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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비문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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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o Choi Nov 16. 2016

Hello,

비문

Hello,

arco.choi - 찍고, 쓰다.


2016 어느 깬 밤


한 열 시쯤.

일찌감치 잠이 들어 여느 때와 같은 네가 나오는 꿈속에서 헤엄을 쳤다.

그렇게 잠을 자다 깨어나 몇 시인가를 확인하려 핸드폰의 전원 버튼을 눌렀지만 배터리가 방전되어

시계를 보려 거실로 나왔다.


온통 어둠이 올바르게 자리 잡은 걸 보니 새벽 서 네시쯤은 된 거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불을 켰다.


세시 오십 분.

정확히 말하자면 세시  오십육 분.

반올림하면 네시.


책상 위에서 담배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일기예보가 말한 것처럼 한파가 느껴져 다시 집으로 들어가버리고 싶었지만 그냥 담배를 태웠다.

담배 연기와 뜨거운 나의 숨이 합쳐져 마치 입에서 장작불이 타는 것처럼 거대하고 육중한 연기가 퍼져나갔다.


별다른 생각은 나지 않았다.

다만 언제고 눈을 감으면 떠오르던 네가 이제는 꿈속에서조차 희미하고 옅어졌다는 것이 내심 서운하기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었다.


담배가 금세 다 타 버렸고, 아쉽지만 시린 발가락이 이제 한계였기에 집으로 들어왔다.

책상 앞에 앉았다, 여느 때처럼.


잠시 추위에 얼어붙은 몸을 녹이는 동안, 듣고 싶은 음악이 생각났다.

책장 앞에 놓인 플레이어를 들고 이어폰을 꼽았다.

플레이어의 휠을 돌려 음악을 찾고는 한곡 반복에 체크를 하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adele-H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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