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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현진 Sep 06. 2022

아빠라면 그래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아빠도 말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퇴근하고 집에 가보니 아이들이 색종이로 만든 꽃을 내밀었다. 자세히 보니 손으로 직접 만든 카네이션이었다. 카네이션 옆에는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는 글씨가 써져 있었다. 유치원에서 만들었다며 자랑스럽게 내게 내밀었다.


 “우와~ 이렇게 예쁜 꽃을 직접 만들었다고? 진짜 고마워. 아빠 감동했어.”


 아이들은 아빠의 할리우드 액션으로 기분이 한껏 더 좋아 보였다. 제자리에서 ‘껑충껑충’ 뛰며 뿌듯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카네이션을 잘 보이는 냉장고에 붙여 놨다. 아이들은 냉장고 앞을 수시로 오가며 자신이 만든 카네이션을 감상했다. 그런 아이들 모습이 귀엽고 웃기기도 했다. 


 어버이날은 내가 부모님께 선물하는 날로만 생각했었다. 아이가 카네이션을 만들어 온 것을 보니 ‘나도 부모구나.’라는 생각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아버지, 어머니를 생각하면 항상 뭔가 애잔함이 남아있다. 형, 누나, 그리고 나를 키우면서 희생하는 모습에 감사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내 아이들에게 희생하며 살아야 하는 줄 알았다. 우리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나의 감정을 억누르고, 내가 원하는 것을 참으면서 그렇게 아이들에게 헌신해야 한다고 무의식 중에 생각했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고, 부모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가슴 한편으로는 부모에게 느낀 이런 미안함이 싫었다. 감사함은 긍정적인 느낌이지만, 미안함은 부정적인 느낌이라 마음이 좋지 않았다. 왠지 죄책감이 들고, 빚을 진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내 아이들은 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평생 희생만 하고 불쌍한 사람으로 비치지 않았으면 한다. 내 아들 딸들에게 아버지와 어머니는 애잔한 단어가 아니기 바란다. 그것보다 아이들이 나를 생각하면 자신의 인생을 충분히 즐겁게 살았고, 꿈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현재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감정을 억누르고 참는 것 대신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표현하는 삶을 선택했다. 낮에는 회사를 다니고, 퇴근 후에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밤에는 글을 쓴다. 틈틈이 강연을 하고, 칼럼을 연재하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자유를 느꼈다. 글 속에서는 참고 억누를 필요가 없었다. 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맘껏 드러낼 수 있었다. 그 시간만큼은 아무도 나에게 간섭하고 비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로움 속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꼈다. 몸이 힘들긴 하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충족감과 풍요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런 나를 본 우리 아이들은 훗날 나를 기억할 때 미안함보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훌륭한 선생님은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많은 제자들이 자신을 뛰어넘게 잘 가르치는 사람이다. 훌륭한 리더는 따르는 이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을 자신보다 뛰어난 리더로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훌륭한 부모는 많은 부를 소유하고 항상 옆에서 지원해 주는 존재가 아니라, 부모가 옆에 없어도 혼자서 살 수 있도록 독립시키는 사람이다. 아버지가 입버릇처럼 하던 독립하라는 말 때문이었을까? 커가면서 집안 형편이 좋아지긴 했지만 대학가서는 장학금도 받고, 틈틈이 일을 하며 등록금을 보탰다.


 요즘 보면 아이의 일에 너무 간섭하고 작은 것 하나하나를 도와주려는 부모들이 많다. 아이는 이런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게 된다. 부모가 없으면 단순한 결정도 내리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언젠가는 내 품에서 떠나보내야 하는 존재이다. 옆에 끼고 살려고 하지 말자.




 부모가 된다는 것은 참 오묘하다. 아이를 낳으면 부모가 되지만 누구나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에 제대로 된 사람을 한 명 내놓는 일은 역사상 가장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런 어려운 일을 지금 여러분이 하고 있다. 그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의 부모들. 가뜩이나 힘든 일이 많은데 자기 자신을 희생하지 말자.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는 말이 있다. 자기 자신을 소중히 하고 아이에게 당당하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자. 그러면 아이도 성장하여 아버지를 기억할 때 긍정적인 느낌을 기억하고 독립적인 한 인간으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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