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말의 허벅지같은 건강을

말의 혀처럼 부드럽기를

by 이숲오 eSOOPo

바다 건너 걸려온 전화를 한참 붙들고 아침을 건넌다


그곳은 음력이 없어서 설도 없으나 공교롭게도 패밀리 데이가 시차와 맞물려 비슷한 기분을 낸다


크게 하루 범위를 잡자면 지구상의 오늘은 하루를 넘어 이틀에 육박한다


급하게 살지 않을 이유가 하나 더 생긴다


조금 마음이 넉넉해진다


도시가 조용한 이유는 사람보다 차량의 수에 있다


공장이 사라졌다고 기계가 사라진 것은 아니기에 매일 우리는 기계를 뒤집어쓰고 살거나 기계를 애완동물처럼 끌고 다닌다


기계가 개보다 더 날카롭게 짖고 주인을 지키지 못하고 주위를 더 교란시키고 더럽힌다


도시는 차만 사라져도 살만하다

차가 없는 도시가 도시일까 의문이지만


갑옷같은 차를 입어야 하는 도시인들은 고독하다


휘발유 향기를 향수로 지우고 선글라스 대신 선팅을 하고 동그란 네 개의 구두를 신는다


연휴가 지나면 많은 이들이 이삿짐을 싸서 각자의 안전한 곳으로 피난을 떠날 것이다


가지지 않아도 살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이 완성된다


떠나야 내게 붙어 있던 불순물들이 떨어져 나간다


만세는 만만한 세상의 쓴 맛을 보고 난 후 외친다


누구나 설날 다지는 마음을 함부로 비웃지 못한다


떡국 속 나란한 떡들의 흰 나열은 얼마나 고귀한가


포만감에 뾰루퉁해진 배꼽을 튕기며 신곡을 읽는다


저 불쌍한 까치들이 얼이 빠져 용서를 구하지도 못했다던 그 부드러운 소리로 나의 노래와 함께 하게 하소서
새해엔 말의 허벅지처럼 단단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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