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단상
잘 지내, 나는.
이국의 랜드마크가 프린트된 텀블러를 손에 쥐고
환승역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
이 길의 끝은 어떤 진심과 이어질까.
내가 쥔 것은 진짜가 아니야.
실제는 멀리 있어, 너만큼.
사실 난 헛헛해.
그동안 진심을 찾아 헤맸는데
수중에 쥔 것은 랜드마크가 프린트된 텀블러 그뿐이야.
어떤 진심은 손 끝에 닿지 않아.
어떤 진심은 서로 엇갈리고,
곁에서 서성대다 멀어지는 거야. 그리곤 절대 돌아오지 않아.
일상을 살아낸다는 건
언젠가 마음을 사로잡은 그 초승달을 벽에 붙여 놓고
오래 들여다보는 것
일상을 살아낸다는 건
좋아하는 영상을 반복해서 들여다보는 것
일상을 살아낸다는 건
까닭 없이 시 구절을 외우는 것
일상을 살아낸다는 건
고르지 못한 치열 같은 보도블록이 깔린 오솔길을 걸으며
나무에게 말을 건네는 것
일상을 살아낸다는 건
좋아하는 케이크 집에서 주인아저씨가 흰 모자를 쓰고 케이크 굽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일상을 살아낸다는 건
강아지를 품에 안는 것
온기를 느끼는 것
일상을 살아낸다는 건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
슬며시 번진 상대의 웃음을 마주하는 것
나는 너를 또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