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시낭송이 필요하다 77회

3분의 미학

by 이숲오 eSOO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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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에서 경연을 할 때 시 한 편은 3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통상적인 규정이다. 어느 대회는 시간을 초과하면 종을 쳐서 경고를 주기도 한다. 시간을 의식하지 않고 해도 무방하지만 낭송시 집중이 흐트러져 될 수 있기에 시간을 넘기지 않는 쪽으로 준비한다. 짧은 시를 준비하면 암송의 부담이 적지만 대부분은 규정시간에 최대한 수렴하는 시를 선택한다. 기승전결을 모든 시가 가진 것은 아니지만 3분의 물리적인 시간이 확보되어야 이야기를 담아내거나 표현을 전달할 수 있어서다. 그러니 시낭송대회는 3분 안에 모든 것을 보여주고 내려와야 하는 숙명의 무대인 것이다. 왜 3분이 기준이 되었는지는 모르나 스무 명가량의 본선 진출자의 경연시간을 감안해 볼 때 2시간을 넘기지 않고자 하는 운영의 편의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심사의 집중도 고려하다 보니 시를 시간을 의식해 선택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시가 길다는 이유로 배제된 시를 대회에서는 접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참가자들이 자신이 감동한 시를 자유롭게 고르기보단 이전 대회에서 상을 수상한 시들에서 선택하는 편리함을 우선시하기도 한다.


소년의 출전 시는 2분이 채 되지 않는 시다. 다소 걱정이 들지 않는 건 아니다. 큰 캔버스에 그려내는 대회에서 나 홀로 작은 캔버스에 그려서 불리하진 않을까 하는 고민을 노인에게 털어놓았다.

-우리가 대체로 새라고 하는 전체 범주를 '을乙'이라 한다네. 그것을 다시 구분해서 흔히 '조鳥'는 꽁지가 긴 새를 일컫고 작은 새를 '추'라고 부르지. 그러나 어떤 학자는 새소리의 좋고 나쁨에 따라 나누기도 한다네. 물론 경계가 모호한 건 당연하네. 외형을 나누거나 무형을 나누거나 마찬가지로 주관적이긴 하지만 중요한 건 겉으로 판단하는 기준만큼 보이지 않는 것들의 판단도 중요하다는 걸 말하는 걸세. 꽁지가 짧은 새가 목부분이 잘록해 울음소리가 명확하고 아름답다면 그 새를 어찌 '추'라 단정 지을 수 있겠는가.

소년은 그간의 역대 대회 수상자들 중 짧은 시가 없었다는 것을 곰곰이 돌아보았다. 함축된 시어들이 긴 시보다 많기에 표현 가능한 상상의 스펙트럼이 더 넓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시어 사이의 여백을 활용해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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