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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현진 Sep 26. 2022

저 사람 성격은 왜 저 모양 일까?


나 : “그건 아빠 생각이죠.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사고형]
아버지 : “교과서 같은 말 좀 그만해.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아빠한테 이렇게 대들어?” [감정형]


 고등학생 시절이었다. 식탁에 앉아서 아버지와 열띤 대화를 나누었다. 사실 대화라기보다는 말싸움에 가까웠다. 아버지와의 대화는 대부분 위와 같은 패턴을 보였다. 나는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고, 아버지는 감정과 관계를 중요시했다. 서로 같은 공간에서 다른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 마지막은 항상 서로 방으로 들어가 ‘씩씩’ 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가정 내에서의 의사소통은 단순한 말의 교환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과정이다. 따라서 의사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나와 상대방의 마음과 성격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와 같이 서로 의사소통 자체가 막히는 경우가 발생한다. 어떤 성격이 좋고 어떤 성격은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단지 서로 다른 성격만 있을 뿐이다.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대화가 힘들어지고 갈등이 빈번히 발생하게 된다. 

 성격의 서로 다른 유형을 16가지로 분류한 이론이 있다. 정신분석학자 칼융(Carl Jung)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만든 성격 유형 검사 도구인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가 그것이다. 사람에 따라 ‘에너지의 방향’, 외부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 정보를 ‘판단’ 방법, 그리고 ‘행동’하는 양식을 기준으로 어떤 방식을 주로 선호하는지 설명해 준다. 이 이론을 바탕으로 성격차이를 크게 4가지로 간단하게 알아보겠다.



1. 에너지 방향(외향형/내향형)

 사람은 에너지에 의해 살아간다. 밥을 먹으면 몸 안에 흡수되어 에너지로 사용되는 것처럼, 외부에서 내부로 에너지가 흘러 들어가는 흐름을 볼 수 있다. 신체적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과는 다르게 심리적인 에너지 흐름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는데 외향적 사람과 내향적 사람이 있다. 외향적인 사람은 에너지가 내부에서 외부로 흐른다. 안테나가 외부로 향해 있어 외부 변화에 민감하다. 집에 있는 것을 답답해해서 밖으로 나가야 숨통이 트인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를 좋아하고 항상 에너지가 외부로 향해있다. 

 이와 반대로 내향적인 사람은 에너지가 외부에서 내부로 흐른다. 집 밖으로 아예 나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과도하게 바깥활동을 하면 에너지가 소진되어 힘들어한다. 집에 조용히 있으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을 선호한다. 안테나가 내부로 향해 있어 외부 변화보다 내면의 감정 변화를 더 중요시한다. 대체로 많은 친구보다 친한 친구 몇 명과 관계를 유지한다.

 외향적 부모 밑에서 자란 내향적인 아이는 대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마음속의 말을 잘하지 않으니 부모가 답답해한다. 집에서 조용히 있기를 바라는 아이를 게으르거나 나태하고,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오해를 받기 일쑤이다. 반대로 내향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외향적인 아이는 산만하다는 오해를 받는다. 부모는 아이가 너무 피곤하게 느껴지고 아이의 솔직한 표현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2. 인식(이성형/직관형)

 외부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이성형’(또는 감각형)은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만져지는 것 등을 신뢰한다. 따라서 현실적이고 경험을 중시하며, 구체적으로 상황을 판단한다. 철저하게 조사해서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는 성향을 보인다. ‘직관형’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더 중요시한다. 육감에 의존하고,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신념에 따라서 행동한다. 그래서 사과라는 이미지를 보았을 때 이성형은 ‘빨갛다, 동그랗다, 달다.’라고 표현하는 반면 직관형은 뉴턴의 법칙, 백설공주, 마녀 등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3. 판단(사고형/감정형)

 인간은 외부의 정보를 인식한 후 판단하는 단계를 거친다. 판단을 할 때에도 사람마다 다른 기준에 의해 결정을 내린다. ‘사고형’인 사람들은 객관적인 사실을 중요시하여 분석적으로 판단한다. 원칙과 규범을 중시하여 법과 규칙을 되도록 잘 지키려고 한다. ‘감정형’인 사람은 인간관계나 상황적인 특성을 고려해서 판단하고 결정한다. 이렇게 판단 유형이 서로 다른 사람이라면 유독 많은 갈등을 유발하곤 한다.

