제 끓여 놓은 된장찌개를 나는 그냥 먹자고 하고, 딸애는 데워서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동안 날선 공방 끝에 애가 울면서 밥을 겨우 먹고 나갔다.


매일 같은 공간에서 지내서 그런가? 우리집은 부모 자식간에 지나고 나면 정말 별거 아닌 일로 엄청 기분이 상하도록 다투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생각해 보니 집에서 애들과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되어 서로 대화를 포기하고 될대로 되라는 지경으로 간 적이 꽤나 여러번 있었다. 그렇다고 우리 가정이 부모 자식간에 사이가 안 좋은 건 아니다. 함께 외식도 자주 하고, 서로 건강을 걱정해서 비타민을 챙겨주랴, 운동을 같이 하랴 마음을 쓴다.



그러면 왜 부모와 자식은 서로를 끔찍이 위하면서도 아주 사소한 일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걸까?



내 젊은 시절을 뒤돌아 보니 나 또한 아버지에게 정말 사소한 일로 대들었던 기억이 후회나 죄책감과 함께 떠오른다.


나는 결혼을 하고도 2년 좀 넘게 부모님과 한 집에 살았는데 여러 차례 아버지와 언쟁을 벌였다.


아버지는 좀 깔끔하셔서 세면대에 머리카락이 붙어 있는 것을 보면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꼭 범인을 찾아서 주의를 줘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나는 그깟 머리카락 떼어버리면 되는 것 아니냐고 따지다가 감정 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다.


어느날 장마철에는 지하실에 물이 찼는데 그걸 양동이로 퍼내야 한다 하고, 호스를 이용해서 빼내자고 한참을 맞서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큰 문제로 서로 언성을 높인 경우는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부모와 자식간에 일어나는 다툼을 단순히 세대 차이 때문이라고 치부하고 지나가기엔 뭔가 찜찜한 구석이 남는다.


이건 보다 근원적인, 우리 인간의 깊은 곳에 내재되어 있는 부모와 자식간에 일어날 수밖에 없는, 심리적인 관계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녀가 어릴 때 부모는, 자녀에게 있어서 무한한 힘을 가진 존재로 비친다. 그리고 그런 힘은 부지불식간에 아이의 자아를 억압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그러다가 자녀가 점점 자라나면서 그런 환상이 깨지는 과정이 시작된다. 그러면서 억압되어 있던 무의식, 즉 억압하는 대상을 향한 반발심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분출되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여태까지 해오던 관습처럼 자식을 마음대로 조종하려 하는데, 자식은 그 동안 억눌려왔던 자아를 폭발시키고 싶은 욕구가 넘쳐나 서로 부딪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동물의 세계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인간도 어떤 시기가 되면 자식은 부모를 떠나 독립하는 게 순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혼을 해서 분가를 하는게 좋겠지만, 결혼도 인간이 만들어낸 제도일 뿐이고,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만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욱 뼈저리게 느끼니 언감생심. 그렇다고 이렇게 집값이 비싼 서울에서 따로 살겠다는 것은 너무 낭비고.



이제 세상은 우리 인간들에게 부모와 자식간에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모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전 16화 첫사랑 다시 만나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