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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현진 Sep 08. 2022

내가 들어본 적 없어서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대화법

(아빠도 말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딸 : “아빠. 나 자꾸 다리가 아파”

나 : “어? 그래? 어디 보자. 크게 이상한 곳은 없는데. 어릴 때는 키가 크느라고 아프고 그런 거야.”

딸 : (화를 내며) “아니!! 크느라고 아픈 게 아니라 그냥 아프다고.”

나 : “그래? 그럼 왜 그럴까?”

딸 : (더 크게 화를 내며) “아니! 그냥 아픈 거라고.”


 6살 딸아이의 다리는 겉으로 봐서 큰 이상이 없었다. 내가 어릴 때에도 한창 클 때는 뼈 여기저기가 아팠다. 그래서 별다른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화를 내는 아이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이 대화에 대해서 곰곰이 상황을 관찰하다 보니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대화 패턴이 항상 이런 식이었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감정은 뒷전이었다. 다리가 아파서 얼마나 불편했는지, 마음을 공감하지 못했다. 아이는 다리가 아프니 해결해 달라는 것보다 아픈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길 바랐던 것이었다.

 이렇게 대화 패턴이 과거로부터 고정적으로 굳어지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지금부터 다양한 대화 패턴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볼 것이다. 나는 어떤 대화 패턴을 사용하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읽어보자.



1. 분석, 진단, 일반화하기

 “너 나이 때는 다 그래.”

 “네 성격이 내향적/외향적 이여서 그래.”

 아이의 상황을 분석하는 유형이다. 의사처럼 상황을 파악하고 진단 결과를 알려주는 것 같다. 아이의 상황을 일반화시켜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말한다. 외적인 것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감정은 제외되어 있는 대화 패턴이다.


2. 충고, 조언하기

 “앞으로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아프면 병원에 가봐.”

 의사가 치료 방법을 안내하는 것처럼 해결책에 집중되어 있는 유형이다. 아이의 상황을 문제로 인식하고 빨리 해결하고 싶어 한다. 문제→해결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물론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중요한 ‘감정’이라는 요인이 빠져있다.


3. 바로잡기, 가르치려 들기

 “그런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야. 그런 생각하지 마.”

 “이 세상에 너보다 더 힘든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아이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유형이다. 충고/조언하기와 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약간 결이 다르다. 이번 유형은 물리적인 해결책 제시보다 아이의 생각을 바로잡고 가르치려 한다. 


4. 위로 / 동정하기

 “너무 힘들었겠다. 나도 속상하네.”

 “네 탓이 아니야. 너무 자책하지 마.”

 “정말 큰일이다. 어떻게 하냐?”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대화 유형이다. 다른 대화 패턴보다는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아이가 위로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섣부른 위로는 소통에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5. 내 이야기 들려주기 / 맞장구치기

 “그 말을 들으니까 갑자기 생각나는데…” “나도 요즘 너무 힘들어.”

 “나도 그런데. 어쩜 나랑 그렇게 똑같지?”

 대화 도중 흐름을 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맞장구치는 유형이다. 감정의 흐름이 깨지기 때문에 대화의 진도를 나가기가 힘들다. 무의식적으로 대화의 초점을 아이가 아닌 ‘나’로 옮기려 한다.


6. 분위기 전환하기

 “그렇게 풀 죽어있지 마. 기운 내서 이 상황을 한 번 다르게 보자”

 분위기를 전환해서 현재의 감정을 잊게 하려고 하는 유형이다. 기분을 북돋우려는 긍정적인 대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면에 해결하지 못한 감정은 그대로 남아있다. 


7. 조사하기 / 심문하기

 “언제부터 그렇게 느껴지기 시작한 거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천천히 바른대로 말해봐.”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하는 대화 유형이다. 아이의 감정은 빠진 채 그 주변에 일어난 사실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춘다. 이런 유형과 대화를 하다 보면 취조를 당하는 기분마저 든다. 


8. 평가 / 빈정대기

 “넌 너무 정신이 나약해. 그래서야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겠어?”

 “내 말 안 듣더니 이제 와서 하는 소리가 고작 그거야?”

 나도 어릴 때 많이 들어본 말이다. 아이의 현재 감정을 평가하고 부정하는 유형이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이라면 그때의 마음을 떠올려 보자. 서로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9. 한 방에 딱 자르기

 “됐어. 시끄러워. 그만 좀 해.”

 “쓸데없는 생각 좀 하지 마.”

 대화 자체를 차단하는 유형이다.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겠지만 대화할수록 불편한 감정이 생긴다. 그러니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 대화를 자르는 것이다. 대화 자체가 진행이 되지 않으니 소통이 차단된다.



 많은 부모들은 위에 나열한 유형 중에 한 가지 패턴보다는 몇 가지 대화 패턴을 주로 사용한다. 의식적으로 패턴을 사용하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쓰게 된다. 그런데 이런 대화 패턴은 아이와 소통하는데 방해가 될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와 잘 소통하며 대화할 수 있을까? 


 바로 관찰, 느낌(감정), 욕구, 부탁에 비밀이 숨겨있다. 아이의 말과 행동을 잘 ‘관찰’해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찾아낸다. 그 뒤 아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찾아내고, 실제로 무엇을 원하는지 숨겨진 ‘욕구’를 발견한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부탁’하는 세련된 대화법인 것이다. 이 글에서는 각 장 별로 2장 관찰, 3장 감정, 4장 욕구, 5장 부탁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할 것이다. 여태까지 여러분이 들어본 적 없어서 아이에게 하지 못 했던 말. 자녀에게 좋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라 답답했던 분들. 이 글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잘 소통할 수 있는 대화법을 꼭 사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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