 감정형인 아내는 남편이 항상 자신의 감정을 먼저 이해해 주길 바라고, 사고형인 남편은 무엇이 문제인지 객관적인 이유를 말해주기를 원하고 빨리 해결하고 싶어 한다. 모든 남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여성이 조금 더 감정적 배려를 원한다.


 사고형인 사람에게 감정을 드러내고 관계를 중요시하면 짜증을 낸다. 감정형인 사람에게 객관적인 사실과 분석 결과를 근거로 접근하면 오해가 쌓이고 서로 답답해진다. 그래서 처음 사례처럼 사고형인 나와 감정형인 아버지와는 대화를 할수록 서로 답답하고 마음이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고형인 아이에게는 부모의 감정을 아무리 이야기해봐야 듣기 싫어한다. 아이는 부모를 이해할 수 없어 괴롭기만 하다. 반대로 감정형인 아이에게 객관적인 사실이나 옳고 그름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먹히지 않는다. 오히려 부모로부터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해 괴로워할 뿐이다.



4. 행동(판단형/인식형)

 외부 세계를 ‘인식’하고 정보를 ‘판단’ 했다면 마지막에 어떤 식으로든 ‘행동’을 하게 되어 있다. 행동하는 방식도 사람에 따라 다른데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판단형’은 목적의식이 뚜렷하고 구체적으로 계획하여 정확하게 실행하려고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판단형으로 원고 작업 계획을 세워서 그 일정에 맞게 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 계획한 일정을 따르지 못할 때는 힘들어하고 어떻게든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가끔 목적보다는 계획을 실행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길 때도 있다. 계획에 지나치게 열중하다 보면 융통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인식형’은 모험이나 변화를 선호하고, 계획보다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 상황을 바꾸려 하기보다 적응하는 쪽을 택하기도 한다. 어려운 일들을 유연성 있게 대처하고 상황에 따른 융통성이 있다. 가끔 지나치게 느긋하기도 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참기 어려워한다. 인식형인 자녀에게 과도하게 계획에 따라서 숙제를 하라고 하면 답답해하고, 과도한 통제를 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



 외향형/내향형/이성형/직관형/사고형/감정형/판단형/인식형 모두 인간이 쓰는 카드의 한 종류이다. 우리는 평소 거부감 없이 편안하게 느끼는 카드를 자주 사용할 뿐이다. 이것을 우리는 성격이라 부른다. 그렇지만 성격이 고정된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평소에 쓰지 않던 카드를 사용할 수도 있다. 난 평소 내향형 카드를 자주 쓰지만 강연 등 사람들 앞에 나설 때는 외향형 카드를 사용한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는 이성형 카드를 쓰지만 밤에 혼자 글을 쓸 때는 직관형 카드를 섞어서 쓰기도 한다.


 인간을 이런저런 유형으로 정확하게 구분할 수는 없다. 위의 구분은 편의에 의해서 정의한 것으로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참고해보자. 동시에 배우자 또는 자녀가 어느 유형인지 구분해서 비교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배우자와 자녀 등 많은 갈등관계 속에서 중요한 원인은 상대방이 틀렸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단지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세상에 나쁜 성격도 없고 좋은 성격도 없다.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관계에 금만 간다. 인간은 비슷한 성격 때문에 가까워질 수 있고, 서로 다른 성격 때문에 성장할 수 있다. 나와 상대방의 유형을 잘 관찰해 본다면 단순히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도 ‘이런 성격유형이기 때문에 저런 행동을 하는구나.’라며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나와 상대방의 성격을 파악해보고, 차이를 이해한다면 마음과 마음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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