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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Aug 12. 2022

나의 초능력들 20

식물과의 대화 : 자세히 보아야 맥박을 느낄 수 있는

눈치채지 못하게 움직이고 있어


날마다 만나는 식물은 열 한 그루다. 제각각 덩치가 달라서 어떤 녀석은 아이만 하고 어떤 녀석은 농구선수 키만 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들의 잎들을 차례로 어루만진다. 식물은 무수한 잎들이 신체이다. 귀가 되기도 하고 눈이 되기도 하고 입이 되기도 하는 신체의 분산. 인간은 동물이기에 식물의 생리와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것들과 대화를 나눌 수가 없다. 동물은 날마다 먹이를 섭취해야 하지만 식물은 욕심내지 않는다. 저마다의 수분을 뿌리가 충분히 머금고 있다면 투정 부리지 않고 태양이 주는 빛으로 버틸 수 있다. 잠시 집을 비울 때에도 애목 호텔에 맡기지 않아도 된다. 잎의 촉감을 느낀다는 것은 식물의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움직이지 않아서 좋았다. 움직이는 것들은 손이 많이 간다. 자동차도 강아지도 변덕스러운 내 마음도. 나무는 의젓해서 좋았다. 마치 도를 닦는 듯한 표정을 하고 진득하게 한 자리를 지켰다. 놓인 곳을 불평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데 신기했다. 나로 하여금 놓인 그 자리를 맘에 들어할까를 대신 염려하게 한다. 그래서 자주 옮겨준다. 겨울에는 내 방에 가둬두었다가 따뜻한 계절에는 베란다로 보금자리를 옮겨주면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건 잎의 수가 무성 해지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잎이 가는 가지가 아닌 굵은 가지를 뚫고 나오는 것을 보면 나무의 환호 같다. 그럴 때에는 너무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서 귀를 막고 나무를 바라볼 지경이다. 나도 기쁘다.


나무는 어른들의 장난감이다. 얼굴이 있으면 사람을 닮아서 친근하다고 하지만 얼굴이 있는 것들은 부담스럽고 마음을 속여야 할 때도 있어 피곤하다. 그래서 인간과 공존할 로봇을 만든다면 부디 나무를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나무는 내가 바라보는 곳이 정면이다. 모양이 거슬려서 돌려놓아도 정면이다. 그것은 내 마음이 대상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거울로서의 기능도 하는데 무생물이라면 별로이지만 살아있는 거울은 매력적일 수 있다. 자연은 한 번도 똑같았던 적이 없으나 인간이 무심해지는 순간 자연의 역동성을 볼 수 없게 된다. 거기에는 보잘것없는 기적부터 위대한 평범함까지 숨겨져 있어서 우리를 위로하고 안정시킨다.


나의 초라한 능력은 나무를 날마다 어루만지고 그들과 교감을 나누는 것이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사랑이라 말할 수 없다. 촉각 될 때 완성되는 것이다. 여태껏 무심하던 나무는 꽃의 만발로 나와의 관계를 보란 듯이 잉태하기도 한다. 나무의 언어는 음성으로 전달되지 않기에 청각으로 포착할 수 없다. 시각과 촉각이 그 유일한 소통의 통로가 된다. 나무를 물만 주고 분갈이만 해주면 만족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나의 착각임을 오래전에 알았다. 수시로 나무의 잎들을 어루만지고 줄기를 쓰다듬으며 그들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나무야! 너는 꾸는 꿈이 얼마나 간절하기에 한시도 눕지 못하고 그렇게 평생을 서 있는 거니? 나의 나. 무.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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