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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편. 오픈이노베이션의 발전과 확장

“오픈이노베이션 1.0에서 2.0으로, 글로벌하고 전문적인 3.0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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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Dr. Jin입니다. 오늘은 기업 혁신의 패러다임을 바꾼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개념이 어떻게 발전하고 확장되어 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1편에서 소개했듯, 2003년 헨리 체스브로 교수의 오픈이노베이션 개념 제창 이후 약 20년이 흐르는 동안, 이 개념은 1.0 시대(초기 개방형 혁신)를 거쳐 2.0 시대(플랫폼과 참여 확대)로 진화했고, 2016년 이후에는 3.0 시대(글로벌 확산과 다각화)로까지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 분들을 위한 심도 있는 내용이지만, 관련 사례와 비유를 들어 일반 독자들도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보겠습니다.


2010년대: 오픈이노베이션 2.0 – 플랫폼 전략과 시민 참여의 확대


오픈이노베이션 개념이 확산되면서 2010년대에 들어 유럽을 중심으로 한 단계 진화한 “오픈이노베이션 2.0”이라는 패러다임이 등장합니다. 이는 단순히 기업과 몇몇 파트너 간 지식 교류를 넘어서, 보다 광범위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혁신생태계 구축을 의미합니다.


오픈이노베이션 2.0(OI2)의 핵심은 한마디로 “전체 사회를 아우르는 협력적 혁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업, 대학, 정부에 더해 시민(Citizen)이 혁신 프로세스에 적극 참여하는 쿼드러플 헬릭스(quadruple helix) 모델이 강조되었죠. 다시 말해, 혁신의 주체가 전문가 집단이나 기업 내부 인재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 시민과 최종 사용자까지 포괄하도록 개방 범위가 확 넓어진 것입니다.

LEGO Ideas 초기 버전(Cuusoo 등) - 팬 커뮤니티가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투표로 선정해 제품화하는 방식. 예를 들어, 어느 팬이 제안한 모듈이 채택되어 실제 판매된 사례 등이 있습니다. 이는 사용자(팬)가 단순 소비자를 넘어 공동 설계자(co-creator)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입니다.


폐쇄형 혁신과 오픈이노베이션 1.0, 오픈이노베이션 2.0의 주요 특징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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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소셜 미디어를 통한 대중의 지식 공유 등이 있습니다. 2010년대는 스마트폰과 SNS의 보급으로 사용자들이 서로 연결되고 집단지성을 발휘하기 쉬워진 시대였고, 기업과 기관들은 이 거대한 외부 자원을 혁신에 활용하려 하기 시작했습니다. 잘 아시는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리빙랩(Living Lab), 해커톤(hackathon) 등의 방식으로 사용자와 시민들이 혁신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모델이 유행했는데, 이것이 바로 오픈이노베이션 2.0의 특징적인 모습입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성대골에너지자립마을, 마을연구원을 통해 주민들이 직접 스타트업과 미니태양광(사진 위) 개발 및 활용을 통해 에너지자립을 달성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는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실험하는 리빙랩이 폭넓게 운영되었고, 실제로 2006년 시작된 유럽 리빙랩 네트워크(ENoLL)는 2010년대 중반에 400개가 넘는 리빙랩을 거느릴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시민들이 일상 현장에서 기업·연구자와 함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피드백을 주는 이러한 환경은, “사용자가 공동 창조자(co-creator)”로 활약하는 혁신 2.0의 단면을 잘 보여줍니다.


대기업들의 혁신 접근법도 이 시기에 큰 변화를 겪습니다. 과거에는 개별 기업이 스타트업 한두 곳과 제휴하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플랫폼을 구축하여 다수의 외부 파트너와 지속적으로 협업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즉, 기업이 스스로 “오픈이노베이션 허브”나 플랫폼이 되어 스타트업, 대학, 공급업체, 고객 등이 모여드는 생태계의 중심이 되려는 전략입니다. 유럽 대기업들은 자사의 기술 및 데이터 플랫폼을 개방해 개발자나 스타트업들이 그 위에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도록 장려했고,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오픈 API나 앱스토어 모델을 통해 외부 혁신가들과의 협력을 체계화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애플(Apple)은 아이폰 앱스토어를 오픈하면서 수많은 외부 개발자들의 창의성을 자사 생태계로 끌어들였고,테슬라(Tesla)는 전기차 특허를 공개(open patent)하여 산업 전반의 혁신 속도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플랫폼 기반의 개방 전략은 오픈이노베이션 2.0 시대를 상징하는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오픈이노베이션 2.0의 또 다른 특징은 사회적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강조입니다. 기업이 외부와 협력할 때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환경적·사회적 문제 해결을 목표로 삼는 사례가 늘었습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13년 더블린 선언(Dublin Declaration)을 통해 “공동의 가치 창출(co-created shared value)”과 “지속가능한 혁신”을 오픈이노베이션 2.0의 지향점으로 천명했습니다(Kune et al, 2018). 이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교수가 주창한 공유가치 창출(CSV)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하는데요, 기업과 사회가 함께 이익을 얻는 방향으로 개방형 혁신을 설계해야 장기적으로 성공한다는 인식이 퍼진 것입니다.


