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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같음이 전혀 같은 같음이 아님을 안다
같음을 같음인 채로 내버려둔다면 같음이 같음일까
같음 사이에서 펼치는 무수한 같음 아닌 것의 반란
같음에서 같음으로 옮겨가는 동안 변질된 성질들
그것들의 실체를 글쓰기는 가만히 묵과하지 못한다
씀을 통해 느껴지는 바를 기필코 가 닿으려 애쓴다
글쓰기는 다름이 결코 다른 다름이 아님을 안다
다름이 달라진 채로 내달리지 못하는 처지를 안다
다름이 다름이라는 이유로 덩그러니 외면된 시선들
다름 사이에서 겹쳐지는 유의미한 같음의 이미지들
다름에서 다름으로 이행하는 동안 고집한 유사점들
씀을 통해 짚어지는 바를 기어이 관통해 감각한다
글을 쓰는 일과 몸을 쓰는 일에서의 쓰다는 겉으로는 적다와 사용하다의 차이를 가지나 사실 글을 매개로 마음을 사용하는 것이며 몸을 이용해 삶에 새겨넣는 것이니 그 둘의 사용은 의미가 같다
이는 발화할 때의 성긂을 붙잡아 무릎꿇리는 일
글쓰기가 같음끼리를 잘 갈라놓으며 다름끼리를 어깨동무시키는 아름다운 심술을 부리기를 즐긴다
그것으로 말미암아 지속의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한다 게다가 대상을 다루는 현재성을 가르친다
글쓰기는 미끄러운 비누를 다루는 것과 같아서 만질수록 자주 놓치고 만다
완벽한 비누의 형태는 없어서 불만하며 나아간다
한번도 똑같은 비누를 만져본 적도 없다
영원히 색다른 비누를 가져본 적도 없다
어차피 글을 쓰는 동안만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