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나를 보듯
어쩌면 찌그러진 공이야.
탄성을 잃었어.
어쩌면 사용하기엔 너무 짧아진 몽당 빗자루야.
온갖 등살에 더는 버틸 수가 없었구나.
구석에 찌그러져 있는 편이 나을까.
죄책감이나 경솔함이 후려칠 땐
똑바로 서 있기 어려워.
햇빛가리개가 씌워진 창으로 더는 밖을 보기가 어려워.
여기가 어딘지 잘 분간되지 않아.
그럴 때면 내가 밟고 오르는 층계마다 탄성이 자자해.
탄성을 잃고 한탄하는 마음은 주인 잃은 강아지처럼 애처롭지.
왜 가장 소중한 건 보존하고 유지하는 게 어려울까.
그럴 땐 기억 속 늘씬한 도로를 달려 먼 곳의 풍경을 보러 가.
시간의 수풀을 헤치며 달려간 곳에는 나를 굽어보는 나무들이 있어.
잘 몰라도 안아주는 마음.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마음.
너가 나를 보듯, 나를 바라보는 그애들은 모두 초록이야.
탄성을 자아낼 만큼
눈부신 초록.
그래,
탄성은 거기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