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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Sep 19. 2022

나의 초능력들 57

생각 안 하기 : 나를 제어하는 시간

의도적으로 무아에 가닿아야


가끔씩 혹은 때때로 루틴을 멈춘다. 의도와 목적을 실은 루틴의 수행은 처음에는 습관을 입히기 위해 멈추지 않는다. 시간을 지나 안정적 궤도에 진입하면 의지 에너지는 희박해지고 관성에 의해 진행된다. 이것은 지속적 루틴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시작의 가치와 행해지는 동안의 가치가 동일할 수 없다. 착시는 루틴의 권태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한다. 이때에는 반드시 탈출하거나 멈추어야 한다. '그래도 하고 있지 않은가'의 위로는 루틴의 경계 1호 메시지가 된다.


멈추는 것은 나아가는 것보다 더 민감한 기술과 절묘한 타이밍을 필요로 한다. 소리 내어 글을 읽을 때의 경우가 적절한 보기가 된다. 능숙한 읽기는 빠름이나 매끄러움에 있지 않고 읽기가 없는 상태를 어떻게 다루는가가 잘 읽는다의 기준이 있다. 잠시 끊음 즉 퍼즈 pause에 있다. 한국화의 여백과도 견줄 수 있다. 먹을 종이에서 비운 것은 소극적인 표현이 결코 아니다. 말하기에서도 시의적절한 퍼즈는 청자를 더욱 집중시킨다.


일상은 시간의 흐름에서 쉬 멈출 타이밍을 놓친다. 시간이 마치 선으로 이어져 있으리라는 착각에서다. 시간을 점으로 인식하는 순간 틈은 도드라지게 드러나고 그 사이를 목격하게 된다. 거기에서 무아를 만날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루틴의 리듬을 삭제하고 멍상이나 명상이나 묵상을 시도한다. 그 순간은 영원으로 확장되고 태초의 감각을 되찾아간다. 그것은 태아의 감각이다. 욕망 이전의 감각이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생각이 생각을 집어삼키는 사람들! 생각의 단절을 경쟁에서의 낙오로 여기는 건 아닐까.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인간이라면 생각을 멈출 수도 있어야 완전한 인간이다. 제동장치가 없는 스포츠카를 가질 수는 있지만 운전할 수는 없다. 이따금씩 생각의 제동장치 작동 여부를 점검할 필요는 있다.


나의 초라한 능력은 자주 루틴을 멈추고 생각에 제동을 건다는 것이다. 치열하게 가동하는 것은 서툴러도 제동의 섬세함은 있다. 자주 하면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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