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이안 Mar 02. 2024

명백한 사실

가네샤 신의 지혜

폭주하는 것에 노여워말 것

그럴 때면 먼 곳을 봐.


벽에 걸린 그림이든

부드러운 능선 사이로 꽃다발처럼 솟아오른 마천루든

저만치 우연히  마주친 사람이든


외롭다고 노여워말 것

명백하다 믿는 사실을 점검할 것

어쩌면 찬란했던 순간들이 우르르 누락됐을지도 모를 일.


그럼에도 감정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모든 길의 끝에 머무는 가네샤 신을 생각한다.

저 모퉁이를 돌면, 가장 똑똑하고 지혜로운 신이 있어.

노란색 옷을 입고 좋아하는 망고를 먹으며, 이 모든 노여움을 다스리는 지혜를 구할 거야 나는.


그런 것을 생각하며 이른 아침 옷을 챙겨 입고 그 애를 만나러 가는 길.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 복도의 끝에는 그 애가 있다.


저만치서 나를 바라보는 강아지.

귀가 쫑긋한 그 애는 사람을 잘 따르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아. 너를 보니 좋네.


어쩌면 가네샤 신이 이미 나에게 지혜를 줬네.

망고를 먹으며 그 애를 보는 일.

오래오래 들여다보는 일.

그 일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일인지

명백한 사실로 기록하는 일.




이전 11화 행성의 오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