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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현진 Sep 07. 2022

아빠의 말은 아이의 무의식에 코딩된다

(아빠도 말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다 떨어진다. 조심해. 내려와!”


 놀이터에 가면 아내는 불안하다. 아이가 높은 곳에 올라가면 혹시나 떨어질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아이가 오르고 기는 모습이 영 엉성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는 같이 올라가서 아이를 잡아준다. 아이가 징검다리를 무서워서 못 건너가면 손을 잡아주며 가보자고 응원해 준다. 그러면 아이도 도전해보고 그렇게 몇 번 건너면서 익숙해지면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한다.


 초등학생 아이가 못 푸는 문제를 가져오면 바로 풀어주진 않는다. 스스로 생각해보고 고민할 수 있게 시간을 준다. 대신 중간중간 힌트를 준다. 아이는 아빠가 준 힌트로 실마리를 찾으면 그때부터 몰입하고 답을 찾는다. 아빠가 풀어준 것보다 아이가 스스로 답을 찾을 때 더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엄마와 아빠의 양육 스타일은 다르다. 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낸 아이는 엄마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에 더 집중한다. 예를 들어 정리하기, 씻기, 공부 등 '해야 할 일'에 더 비중을 두는 편이다. 아빠와 시간을 보내는 아이는 반대다. 아빠와 경쟁하며 놀기 때문에 승부욕이 발동한다. 그래서 아빠와 많은 시간을 보낸 아이는 '잘하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상승한다. 축구, 달리기, 미술 등 아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더 잘하고 싶은 욕구가 상승하는 것이다. 



 엄마는 평소에 참 챙길 것들이 많다. 세세한 집안일부터 시작해서 아이들 생활용품, 어린이집/유치원/학교에 관한 생활, 학원, 먹는 음식, 아이들 속옷, 계절마다 사이즈에 맞는 옷 선별 등등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대신에 아빠들은 굵직한 일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사, 집수리, 자금사정 등 큰 계획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엄마는 세세한 것들을 살피는 돋보기이라면, 아빠는 전체를 둘러보는 레이더 같은 역할을 한다. 이렇게 다른 시야를 가진 엄마와 아빠는 상호 보완하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있는 것이다.


 또한 엄마는 아이와 대화할 때 공감 위주의 대화를 한다. 아이가 다쳐서 돌아오면 아픈 것에 공감하고 같이 마음 아파한다. 아빠는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한다. 특히 아이가 심리적으로 우울하거나 위축되어 있을 때 매일 듣는 익숙한 엄마의 말보다는 무심한 듯 툭 내뱉는 아빠의 말 한마디가 더 큰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아이는 살아가면서 불필요한 위험을 줄여 안정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도전을 통해 새로운 것을 경험해 봐야 한다. 아빠와 엄마의 타고난 본성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자극인 것이다. 서로 어떤 방식이 좋고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아이에게는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둘 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의 두 자극이 골고루 다 필요하다. 그런데 아이들은 엄마의 자극은 많이 받는 반면에 아빠의 자극은 무척 부족한 상황이다.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인 로스 D. 파크(Ross D. Parke)는 아이의 성장 발달에 미치는 아빠 고유의 영향력을 ‘아빠효과(Father Effect)’란 말로 표현했다. 아빠와의 상호작용은 아이의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좌뇌를 발달시킨다고 밝혔다. 아빠가 없던 아이들은 수리능력과 성취동기가 낮았는데, 이처럼 아빠의 역할이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이런 연구결과를 보면 아이의 동기부여, 사회성, IQ, 학교 성적 등 많은 부분에서 아빠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아빠의 관심과 평소 아빠가 하는 말이 아이의 인생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아빠의 관심과 말로 인생이 바뀐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설립자 빌 게이츠이다. 빌 게이츠는 중학교 시절 컴퓨터를 처음 접했다. 그는 컴퓨터를 밤새도록 하며 공부에 소홀해졌다. 이때 빌 게이츠의 아빠는 아들을 혼내거나 다그치지 않았다. 그 대신에 생활계획표를 짜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도와주었다. 한번 집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을 새우는 아들의 특징을 보완해준 것이다. 그의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단순히 컴퓨터를 좋아하는 아이로만 남겨졌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 전 세계가 사용하고 있는 윈도우 운영체제를 우리는 사용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훗날 빌 게이츠는 가장 닮고 싶은 인물로 자신의 아버지를 꼽았다. 



 이렇게 자신의 능력을 잘 끌어올리고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어린 시절부터 아빠와 상호 소통하며 교류가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빠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행복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아이와 교감하는 것은 관심이자 공감이다. 아이가 엉뚱한 질문,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진다면 아이는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행복해진다. 아이의 생각을 잘 들어주고 존중해주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자존감 또한 올라가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아빠의 말은 아이의 무의식에 코딩된다. 그렇게 아이에게 코딩된 아빠의 말은 아이의 인생에 그대로 반영된다. 아빠의 관심과 말 하나하나가 아이의 인생을 좌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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