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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o 준우 Jul 03. 2022

러시아ski

위기와 러시아 첫 인상

캐나다 여권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러시아와 벨라루스 입국은 꽤나 까다로운 것이었다.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가 최종 목적지였지만 한국에서 직항 노선이 없었기에 러시아 모스크바를 거쳐야 했는데, 러시아에서는 벨라루스행 비행기는 국내선으로 취급되어 러시아 입국 후 민스크행 비행기를 타야 했다.  간단히 이야기해서 벨라루스 입국 비자뿐 아니라 러시아 비자도 필요했던 것. 


한국 여권이었다면 일주일 정도 무비자로 방문이 가능했기에 국내에서 러시아/벨라루스 비자 관련 정보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여기저기 수소문 한 끝에 비자를 신청할 수 있었고, 두 차례 대사관에서 인터뷰를 마친 나는 드디어 일주일 만에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비행기에 탑승할 때만 해도 안 가본 나라에 간다는 걱정과 한편으로 당시 러시아 월드컵 기간이어서 ‘어떤 분위기일까?’라는 설렘에 경유지이지만 러시아를 방문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를 많이 했다. 하지만 처음 방문한 러시아는 내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모스크바-민스크 연결 시간이 4시간 정도로 비교적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건만 러시아 항공은 악명 그대로 3시간 연착을 하게 되었고 도착하자마자 시간에 쫓기게 되었다.


1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입국 심사받고 수화물을 찾아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한다는 건 처음 와보는 공항에서 매우 힘든 일이었다. 막상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심사를 받고 국제선 출국장을 나와보니 모스크바 공항은 사람이 많고 복잡한 공항이었다.  


"하 큰일 났네 진짜…" 


항상 느끼지만 급할 땐 시간이 더 빨라간다. 시계를 보니 비행기 출발 시간은 20분밖에 안 남아있었고 나는 국내선을 타는 곳을 찾기 위해 우왕좌왕되고 있었다. 그날따라 내가 길을 물어보는 사람마다 그들도 관광객이거나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 밖에 없었다. 항공사 카운터에서 체크인도 해야 하고 수화물도 붙여야 하기 때문에 속으로는 거의 포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한 중년의 남자가 어눌한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도와줄까?”


“네 국내선 체크인 카운터가 어디예요?” 


나는 상황을 설명할 시간도 없이 도움을 청했고, 그 사람은 내 여권과 미리 프린트해간 온라인 티켓을 가져가서 보더니 손짓했다. 


“다른 층이네. 짐 들고 따라와!”


등에 진땀이 흐르는 상황에 타지에서 이렇게 친절하게 도와주는 사람을 만나다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역시 세상은 아름답고 살만하구나.’ 당시 20대 초반이었지만 인생 다 살아본 사람 마냥 크나큰 인류애의 위대함에 감탄을 하며 그 사람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른 층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와중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그 사람은 본인을 택시 기사라고 소개했다. 속으로 감사의 표시로 20-30불 정도 팁을 줘야겠다 생각하며 나는 짐을 끌고 그를 따라 카운터 쪽으로 이동했다. ‘벨라루스 민스크행’이라고 쓰여 있는 항공사 카운터 앞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시간은 출발 시간을 10분 남짓 넘긴 시점이었다. 다행히도 민스크행 비행기도 출발이 지연되어 아직 탑승이 가능했고 나는 비행기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세상은 참 뜻대로만 되지 않더라. 내 여권을 한 손에 든 그는 세상 물정 모르는 애송이인 나를 쳐다보고 다른 한 손을 내밀며 이야기했다.


“100 달러 줘.”


순간 당황한 나는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돈을 달라는 뜻인 것을 알아듣고 이야기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 없는데… 50달러는 안될까요?”


물론 환전을 해간 돈은 있지만 비상금이기에 그 돈을 쓸 수 없었던 나는 그와 협상을 해보려했지만 소용 없었다.


"저기 바로 ATM 있어. 뽑아서 와 여기서 기다릴게."


출발 시간 이미 지나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기에 고민이나 싸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얄밉게 ATM을 가리키며 웃고 있는 그를 보며 분한 마음을 삼키며 터벅터벅 ATM으로 걸어갔다. 


처음으로 방문한 러시아에서 극진한 대접(삥 뜯긴)을 받은 나는 100불을 건네주고 인질로 잡혀 있던 내 여권을 돌려받았다. 예상하지도 못했던 지출에 속이 쓰렸지만 이미 비행기 출발 시간이 지나 있는 터라 아쉬워할 여유가 없었다. 재빠르게 체크인과 수화물을 붙이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해 겨우 비행기에 마지막으로 탑승을 했다. 


이미 비행기 좌석에 착석을 했을 때는 비행기에서 편하게 있으려고 입고 간 티셔츠는 이미 땀으로 다 젖어 있었다. 긴 비행 후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겪었지만 그래도 비행기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 생각한 나는 착석 후 옷매무새를 정리할 틈도 없이 잠이 들어버렸다.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대한민국 서울에서 (2022)

*본 글의 북한말은 실제 워딩과 다를 수 있음

*글에 사용된 사진과 동영상은 모두 직접 촬영한 것으로 허락 없이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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