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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이안 Feb 17. 2024

언니가 되어줄게

바람

언니가 되어줄게.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질 때,

우산도 무용지물일 때,

네 손을 잡고 달려갈 거야. 마음을 지킬 수 있는 곳으로.


언니가 되어줄게.

마음이 무너진 자리 같이 꽃씨를 심자.

흙을 토닥이며

두려운 것에 대해

무서운 것에 대해

꼴 보기 싫은 것에 대해

왜 그런지 얘기해 봐.

들어줄게, 해결책 없이.


언니가 되어줄게.

같이 인공호수에 가서 탐스러운 잉어를 보자.

잉어들이 물속에서 하는 말에 귀 기울이자.

우리가 수면 아래 세계를 상상하느라 서로 대화가 없어도

그 애들이 수다스러워 적적하지 않을 거야.


언니가 되어줄게.

낯선 땅에서 손잡아 줄게.

거기서 새 취향을 만나자.

네모난 나무를 보러 가자.

늘 지나치던 테라스가 있는 식당에 들어가 보자.

늦은 귀갓길은 마중을 나갈게.

초콜릿을 먹으면서 오늘 있었던 웃긴 일을 얘기해 볼까.


햇살이 조건 없이 대지를 안듯

그러나 너무 뜨겁지도 너무 부족하지도 않게

딱 찬란할 정도로 거리를 두고

네 곁에 있을게.


내가 언니가 되어줄게.

그러니

내 곁에 있어줄래?

오래오래 함께해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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