2030년까지 9억 5천만 명 이상 사람들이 심각한 식량 불안 위험에 직면한 상황에서, DSM은 영양실조 문제해결을 스타트업들과 협업을 통해 풀고 있다.

예컨대, 다국적 식품기업 DSM은 영양실조 문제를 푸는 스타트업들과 협업하여 사회문제 해결과 신시장 개척을 동시에 노렸고, 지멘스(Siemens)는 친환경 에너지 기술 스타트업들을 위한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해 환경 지속성+사업 혁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을 추진했습니다. 이런 사례들은 오픈이노베이션이 기업 경쟁력뿐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에도 활용되는 단계로 발전했음을 보여줍니다.


또 하나 주목할 흐름은 정부와 공공부문의 개방형 혁신 참여입니다. 오픈이노베이션 2.0 시대에는 정부도 시민과 기업의 아이디어를 모아 행정 혁신이나 정책 해결에 나섰습니다. 앞서 언급한 리빙랩의 많은 프로젝트들이 도시 행정을 개선하거나 공공 서비스를 혁신하는 목적이었죠. 미국에서는 이미 2009년 오바마 행정부가 전자정부 2.0(e-Government 2.0)을 추진하면서, 정부 데이터 개방과 국민 참여 확대를 통해 행정 투명성과 협업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에 따라 각 정부 부처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거나, 연방기관이 직면한 기술적 난제를 공개해 외부 해결책을 찾는 등 다양한 공공부문 오픈이노베이션 사례가 나타났습니다.

Horizon 2020, 전 유럽을 단일 연구 지역화하여 786억 유로(약 98조 6천억 원) 규모의 유럽 최대 규모로 야심찬 R&D 혁신 프로그램을 '14년~'20년까지 운영


유럽연합도 Horizon 2020 등의 연구혁신 프로그램에서 개방형 혁신을 핵심 원리로 채택하여, 민관학 연계를 촉진하고 시민사회 단체까지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도입했습니다. 총 786억 유로(한화 98조 6천억원대)의 기금으로 유럽의 오픈이노베이션 2.0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R&D 혁신지원사업으로, 대기업 등에 과제별 연구 예산을 지원하면 대기업이 서드파티 스타트업을 골라 지원하는 방식의 캐스캐이딩펀드가 유명하죠.


이처럼 기업 경계 너머의 광범위한 협력이 이루어지면서, 오픈이노베이션은 2.0 시대에 접어들어 더욱 포괄적인 의미의 혁신 모델로 자리잡았습니다.




키워드로 정리하자면, 오픈이노베이션 2.0의 특징은 아래와 같은 다양한 개념들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Salmelin & Curley(2013)
위 20개의 개념들을 번역하면, 공유 가치 및 비전, 사용자 주도 혁신, 지속 가능한 지능형 생활, 전체 스펙트럼 혁신, 혁신 역량 관리, 4중 나선 혁신, 혁신 및 문화에 대한 개방성, 동시적 혁신, 혼합 모델 기술, 높은 기대치의 기업가 정신, 생태계 조정 및 관리, 도입(수용) 중심, 비즈니스 모델 혁신, 네트워크 효과, 사회 혁신, 공동 창조 및 혁신 플랫폼, 21세기 산업 연구, 교차적 혁신, 서비스화, 구조적 자본 혁신 등으로 설명됩니다.


그중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 몇개를 요약해보면 아래와 같네요.


