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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현진 Sep 09. 2022

아빠는 왜 아빠 마음대로만 해?

(아빠도 말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주말에는 아이들 텔레비전을 정해진 시간 동안 볼 수 있게 허용해 준다. 이번 주말에도 아이들은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식사시간이 되었다. 아이들과 밥을 먹으려는데 계속 텔레비전을 보면서 먹고 싶다고 했다. 


나 : "밥 먹을 때는 밥만 먹는 거야. 텔레비전은 밥 다 먹고 봐야지."[일방적 지시]

아이 : "아빠는 밥 먹으면서 핸드폰 하잖아."[저항]

나 :  "아… 아빠도 그럼 핸드폰 하지 말아야겠다. 우리 이제부터 밥 먹을 때는 밥만 먹는 거야."[일방적 해결] 

아이 : “텔레비전 지금 볼 거야!”[욕구 미해결]

나 : “너 자꾸 때 쓰면 혼나. 얼른 밥 먹어.”[강압적 지시]

아이 : “아빠는 왜 아빠 마음대로만 해? 나도 내 마음이 있다고!(울음)”[욕구 미해결]


 속으로 '헉' 소리가 나왔다. 도저히 반박할 수 없는 논리였다. 평소에 나는 하면서 아이에게는 하지 말라는 경우가 종종 있던 것이다. 아이 입장에서는 충분히 억울한 일이다. 부모는 하면서 자신에게는 못하게 하는 이중적인 잣대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 책상 정리는 잘 안 하면서 아이에게 장난감 정리를 시켰다. 입맛이 없으면 빵으로 대충 먹고 넘어가는데 아이에게는 밥을 먹지 않으면 간식 없다며 협박도 했다. 화가 날 때는 소리를 지르면서 아이에게는 소리 지르지 말라고 했다. 수많은 상황에서 아빠는 되고 너는 안 된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을 했던 것이다.



 “사랑해. 고마워. 좋아해. 힘내.” 등 좋은 말들이 많은데 “안 돼.”라는 부정적인 말을 더 많이 하게 되었을까? '아이를 위해서'라는 명분 앞에 나의 '편안함'을 추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이가 빨리 식사를 한 뒤 쉬고 싶었고, 화를 내서 아이를 빨리 움직이게 하고 싶었다. 결국 아이의 말이 맞았다. 내 욕구를 빨리 해결하고 싶어서 내 마음대로만 했던 것이다.

 아이들도 나름대로의 욕구가 있다. 그 욕구를 확인하고 같이 해결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대화법에 대해 공부하고 나서부터 대화방식을 고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위와 같이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아래와 같이 대응했다. 


아이 : (울음을 터트린다.) [관찰 후 아이의 감정 확인]

나 : “유준아. 왜 울어?”[욕구 확인을 위한 묻기]

아이 : “밥 먹으면서 텔레비전 보고 싶어.”[욕구 확인]

나 : “아. 밥 먹으면서 텔레비전 보고 싶구나.”[아이의 언어로 공감]

아이 : “응.”

나 : “밥 먹으면서 텔레비전을 못 보면 속상하구나.”[감정 읽어주기]

아이 : (고개를 끄덕인다.) [비언어적 행동 관찰]

나 : “그럼 어떻게 하면 괜찮아질까?”[해결책 묻기]

아이 : “텔레비전 볼 거야.”

나 : “텔레비전을 계속 보고 싶구나.”[감정 읽어주기]

아이 : “응”

나 : “밥 먹으면서 보면 멀어서 제대로 못 볼 것 같은데. 우리 밥 맛있게 먹고 재미있게 텔레비전 볼까?”[부탁-해결책 제안]

아이 : “싫어. 지금 볼 거야.”[욕구 미해결]

나 : “그럼 아빠가 계란 프라이해줄까? 계란이랑 밥 먹고 텔레비전 볼까?”[부탁-해결책 제안]

아이 : “흠… 알겠어.”[문제 해결]



 보통 4~5세 아이들은 해결책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답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린 연령의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해결책을 제안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가 부모의 해결책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는 몇 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선택하게 하는 것도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다. 5세 이상 아이들에게는 의견을 물어보면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큰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서로 합의하에 해결하면 된다.

 아이들은 연령, 개인적인 성격에 따라 표현 방법이 모두 다르다. 어떤 아이는 언어로 잘 표현하는 반면, 어린아이일수록 눈짓, 행동, 표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상태를 표현한다. 울고, 떼쓰고, 짜증내고, 소리 지르고, 때리고, 꼬집으면서 간절한 몸짓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과 그 속에 숨겨진 욕구를 봐 달라는 것이다.

 

 “저 지금 마음이 불편해요.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슬프고 화가 나요. 저 좀 위로해 주세요.”


 아이가 이렇게 말해준다면 좋겠지만 그럴 리는 없다. 그렇지만 아이의 행동을 보고 ‘지금 이 아이가 이런 식으로 말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자. 많은 부모는 아이의 고집스러운 행동에만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행동을 고치려 들고, 말을 듣지 않으니 부모 또한 화가 난다. 이렇게 화만 내다보면 서로 감정만 상한 채 관계에 점점 금이 가게 된다. 아이의 겉으로 나타난 행동보다 그 안에 숨겨진 감정과 욕구를 보려는 노력만으로도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아이의 반응(언어적 또는 비언어적 표현)에 의미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누군가 자기의 말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여 주고 이해하려고 애쓰는 사람에게는 마음이 열릴 수밖에 없다. 그 어떤 대화에서 느끼지 못했던 만족감과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존재가 바로 아이의 부모라면 인생의 큰 지원군이 되는 샘이다.

 아이는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세상의 그 어떤 인간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하고 싶어도 못한다. 그러니 안전에 문제가 크게 되는 것이 아니라면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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