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수의힘 Apr 14. 2024

크몽 본사에 다녀왔습니다.

IT/프로그래밍 간담회 참여 후기

  어느 날 갑자기, 그러니까 참석 여부 결정까지 대략 2시간 남은 상태에서 오프라인 간담회 초청이 들어왔다. 광주 사는 사람에게 서울 본사에서 열리는 간담회 초청이라니. 순간 '너무 멀어 참석이 어렵겠네요'라고 답변을 입력할 뻔했으나, 고민 끝에 참석하겠다는 답변을 보내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내가 하는 일이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인지 고민하던 차였다. 돈을 벌어도 따로 쓸 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이렇게 열심히 돈을 벌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매일매일 혼자 집에서 비슷비슷한 일들을 처리하는 것에 점차 흥미를 잃고 있었는데, 어쩌면 이 이벤트가 나에게 새로운 자극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또 무엇보다 사람이 보고 싶었다. 매일 보는 가족 말고, 채팅으로만 만나는 고객들 말고, 실제 사람과 같은 주제로 대화하는 그 느낌이 그리웠다. 예전에는 날마다 하던 그 대화라는 행위가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워지게 게 될 줄은 몰랐다. 역시 사람은 그 환경에 직접 놓이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모른다.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게 아닐까 싶다. 학교에서 근무할 때는 그렇게 혼자 있고 싶었으면서, 혼자 있을 때의 그 고독감을 알지는 못했던 것이다.

  오랜만에 외출복을 찾고 기차표를 예매하며 오랜만에 설레는 감정을 느꼈다. 어떤 사람들이 참석할지, 크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지, 거의 10년 만에 가보는 서울은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홀로 캠핑 갈 때는 느끼기 어려웠던 설렘을 비즈니스로 그것도 서울까지 가면서 느끼게 될 줄이야.

  인증 사진을 잔뜩 찍어오고 싶었는데, 막상 크몽 본사에 도착했더니 엄청 많은 사람이 매우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어 여행객의 차림으로 인증 사진을 찍기에는 내 용기가 한참 모자란 탓에, 겨우 두 장을 남겼다. 저 명찰은 기념으로 가져오고 싶었는데 안된다고 하셔서, 아마 다른 간담회에 또 써야 하는 물품인가 보다 하고 포기했다.


  간담회에서 느꼈던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전문가분들이 많으시다는 것. 참석하신 전문가분들은 10년을 넘게 크몽에서 일하신 분도 있고, 작년에 새로 시작한 분도 계셨다. 20명이 넘는 회사를 이끌고 계신 분도 계셨고, 나처럼 혼자 일하는 사람도 있었다. 광주에서 기차 타고 오면서 투덜댔던 내가 부끄럽도록 부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분도 계셨다. 하지만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품고 일하는 것은 동일했다. 내가 속한 카테고리 자체가 워낙 기술의 변화가 빠르고 새로운 전문가들이 많다 보니 지금 현재 어느 정도의 매출을 보이고 있어도 이 매출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까에 대한 불안감을 품고 있는 분들이 많았다. 또 크몽이라는 하나의 플랫폼에 수익의 대부분이 종속되다 보니 크몽의 정책이나 입장 변화에 따라 수익의 변화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또한 동일했다. 나도 지금은 어느 정도 수익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내가 일하는 카테고리에서도 다른 전문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고 세부 카테고리가 변화하거나 광고 정책들이 변할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들 때가 많았어서 정말 공감하며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왔다.

  둘째는 크몽 담당자분들이 정말 진지하게 의견을 들어주었다는 점이다. 사실 간담회라길래 전문가들 많이 초청해서 앞으로의 회사 비전 소개해 주고 맛있는 거 먹고 질문과 답변 몇 개 하고 끝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전문가 6명, 크몽 측 4명으로 구성된 간담회는 예상하지 못했던 심도 깊은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었다. 그 이야기들을 글로 남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인상에 남았던 것은 크몽 담당자분들의 태도였다. 회사 내 사업을 총괄하시는 높은 분까지 오셔서 회사의 사정과 앞으로의 계획까지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주시고, 카테고리 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항상 듣고 계신다고 말씀해 주셨다. 우리 카테고리를 관리하시는 매니저님들도 우리가 말씀드렸던 건의사항들을 가능한 한 선에서 최대한 반영해 주겠다고 약속하셨다. 나처럼 규모가 크지 않은 전문가의 의견도 경청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느 정도 위안을 얻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마음속에 꼭 품고 갔던 한마디를 결국 풀어놓고 왔다.


'저, 교사하다가 크몽에 올인한 사람입니다. 크몽이 망하면 안돼요. 절대로.'


간담회 참여하면서 보고 온 크몽의 모습을 보니, 아마 망하면 내가 망했지 크몽이 망할 일은 없을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익숙함, 편안함과 지루함의 사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