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Sep 02. 2022

나의 초능력들 41

두려움 : 현재 극복의 동기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기 위하여


세상은 온통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지나치게 강력해서 두렵고 형태를 종잡을 수 없어 두렵고 통제할 수 없어서 두렵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두렵다. 두려움의 실체를 분명하게 알 때보다 그 모습이 막연할 때 더욱 두려워진다.


두려움이 공경함을 만나면 긍정적 개념으로 변한다. 경외. 공경과 두려움은 궁합이 맞나 보다. 대체로 경외는 외부로 향한다. 요즘 힙한 표현으로는 리스펙과 상응한다. 내가 감히 못하는 것을 해내는 이들을 보면 저절로 리스펙 하게 된다. 머리를 조아리고 환호를 던질 것이다. 그것은 굴복이나 굴욕이 아닌 감미로운 놀이다. 경외를 내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면 어떨까. 어쩌면 자존감에 효력을 발휘하지는 않을까.


처음에는 누추한 나를 온전히 바라봐야 하는 두려움이 있겠다. 그다음에는 월등한 대상과의 비교로 무너지는 나를 애처롭게 수용하는 두려움이  연이어 다가올 것이다. 또 어디로 갈지 우왕좌왕하는 나를 보며 어쩌지도 못하는 두려움이 한 뭉치 두 손에 쥐어져 있다. 두려움은 두려움의 꼬리를 물고 무한 반복으로 무한궤도에 진입할 것이다. 그러다가 두려움의 성질이 바뀌기 시작해 긍정적인 에너지로 변모한다. 앞의 단계들에 좌절하지 않고 지혜롭게 극복하면 스스로에게 존중이라는 선물을 대가로 준다. 나에로의 리스펙!


두려움은 우성이지만 가끔씩 하이어라키에서 돌연변이를 낳게 되는데 이 녀석은 기존의 두려움을 제거하는 능력이 뛰어나 그간의 누적된 분량을 단숨에 제거한다. 견뎌낸 자의 복수인가. 보상인가.  밖으로 향하는 두려움의 성과는 전무하나 내면으로 향하면 두려움의 달콤쌉싸르함을 만끽하는 순간들은 무수하다.


나의 초라한 능력은 나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지나고 보니 나의 벽은 세상의 벽보다 견고하고 높았다. 돌아보니 나를 이만큼이나 데려다 놓은 자도 나 자신이고 나를 이 정도밖에 못 만든 자도 나 자신이었다. 나를 가장 강력하게 좌지우지하는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어느 누구를 두려워하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