Quadruple Helix: (앞에서 봤죠) 혁신 생태계에 이용자/시민사회를 포함한 4중 나선 구조 도입 (산업계-학계-정부-시민의 협력)

Integrated Collaboration: 플랫폼을 통한 광범위한 네트워킹과 공동창조(Co-creation)로 혁신 추진

Shared Value & Sustainability: 개방형 혁신의 목표를 경제적 가치 + 사회적 가치 창출로 확대

Platform Strategy: 대기업이 오픈 플랫폼/엑셀러레이터 등을 운영하여 다수의 스타트업·파트너와 상시 협력

Public Sector Involvement: 정부와 공공기관도 개방형 혁신을 도입, 정책문제 해결에 대중의 창의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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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쿼드러플 헬릭스(quadruple helix) 모델은 4중 나선 모델이라 불리며, 학계에서 지식 네트워크, 산・관・ 학 및 민간조직 간 상호호혜적인 연계, 움직임을 분석하기 위한 개념적 도구의 일환입니다. 오픈이노베이션 1.0이 대체로 산・관・학 3개 기관의 관계를 설명하는 트리플 헬릭스(Triple helix) 모델에 기반했다면, 2.0은 여기에 이용자, 시민, 가수이 민간 조직이라는 새로운 축이 추가된 구조이지요.

여러 트리플 헬릭스와 쿼드러플 헬릭스 모형의 변천사(kisti(2010); 홍은영・성을현・안기돈(2019) 재구성)

시민사회의 참여를 통해 기후변화 등 지속가든 가치를 오픈이노베이션으로 풀고자 하는 유럽의 정책적 흐름과도 부합하고, 또 혁신의 수용성(Adoption) 측면에서 실제 이용자들의 주도적 참여를 통해 실패율을 줄여 보고자 하는 시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쿼드러플 핼릭스(4중 나선 모델), 기존 모델의 3개 섹터에 이용자/시민/이익단체 등의 민간 영역이 추가되었다.

이러한 오픈이노베이션 2.0 시대를 거치며, “개방형 혁신”은 특정 기업이나 업계의 트렌드를 넘어 지역사회와 글로벌 거버넌스의 혁신 모델로까지 인식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도전과제도 부상했는데요. 예컨대 개방의 한계에 대한 문제, 즉 무엇까지 개방하고 어디까지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슈, 또 다양한 이해관계자 조율의 어려움 등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오픈이노베이션이 더욱 확장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숙제로 지적되었고, 이러한 고민은 다음 단계의 오픈이노베이션 진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2016년 이후: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3.0 시대의 확장


2010년대 후반부터 2025년 현재까지 우리는 오픈이노베이션의 글로벌 확장기, 이 글에서는 오픈이노베이션 3.0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새로운 국면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사실 “오픈이노베이션 3.0”이라는 용어가 학술적으로 정식 정의된 개념은 아니지만, 대략 10년 주기로 오픈이노베이션의 실무 현장 지형의 변화를 되돌아볼 때, 그렇게 3.0이라 칭해볼 몇 가지 특징적 이슈들은 있습니다.


오픈이노베이션 3.0 시대의 핵심은 한 마디로 “개방형 혁신의 대중화와 글로벌화, 전문화”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 주로 대기업과 일부분의 선진 기업들,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던 개방형 혁신이 이제는 기업 규모나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폭넓게 확산되고 있습니다(mindthebridge, 2020). 한마디로, 비교적 생소했던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영역이 유행처럼 전세계로, 다양한 기업들로 확산되는 시기가 온 것입니다.


첫째로, 참여 주체의 다변화와 대중화를 들 수 있습니다. Open Innovation 1.0이 주로 개별 기업과 외부 기술 제공자(대학, 연구소 등)의 이원적 협력에 초점을 두고, 2.0이 정부·시민을 포함한 다중 협력으로 나아갔다면, 3.0 시대에는 여기에 더 다양한 기업 규모와 형태가 가세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혁신을 주도하는 주체가 글로벌 대기업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중견기업, 지역 강소기업, 스타트업 간의 교차 협력이 활발해졌습니다. 그리고 양적으로도 훨씬 많아졌습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은 이미 보편화되었고, 나아가 중견·중소기업들끼리 컨소시엄을 맺거나 스타트업 여러 곳과 동시에 협력하여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사례도 늘고 있죠. 예를 들어 국내에서도 과거에는 삼성, LG 같은 대기업 중심으로만 오픈이노베이션을 논했다면, 최근에는 중견기업 A사가 스타트업과 손잡고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전통 제조 중소기업이 외부 기술 벤처와 협업하는 뉴스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이 주관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는 대기업뿐 아니라 풀무원과 같은 중견기업까지 참여하여 스타트업과 매칭을 시도하고 있고, 그 성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산업 전반에 걸쳐 개방형 혁신이 일상화되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둘째로, 지리적 글로벌화가 두드러집니다. 2000~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오픈이노베이션의 성공 사례들은 주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위주였지만, 2016년 이후에는 아시아, 남미, 중동 등 전 세계 각지에서 개방형 혁신이 확산되었습니다(mindthebridge, 2020). 이는 한편으로는 선진 기업들의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이 신흥시장으로 뻗어나간 결과이기도 하고, 동시에 각국의 기업들이 자국 및 지역 내에서 자체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를 구축한 면도 있습니다.


