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언니가 되어줄게.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질 때,
우산도 무용지물일 때,
네 손을 잡고 달려갈 거야. 마음을 지킬 수 있는 곳으로.
언니가 되어줄게.
마음이 무너진 자리에 같이 꽃씨를 심자.
흙을 토닥이며
두려운 것에 대해
무서운 것에 대해
꼴 보기 싫은 것에 대해
왜 그런지 얘기해 봐.
들어줄게, 해결책 없이.
언니가 되어줄게.
같이 인공호수에 가서 탐스러운 잉어를 보자.
잉어들이 물속에서 하는 말에 귀 기울이자.
우리가 수면 아래 세계를 상상하느라 서로 대화가 없어도
그 애들이 수다스러워 적적하지 않을 거야.
언니가 되어줄게.
낯선 땅에서 손잡아 줄게.
거기서 새 취향을 만나자.
네모난 나무를 보러 가자.
늘 지나치던 테라스가 있는 식당에 들어가 보자.
늦은 귀갓길은 마중을 나갈게.
초콜릿을 먹으면서 오늘 있었던 웃긴 일을 얘기해 볼까.
햇살이 조건 없이 대지를 안듯
그러나 너무 뜨겁지도 너무 부족하지도 않게
딱 찬란할 정도로 거리를 두고
네 곁에 있을게.
내가 언니가 되어줄게.
그러니
내 곁에 있어줄래?
오래오래 함께해 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