예컨대 이스라엘은 정부 주도로 다국적 기업들과 자국 스타트업의 개방형 혁신을 연결해주는 기술 혁신 허브를 운영하여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싱가포르 역시 국가 차원에서 Open Innovation Platform을 구축해 공공기관과 기업들의 문제를 전세계 스타트업이 해결하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이제 혁신은 한 나라 안에 머물지 않고 국경을 넘어 공유되는 시대이기에, 개방형 혁신도 자연스럽게 글로벌 스케일로 전개되고 있는 것입니다.

글로벌 기업 테크스카우팅 범위(MTB 2025)

MindtheBridge(이하, MTB)의 오픈이노베이션 아웃룩 2025 보고서(MTB, 2025)에 의하면, 응답한 글로벌 대기업의 88%는 글로벌 단위에서 스타트업을 스카우팅 중입니다. 소수인 10% 수준이 해당 국가 주변 지역에서 소싱을, 2% 미만이 국내에서만 소싱하고 있다 합니다. 실리콘밸리 및 미 동부, 이스라엘, 영국 등 혁신 중심지들이에 가장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지만, 캐나다(토론토), 아시아(싱가포르, 서울), 호주, UAE 등도 각광받고 있다 하네요.


오픈이노베이션 3.0 시대에는 유망한 기술을 찾는 기업이라면 해외 스타트업과도 적극 협력하고, 반대로 스타트업도 초기부터 글로벌 기업을 파트너로 맞아 성장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대기업이 해외 스타트업을 발굴하거나, 해외 기업이 한국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혁신 공모전을 개최하는 광경도 이제 익숙해졌습니다.

오픈이노베이션 C레벨 및 실행조직간 분리수준 - 0은 둘이 직접 소통하는 경우, 1은 중간에 관리층 1인, 2는 관리층 2인이 있는 경우(MTB 2025, )

셋째로, 개방형 혁신의 제도화와 전문화를 들 수 있습니다. 이제 많은 기업들은 오픈이노베이션을 ad-hoc(즉흥적) 프로젝트가 아니라 상시적인 프로세스로 운영합니다. 전담 조직이나 CVC(기업벤처캐피탈)를 두어 지속적으로 외부 기술을 scouting하고 협업을 주선하며, 사내에는 개방형 혁신 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한 교육과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2010년대 후반부터 대기업들의 R&D 센터는 Open Innovation Center라는 이름으로 재편되거나, CTO 산하에 개방형 혁신 전담팀이 속속 생겨났습니다. MindtheBridge의 동 보고서에서는 조사 표본 글로벌 대기업의 90%는 OI 전담부서가 있었고, 이중 C레벨과 실행조직간의 거리는, 가장 가까운 맞대면이 29%, 1명 정도 관리층을 거쳐 소통하는 경우가 66%, 2계층 이상이 5%라 응답했었습니다(MTB, 2025). 2020년 전후로 국내외로 오픈이노베이션이 확산되며 전담 조직과 C레벨과의 가까운 소통 및 의사결정의 중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온 결과라 할 수 있겠죠.


또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나 벤처투자펀드와의 연계를 통해, 단순한 아이디어 공모를 넘어 투자-협업-인수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개방형 혁신 체제(open innovation funnel)를 구축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전문화된 운영 덕분에 개방형 혁신의 성공률도 높아지고 있지요. 실제로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세계 기업의 65% 이상이 개방형 혁신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입니다(기업 규모가 클수록 더욱 높습니다)(mindthebridge, 2020). 이제 개방형 혁신을 하지 않는 기업이 드물 정도로 보편화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공공과 사회 문제 영역에서의 활용 증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오픈이노베이션 3.0 시대에는 기업의 이윤 추구뿐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개방형 혁신 사례가 두드러집니다. 기후위기, 전염병, 에너지 부족 같은 거대 담론에서부터 지역 교통 개선, 행정 서비스 혁신 같은 생활 밀착 이슈까지, 다양한 문제 해결에 여러 주체가 모여드는 “Collective Innovation”이 활발해졌습니다. 예컨대 코로나19 초기에는 세계 각국의 과학자, 기업, 정부가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해 데이터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전례없는 개방형 협업이 이뤄졌습니다. 또 기후 기술(climate tech) 분야에서는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각국의 녹색기술 스타트업과 기업들이 협력하는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유엔이나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오픈이노베이션을 글로벌 어젠다로 삼아, 국제협력을 통해 혁신을 가속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는 오픈이노베이션이 이제 개별 기업의 경영전략을 넘어 글로벌 거버넌스의 한 요소로까지 확장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살펴본 내용을 정리하며, 오픈이노베이션 1.0, 2.0, 3.0의 특징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오픈이노베이션 1.0 (2003~개념 도입기) – 기업 내부 vs 외부의 경계를 허물기 시작. 폐쇄형 연구소의 한계를 인식하고 외부 지식을 선택적으로 수혈(inbound)하거나 내부 지식을 외부에 라이선싱(outbound)하여 활용brunch.co.kr. 주로 대기업 R&D와 대학/스타트업 간 양자 협력 위주. (사례: P&G 등 일부 선도 기업의 성공으로 패러다임 전환 촉발.)


오픈이노베이션 2.0 (플랫폼·생태계 구축기) – 다중 협력과 플랫폼화. 기업·대학·정부·시민을 아우르는 쿼드러플 헬릭스 협력. 대기업들은 자체 오픈 플랫폼을 만들어 다수의 스타트업과 동시 협업하고, 정부는 정책에 개방형 혁신 도입. 공동 가치 창출과 사회적 혁신을 지향하여 생태계 전체의 이익 도모. (사례: 리빙랩, 크라우드소싱, 공공 혁신 챌린지 등이 각광.)


오픈이노베이션 3.0* (글로벌 확산·다각화기) – 전방위 개방과 네트워크 경쟁. 개방형 혁신이 글로벌 표준 전략으로 정착, 기업 규모 불문하고 채택. 완전한 개방성으로 다양한 파트너와 동시 협력하며, 경쟁도 생태계 vs 생태계 양상으로 전개. 중견·공공 부문까지 참여 확대. 프로세스의 상시화와 전문화(CVC, 액셀러레이터 등). 전 세계적인 협력으로 혁신 속도 가속. (사례: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산업 간 컨소시엄, 국제 공동 R&D 등 활성화.)

* 오픈이노베이션 3.0은 저자인 제가 제시한 개념적 정의입니다. 아직 학계나 연구자들 사이에 합의된 3.0이라는 개념은 없습니다. 하지만 대중화, 글로벌화, 전문화라는 점에서 그전보다 확장된 의미로 설명 가능하다 생각합니다.


마치며 – 열린 혁신의 문, 그 뒤에 펼쳐진 미래

이렇듯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은 지난 20여 년간 끊임없이 진화하며 기업 혁신의 지형도를 바꾸어 왔습니다. 더 이상 혁신은 한 기업이나 한 조직의 전유물이 아니며, 외부의 아이디어와 내부의 실행력이 만나 새로운 시장을 열고 산업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2003년 체스브로 교수가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주창한 은 이제 글로벌 산업정책, 스타트업 생태계, 투자 트렌드까지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개방형 혁신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며, 외부 협력에 따르는 위험 관리나 지식재산권 이슈, 내부 반발 등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문을 걸어잠근 조직보다 문을 연 조직이 더 빨리 배우고 성장한다”는 교훈은 수많은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확고해졌습니다.


앞으로의 실제 오픈이노베이션 3.0, 어쩌면 그 다음 세대의 4.0이란 개념이 어떻게 정의되고 보여질지 아직 모릅니다. 인공지능과 함께 진화하는 협력이나 초연결 시대의 코-이노베이션(co-innovation)이 한 가능성이 될 수는 있겠죠. 분명한 것은, 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개방과 협력의 가치는 더 커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혁신을 주도하는 리더쉽과 집단지성을 가진 조직만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 기업과 기관들이 이러한 열린 혁신의 흐름에 발맞춰 더 넓은 협력의 지평을 개척해나가길 기대합니다. 오픈이노베이션의 여정은 아직 진행형이며, 설령 봄과 겨울이 교차하더라도 큰 방향은 미래로 활짝 열려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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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이론적이고 개념에 관한 얘기들이 많지요. 하지만 쓰는 이나 읽는 이나, 기초 체력이 없이는 30편 시리즈를 완주하며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음 시간 3편에서는 1편 내용을 할애했던 체스브로 교수님 외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들과 동향, 중요한 개념들을 이해하고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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